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전망] ①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 그대로 가나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8.06.08 16:44
  • 호수 1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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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전문가 5인의 6·13 지방선거 전망(上)

 

6·13 지방선거를 ‘3무(無)’ 선거라고 말한다. 우선 지방선거에 ‘지방’이 없다. 2010년엔 서울에서 무상급식 이슈가 판을 흔들었고, 세월호 참사와 맞물린 2014년엔 각 지역에 맞는 안전 정책들이 쏟아졌다. 그런데 이번엔 남북, 북·미 간 정상회담이라는 글로벌 이슈에 전국이 일제히 움직이는 모양새다. 또 하나, ‘지역색’이 많이 없어졌다. 현재까지 여론조사를 봤을 때, 동서 간 명확히 표심이 갈렸던 과거 선거와 달리, 그 경계가 다소 흐릿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 온통 기울어진 판세 영향이다. 

 

초대형 글로벌 이슈와 치열함이 실종된 승부로 유권자들의 ‘관심’ 또한 일찍이 사라졌다. 6월1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4명이 자신의 지역에 출마한 광역단체장 후보를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감의 경우 10명 중 3명만이 출마 후보가 누군지 안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 전문가들 다수는 “역대 가장 관심을 못 받는 전례 없는 선거”라며 입을 모은다. 

 

6월4일과 5일 이틀 동안 시사저널이 인터뷰한 국내 여론조사 전문가 5인은 일제히 민주당 압승을 예상했다. 지금까지 나온 복수의 여론조사와 실제 선거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17개 광역단체장을 넘어, 수백 석의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자리에서 여야 간 어떤 비율을 만들어낼지도 끝까지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들에게 선거 전 남은 변수와 예상 투표율, 선거 후 정계개편 방향 등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선거를 바로 눈앞에 둔 예민한 시기라 일부 전문가는 익명을 요구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5월31일 전국 각지에 선거 벽보가 붙었다. 거리마다 선거 분위기가 물씬 나지만 유권자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적다. ⓒ시사저널 최준필

 

 

■ 투표율 60% 넘을 수 있을까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전국 투표율은 56.8%를 기록했다. 세월호 참사 직후, 정치 참여에 대한 국민 의지가 컸지만 그리 높은 수치는 아니었다. 이번 선거에선 4년 전 투표율을 거뜬히 넘길 수 있을까. 전문가들 의견이 갈렸다. 투표율이 60% 안팎으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과거에 비해 보편화된 ‘사전투표제’와 탄핵과 조기 대선을 거치며 높아진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도 등을 투표율 상승요인으로 꼽았다. 이양훈 칸타퍼블릭 이사는 “탄핵과 조기 대선을 거치며 젊은 층에서 ‘내가 누굴 찍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지고 내 삶이 달라지는구나’ 하는 투표의 ‘효능감’이 높아졌다”며 “선거 벽보가 붙고 집에 공보물도 도착했으니, 관심 없던 사람들도 투표 의지를 갖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대로 이전의 56.8%보다 낮을 거란 전망도 있다. 투표에 대한 동기부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2014년 세월호 참사는 그나마 사람들로 하여금 투표 의지를 높인 동기부여가 됐다. 이번엔 북·미 정상회담이 가장 큰 이슈인데, 그것이 투표장에 나가게 하는 강한 자극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지금처럼 판세가 기운 상황에서 내 한 표가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거란 생각에, 투표에 대한 유권자들의 효능감이 되레 떨어질 거란 관측도 있다. 투표율 상승요인과 하락요인이 공존하는 가운데, 여야 각 당은 투표율에 따른 유불리를 계산하기 바쁘다. 투표율이 낮으면 보수진영에 유리하다는 게 그간 정석이었다. 하지만 여당이 우세한 상황에서 보수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할 우려가 있어 이조차 장담할 수 없다.   

 

 

​ 샤이보수 영향력 얼마나 될까

 

여론조사에 드러나지 않는 숨은 보수, 이른바 ‘샤이(shy)보수’는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은 대부분 샤이보수가 실제 어느 정도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선거판을 흔들 만큼 영향력을 미칠 수는 없을 거라 예상했다. 2017년 대선에서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득표율이 여론조사보다 높았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처럼, 이번에도 샤이보수는 여당 후보가 우세한 지역에서 최종 득표율 차를 좁히는 정도의 영향만 줄 거란 얘기다. 

 

샤이보수가 존재해도 이들의 투표 의지가 약할 거라는 분석도 있다. 이미 격차가 벌어진 여론조사 결과 때문에 지지하는 보수진영 후보가 있더라도 투표를 안 하는 이들이 많을 거란 지적이다. 최근 자유한국당에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를 계속 내는 것도 이들의 투표 의지를 살리려는 하나의 선거 전략으로 보인다. 실제는 여론조사 결과와 다르니까 투표를 포기하지 말라는 일종의 정치적 어필이라는 것이다.(이양훈 칸타퍼블릭 이사)

 

한편 실제 정치권과 언론에서 말하는 샤이보수의 존재가 거의 없을 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샤이보수의 정확한 정의는 ‘명확히 지지하는 보수진영 후보가 있지만 여론조사에서 이를 숨기는 이들’을 일컫는다. 이에 대해 A여론조사기관 전문위원 B씨는 “뚜렷한 소신이 있음에도 여론조사에서 이를 드러내지 않는 샤이보수가 아니라, 진짜 뽑을 사람이 없어 ‘투표를 갈등하는 보수’만 있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 계속해서 여론조사 전문가 5인의 6·13 지방선거 전망(下)편 ☞‘[6·13 전망] ② 영남 표심이 향후 정치 지형 좌우’ 기사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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