6년 만에 《미스트리스》로 드라마 복귀한 한가인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08 15:25
  • 호수 1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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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된 후 완전히 다른 사람…감정 곡선이 많아졌다”

 

한가인의 공백기는 의외로 길었다. 그러니까 6년. 2012년 종영한 드라마 《해를 품은 달》과 흥행작 《건축학개론》을 끝으로 간간이 광고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그녀가, OCN 드라마 《미스트리스》로 성공적인 복귀를 치렀다. 《미스트리스》는 비밀을 가진 네 여자와 그들에 얽힌 남자들의 뒤틀린 관계와 심리적인 불안감을 다룬 미스터리 관능 스릴러다. 2008년 영국 BBC에서 방송된 동명의 드라마가 원작으로, 2013년 미국 ABC에서 리메이크돼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한가인은 극 중 ‘장세연’ 역을 맡았다. 남편이 죽고 2년이 지난 시점에, 주변에서 미스터리한 일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그가 살아 있다고 믿는 인물이다. 복귀작에서 한가인은 한층 더 성숙한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방송 종영 3분 전까지 반전이 이어져 마지막까지 시선을 뗄 수 없었다. 한가인을 비롯해 신현빈·최희서·구재이가 출연해 여배우 중심 스릴러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전히 아름다운 한가인을 만났다. 

 

ⓒOCN 제공


 

 

공백기 동안 좋은 대본이 많이 간 것으로 알고 있다. 줄곧 고사하다가 《미스트리스》를 선택한 이유는. 


“우선 대본이 재미있었어요. 아직 아기가 어려서 복귀하기엔 이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이를 재우고 편하게 읽기 시작한 대본이 쭉쭉 읽히는 거예요. 다 읽은 뒤에 ‘뒷얘기가 더 있나요?’라고 물어봤을 정도로 아주 흥미진진했어요. 제가 재미있으면 보시는 분들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어 마음 단단히 먹고 복귀하게 됐어요. 대본의 짜임과 구성이 새로워서 보시는 분들도 긴장감 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장르물로 컴백할지는 몰랐다. 평소에 추리소설을 좋아하나.

 

“추리소설뿐 아니라 장르물을 즐겨 보는 편이에요. 장르물에 첫 도전이니만큼 ‘세연’을 연기하기에 앞서 세심한 분석이 필요했어요. 세연은 약하게 보이지만 속이 강인하고 비밀이 많은 여자예요. 남편의 자리가 비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스스로 그 부분을 채우려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세연이라는 인물의 전사(全史)에 대해 생각해 봤어요. 세연의 입장에서 매일 일기를 써보며 세연의 입장을 헤아려보고, 대본에 나오지 않는 중간 과정들을 써 내려가며 그녀의 심정을 상상해 보려고 노력했어요.”

 

원작을 봤나.

 

“상황이나 설정을 확인하려고 봤어요. 캐릭터를 잡는 데 방해될 것 같아서 보다가 말았어요.”

 

ⓒOCN 제공


 

미스트리스》는 여배우 4명이 주인공이다. 으레 이런 캐스팅의 경우 뒷말이 무성하다. 시기와 질투가 얼룩진 촬영장이랄까. 여러 에피소드들이 연예계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며 부풀려지기 마련인데, 희한하게 《미스트리스》는 ‘비하인드’가 없었다. 그만큼 촬영장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촬영이 없는 날에도 네 명의 여배우는 단체카톡방을 통해 일상을 공유한다는 후문이다. 

 

 

엄마가 된 후 첫 작품이다. 스스로 연기 변화를 느끼는가.  


“아기를 낳고 난 후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어요. 그 전에는 안도 단단하고 밖도 단단하고, 치우치지 않는 성향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너무 귀한 아기가 자리 잡고 있어서 기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곡선이 많아졌어요. 감정 컨트롤이 스스로 안 될 때가 있다고 느껴질 만큼요. 아이가 있다는 것이 다른 인생을 산다고 느낄 만큼 달라진 거죠. 이번 역할도 아이 엄마라 선택하게 됐고, 지금은 아기가 있는 상황이 제겐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 역할에 더욱 애정이 갔고, 엄마가 된 이후 달라진 제 모습도 연기적으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녀는 결혼 10년 만에 엄마가 됐고, 출산한 지는 2년이 됐다. 분명, 아이가 태어난 뒤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출신 뒤 모든 신경이 아이에게 향해 있어요. 그냥저냥 키우고 싶지 않았고, 육아를 잘 해낼 자신이 생길 때까지 아이를 갖지 않다 보니 10년이 넘게 걸렸어요. 누군가를 완벽하게 책임져야 하다는 것이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지만 그래도 행복합니다.” 출산 후 한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연기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나.


“아이를 낳아야 하는, 어떻게 보면 숙제를 해결해야 해서 공백이 길어졌어요. 솔직히 말하면, 촬영장에 나서는 것부터 두려웠어요. 오랫동안 하지 않았던 일이니까요. 공백이 긴 건 배우로서 좋은 일은 아니지만, 결국 제 삶이 연기에 녹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봐요. 예전보다 나이도 많아지고, 어려 인생 경험도 쌓이면서 연기의 폭은 넓어진 것 같아요.”

 

남편 연정훈의 반응도 궁금하다.

 

“제가 오랜만에 복귀라 긴장을 할 때면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늘 응원해 줘요. 남편은 저의 1번 팬이기도 합니다. 제가 촬영을 할 땐 아기를 열심히 봐주고 있죠(웃음). 남편 덕분에 안심하고, 아니 안심까지지만…(웃음) 불안하지만 편안하게 일하고 있어요.”

 

상대역이 이희준씨다. 호흡은 어떤가. 

 

“오빠가 워낙 재미있어요. 게다가 극중 ‘직진남’ 캐릭터라 긴장되고 빡빡한 연기만 하다가 오빠를 만나면 상황이 풀어져서 웃을 일이 많죠. 편하게 대해 줘서 이야기하다 보면 위로를 받기도 해요.” 

 

‘미스터리 스릴러’다 보니 화면의 수위가 일반 드라마보다는 높다. 부담은 없었나. 

 

“작품을 선택했다는 의미는, 작품 안에 있는 어떤 신이든 ‘하겠다’는 의사 표시라고 생각해요. 배우는 어떻게 표현되든 꼭 필요한 신이면 반드시 해야 되는 거죠. 다행히 시청자들이 보시기에 불편하게 표현되지 않을 거 같았어요. 연결고리가 있어서요. ‘한가인에게 저런 모습이 있었어?’란 말을 들으면 굉장히 기쁠 것 같아요. 바람이 있다면, 한참 지나고 난 뒤 또 보고 싶은 드라마였으면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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