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도 주목한 시사저널의 '근로시간 단축' 기사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6.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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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주간지 인터나지오넬, 본지가 3월 보도한 ‘AI 시대의 근로시간 단축 논란’ 전문 번역해 실어

 

오는 7월 시행될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많은 국내 언론은 근로자의 목소리를 빌어 “현장에선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입이 줄어들어 민생이 더 팍팍해질 것이라는 게 주된 이유다. 그럼 근로시간을 그대로 두면 혼란을 가라앉힐 수 있을까. 

 

‘인터나지오넬(Internazionale)’은 1993년에 창간된 이탈리아 국제 이슈 전문 시사주간지다. 2011년엔 “훌륭한 기사들을 신중히 번역해 제공했다”는 평을 받으며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언론상 프레미올리노(Premiolino)를 수상했다. 발행부수는 2015년 기준 12만부가 넘는다. 

 

이 잡지는 6월8일(현지시각) 발간된 최신호에서 “한국의 근로시간 단축은 현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보도했다. 기사 제목은 ‘로봇의 위험과 기회’다. 이 기사는 시사저널이 3월2일 보도한 기사를 전문 번역한 것이다. 원문의 제목은 ‘​‘근로시간 단축’ 논란, AI 시대엔 이조차도 “의미없다”’이다. 핵심 내용은 제목 그대로다.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한국 사회에선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논란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국제 이슈 전문 시사주간지 '인터나지오넬'이 시사저널 기사를 번역해 6월8일 호에 실은 '로봇의 위험과 기회'. © Internazionale Magazine



이탈리아 최고 시사주간지가 주목한 ‘한국의 근로시간 단축’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로봇의 확산 속도가 가장 빠른 곳으로 꼽힌다. 세계로봇연맹(IFR)에 따르면, 한국의 근로자 1만명 당 로봇 도입 대수는 7년째 세계 1위다. 세계변호사협회(IBA)는 2016년 4월 보고서를 통해 “매년 전 세계에서 팔리는 로봇의 80% 이상이 한국 등에 배치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현장의 모습은 통계를 뒷받침한다. 국내 맥도날드는 전국 430개 매장 중 절반에 가까운 200개 매장에 무인주문기를 설치했다. 롯데리아도 약 45%의 비율(1350개 중 610개)로 운영 중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20년 로봇의 국내 일자리 대체율을 41%로 예상했다. 2025년엔 70%다. 

 

지난해 12월 서울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서울의 배달 노동자들은 주당 평균 54.5시간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시행할 ‘주당 52시간 근로’ 규정에 어긋난다. 하지만 일자리를 빼앗기고 나면 이런 규정을 따질 수조차 없게 된다. 이와 관련, 배달 전문 앱 배달의민족은 6월1일 “자율주행 배달 로봇 ‘달리’의 공개 테스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테스트의 최종 목표는 음식점의 배달 인력을 모두 대체하는 로봇의 보급이다. 

 

 

아마존이 2016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드론 배송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에어' © 연합뉴스


 

“인류는 다른 종류의 생산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제 GDP 등 수치로 잡히는 생산은 모두 기계의 몫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인류는 다른 종류의 생산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래 부르기나 그림 그리기 등 취미 활동이 생산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아예 생산이란 개념을 달리 접근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기업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한 경우도 있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2016년부터 드론 배송을 시범적으로 시행해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수차례 제기됐다. 이후 아마존은 오히려 고용 폭을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영국 매체 익스프레스는 6월7일 “영국 아마존은 음식과 패션 사업 외에도 드론 개발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면서 “올해 말까지 (관련 사업을 위해) 2만 7500명을 뽑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줄어든 근로 시간에 적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영국 싱크탱크 뉴이코노믹재단(NEF)은 “적은 노동시간이 취미나 운동, 자기개발 등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해준다”고 주장한다.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건 덤이다. 이런 긍정적인 효과는 실업의 병폐를 상쇄한다는 게 NEF의 논리다. 이들이 제안하는 근로시간은 주당 21시간. 우리나라의 새 근로시간인 52시간의 절반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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