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감자·무 값 들썩 “장보기 겁나요”
  • 박견혜 시사저널e. 기자 (knhy@sisajournal-e.com)
  • 승인 2018.06.12 16:00
  • 호수 149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선식품 가격 40~50% 고공행진…비상 걸린 서민 밥상

 

끊임없이 오르는 밥상물가 탓에 같은 비용으로 차려낼 수 있는 ‘한 끼’의 모습이 매년 달라지고 있다. 2016년에는 수중 5000원으로 감자 20개를 살 수 있었다면, 2018년에는 같은 값으로 살 수 있는 감자가 10개로 절반이 줄었다. 2년 사이에 가격이 두 배나 뛴 것이다. 외식도 아닌 ‘집밥 한 상’마저도 이젠 서민들에겐 부담이 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을 보여주는 지표는 이미 여러 차례 발표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1%, 전년 동월 대비 1.5% 각각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전월과 비교해 변동이 없었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는 1.4% 올랐다. 채소, 과일, 생선·해산물 등 기상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다양한 품목으로 구성된 체감물가 지표인 신선식품지수는 전월 대비 2.5% 떨어졌지만,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4.5% 상승했다. 

 

채소류 가격이 높은 수준의 상승률을 유지하면서 농산물을 중심으로 밥상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2년 새 3배 가까이 올라버린 채소 값

 

원자재 가격 상승에, 올해 초부터 불거진 최저임금 인상 이슈가 맞물리면서 가공식품 가격 역시 크게 뛰었다. 연초부터 햄버거, 떡볶이,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등이 가격을 올린다고 밝힌 데다, 과자·음료·생수·당면·후추·즉석밥·햄·만두 등 식품업계마저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닌 현실이 됐다.

 

특히 농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9.0%나 올랐다. 같은 기간 채소류와 수산물 값은 각각 13.5%, 4.5% 증가했다. 집밥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쌀값의 오름세도 가파르다. 쌀값은 전년 대비 무려 29.5%나 상승했다. 26.4% 오른 지난 3월 이후 3개월째 꾸준히 두 자릿수 가격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고춧가루는 43.6%, 감자는 59.1%, 무는 45.4%나 올랐다. 올해 특히 자주 불어닥친 한파와 잦은 비 등으로 작황이 부진한 탓에 정부의 비축 물량 출하만으로는 뛰는 가격을 붙잡기에 역부족이었다. 

 

최근 몇 년을 비교할 경우 가격 인상폭이 더 두드러진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인 참가격을 통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농수산물 가격 변화를 살펴본 결과, 고등어 생물 1마리(300~500g)의 평균가격(대형마트·슈퍼마켓·전통시장)은 2016년 6월 기준 4168원에서 올해 6월 4984원으로 2년 사이 19.5% 올랐다. 같은 기간 오징어 가격은 더 크게 뛰었다. 오징어 생물 2마리(400~600g) 평균가격은 2016년(이하 모두 6월 기준) 5060원, 2017년 7195원, 2018년 985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각각 42.2%, 36.9% 증가했다. 

 


 

채소 값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국내산 감자 평균가격은 2016년 249원에서 2017년 334원, 2018년 525원으로 2년 새 110%나 올랐다. 풋고추 평균가격 역시 2016년 929원, 2017년 1113원, 2018년 2536원으로 172%나 상승했다. 무(1500g)의 경우 2016년 1648원, 2017년 2166원, 2018년 3329원으로 가격이 두 배가량 늘었다. 포기김치는 2016년 1만5446원, 2017년 1만5923원으로 완만하게 상승하다가 2018년 1만8207원으로 17.9% 껑충 뛰었다.

 

농수산물뿐만이 아니다. 쌀값과 채소 값, 육류 값과 연동되는 가공식품 가격 역시 줄줄이 올랐다. 2010년 5336원이던 즉석밥(6개입) 가격은 2011년 4316원, 2012년 7229원, 2013년 6805원, 2014년 5475원, 2015년 5839원, 2016년 5617원, 2017년 5686원까지 조금씩 등락을 거듭하다 2018년 7297원으로 28.3% 뛰었다. 라면(5개입 기준)은 2010년 평균가격이 2776원이었지만 2018년 3243원으로 16.8% 올랐다. 냉동만두의 경우에도 2010년 6706원에서 올해 8047원으로 8년 사이 20%가량 상승했다. 

 

외식비도 오름세다. 참가격 사이트를 통해 외식비 가격동향을 살펴본 결과, 김치찌개백반 가격은 서울 기준 2014년 5677원, 2015년 5741원, 2016년 5686원, 2017년 5836원, 2018년 5954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삼겹살 가격(환산 전)도 2014년 1만1988원, 2015년 1만2648원, 2016년 1만3036원, 2017년 1만3237원, 2018년 1만3661원으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가격 올라도 근본적인 해결 방안 없어

 

계절, 날씨 등 환경적 영향으로 가격이 정해지는 농축수산물은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 경우, 정부가 비축 물량을 조기 출하하거나 조업량을 늘리는 등의 가격 조정 방안들이 있다. 다만 업체에서 인건비 상승, 원부자재료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제품 판매가를 올리기로 한 데 대해서는 정부도 별다른 제재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업체들도 가격을 올리는 데 대한 부담은 있다”면서 “최대한 가격인상을 억제했지만 원가압박이 심해 수익구조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여러 기조가 맞물려 가격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일단 가격이 오르고 나면 통제가 쉽지 않은 만큼, 선제적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격이 오르면 이를 잡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없다”면서 “오를 낌새가 보이면 비축 물량을 푼다든지, 농산물 수입을 확대한다든지 하는 선제적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1만원까지 계란 값이 치솟았던 계란 파동 때를 돌이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최저임금 인상 등을 이유로 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하는 데 대해서도 “이 역시 최저임금을 얼마나 올리면 어느 부분에서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연구가 나와줘야 한다. 이후 보다 마이크로한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지금 정부는 이에 대해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