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특집①] [단독] ‘용산공원 조성 전략회의’ 뜬다
  • 김종일·조유빈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11 09:45
  • 호수 1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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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총리·後대통령 ‘2단계 회의’ 주재 예정… 수년째 지지부진하던 용산공원 조성 탄력

 

‘금단의 땅’ 서울 용산 미군기지가 공원이라는 새 옷을 입고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무려 115년 만의 일이다. 용산 미군기지가 올해 말까지 모두 경기 평택 기지로 옮겨지면서 이 부지는 국가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기지 자리에 들어설 ‘용산국가공원’은 구체적인 조성 계획을 확정 짓지 못하고 수년째 표류해 왔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직접 현안을 챙기면서 공원 조성에 탄력이 붙고 있는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됐다. 당·정·청(黨政靑)은 최근 ‘용산공원 조성 전략회의’라는 회의체를 비공개로 발족해 수면 아래서 부처 간 이견 조율 등 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용산기지 전경 ⓒ시사저널 최준필


 

‘난개발 막고 시민 참여’ 특별법 개정 추진

 

특히 문 대통령은 올해 안에 직접 용산공원 조성 전략회의를 주재해 지금까지의 진행 과정과 성과 등을 보고받을 예정이다. 이에 앞서 이 총리는 총리실 주도로 회의를 주재해 부처 간 이견을 최소화해 절충점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정부는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도 준비 중이다. 현재 특별법에 따르면, 용산공원 조성의 책임을 국가가 지도록 돼 있는데, 이게 현실에서는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주도하게 되다 보니 개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돼 왔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현재 특별법은 관(官) 주도적 방식으로 짜여 정작 주권자인 시민이 빠져 있다”며 “난개발을 막고 국가공원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세우는 동시에 시민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게 법 개정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현안을 보고받고 회의를 주재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답보 상태에 있던 용산공원 조성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사실 그동안 용산공원 조성은 사업의 핵심 주체인 국토부와 서울시가 큰 방향성에서부터 이견을 드러내며 사사건건 충돌해 왔다. 국토부와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부처 간 갈등도 많아 답보 상태가 이어져 왔다. 

 

최근 용산공원 조성의 최대 난관으로 여겨지던 미군기지 내 한미연합사령부 본부 이전 결정과 드래곤힐 호텔(미군 호텔)의 이전·폐쇄 움직임 등은 청와대가 물밑에서 이견을 조율한 성과였다. 용산 부지에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을 추진하는 문체부와 이를 반대하는 서울시도 지금까지 극심한 갈등을 빚었지만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두 기관은 청와대의 조율 속에 절충점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자신들의 입장만을 내세우던 부처가 총리실은 물론 청와대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부터 문제 해결을 위한 각종 아이디어를 내고 조율에 나서고 있다”며 “연초부터 하나씩 문제가 풀리기 시작해 이제 멀지 않은 시일 내에 그동안 큰 쟁점사항들은 절충점을 찾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용산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직접 움직이니까 조금씩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며 “생태공원화라는 큰 방향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했다. 

 

용산 기지 이전이 처음 논의된 것은 30여 년 전이다.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용산 기지 이전을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1990년 미군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후 막대한 비용 문제 때문에 지지부진하던 사업은 노무현 정부 때 재추진됐다. 2003년 한·미 정상은 용산 기지 이전에 합의했다. 2005년에는 용산 기지 부지를 국가 주도의 공원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정부와 서울시가 공원 조성 주체를 놓고 대립했으나 정부 주도로 확정됐다.

 


 

이후 용산공원 조성은 속도를 내는 듯했다. 2007년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이 제정됐고, 이듬해 용산공원 조성추진기획단이 설치됐다. 2007년 12월에는 평택 미군기지 기공을 시작했다. 2011년에는 공원 조성의 종합기본계획이 고시됐다. 그러나 2014년 메인포스트 중앙 지역의 한미연합사가 잔류하기로 결정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공원 조성 면적이 20~30% 감소하고, 준공 기간이 지연되면서 계획이 변경됐다.

 

계획은 계속 바뀌었다. 개발에서 공원화로, 그리고 민족·역사공원에서 6개의 테마공원으로, 다시 단일한 생태공원으로 수차례 변경됐다. 지난 정부에서는 각 부처가 나눠먹기 식으로 공원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가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용산공원 조성 철학은 생태공원화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용산 미군기지가 반환되면 그곳에는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 같은 생태자연공원이 조성될 것”이라고 공약했다. 

 

하지만 이런 약속에도 한동안 용산공원 조성 사업은 제자리걸음을 계속해 왔다. ‘생태공원으로 만든다’는 큰 합의는 이뤄졌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여러 부처가 용산공원 활용 방안을 놓고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고 대립했지만 공원 조성을 주관하는 정부 부처인 국토부가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대로 가다간 미군 철수 후 수년간 용산 기지가 ‘금단의 폐허’로 방치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국토부 컨트롤타워 역할 못하자 총리실이 주도 

 

그동안 용산공원 조성에 속도가 나지 않았던 큰 이유 중 하나는 국토부가 주도하던 ‘용산국가공원 추진위원회’라는 공식 기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토부 외에 기획재정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서울시, 국무조정실 등 8개 기관이 포함돼 각종 의견을 나눴지만 기관별 의견이 전혀 조율되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충돌하던 기관이 서울시와 국방부다. 서울시는 “국가 공원 내에 미군 시설이 있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한미연합사 본부와 미군 호텔(드래곤힐 호텔), 출입·방호 시설 등 공원 내 미군 잔류 시설이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미군과 협상하는 국방부는 용산 기지에 잔류를 희망하는 미 측의 사정을 고려해 용산기지 반환 후에도 전체 면적의 10% 내외를 계속 공여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하지만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물밑 협상을 조율하면서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이 연출됐다. 한·미 정부는 올해 초 용산 기지 한복판에 있는 한미연합사 본부를 용산 기지 밖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국방부는 이르면 올해 안에 국방부 청사 옆에 있는 7층짜리 독립된 건물로 한미연합사 본부를 이전할 계획이다. 

 

한미연합사 이전은 용산공원 조성에 의미가 적지 않다. 용산공원 부지 한가운데 자리 잡은 한미연합사 규모가 24만㎡로, 주한미군 주둔지역 243만㎡의 10%에 이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용산공원 남북을 가르는 중앙에 위치해 ‘공원의 허리가 끊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방부는 “한미연합사 본부의 국방부 부지 내 이전은 향후 용산공원 조성 사업의 보다 완전성 있는 추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국방부가 적극적으로 대안을 모색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평가했다. 

 

ⓒ용산공원기획단

 

 

靑 물밑 조율에 한미연합사 이전 성과

 

첫 단추가 꿰어지자 이후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이 순차적으로 풀릴 기미다. 공원 조성 부지 한가운데 있어 서울시와 용산구,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왔던 드래곤힐 호텔도 평택 미군기지로 이전하거나 폐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드래곤힐 호텔 부지는 8만4000㎡에 불과하지만 호텔이 용산 기지의 중심축에 위치해 있어 용산공원화를 가로막는 ‘알박기’처럼 여겨졌다. 국방부는 아직 최종 확정된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한·미는 드래곤힐 호텔을 평택 미군기지 안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한·미가 연합사 본부를 용산 기지에서 국방부 부지로 이전하기로 합의하면서 드래곤힐 호텔 잔류 방침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드래곤힐 호텔이 만약 이전·폐쇄된다면 미군 입장에서는 출입 방호 부지도 남길 이유가 없어진다. 한·미는 2014년 10월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에서 용산 미군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하더라도 한미연합사 일부와 드래곤힐 호텔, 출입 방호 부지, 헬기장, 미국대사관 부지 등은 용산에 남기기로 했다. 한미연합사가 남기로 한 만큼 이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남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서울시와 문체부 간 갈등도 해결 조짐이 보이고 있다. 문체부는 지난해 11월 “2021년까지 예산 600억원을 들여 국립중앙박물관 옆 문체부 부지(용산가족공원)에 문학관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범정부 차원의 종합계획을 먼저 세우고 나서 건립을 검토해야 한다”며 이에 대한 협의를 일절 거부해 왔다. 평행선을 달리던 두 기관은 최근 청와대의 적극적인 중재 아래 물밑 협상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이견 조율이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 국토부는 공원 부지의 접근성 차원에서 추진하던 신분당선 중앙박물관역 신설을 ‘스톱’시켰다. 

 

 

용산공원 부지 규모는 얼마나 되나  

 

용산 미군기지는 크게 북쪽의 메인포스트와 남쪽의 사우스포스트로 나뉜다. 총 규모는 265만5000㎡ 정도다. 하지만 용산공원의 규모는 이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당초 정부는 총 265만여㎡의 용산 기지 부지 중 미국대사관 부지(7만9000㎡), 드래곤힐 호텔(8만4000㎡), 헬기장(5만6000㎡) 등을 제외한 243만㎡를 용산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한미연합사, 드래곤힐 호텔 등의 이전으로 공원 부지는 더 넓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용산공원 부지에 미군기지 부지 외에도 국방부, 전쟁기념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을 더해 미군이 들어오기 이전에 일본군이 쓰던 부지 전체인 357만7000㎡(약 108만 평)를 전체 공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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