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은 어떻게 국민 예능인이 됐나
  • 하재근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15 13:22
  • 호수 1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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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현혹하는’ 프랜차이즈 업자서 국민 음식전문가 반열로

 

이렇게 뜰 줄은 몰랐다. 처음에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화제를 모았을 때만 해도 백종원의 인기가 오래갈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했다. 당시에 백종원이 설탕 등 자극적인 요소를 넣어 사람 입맛을 손쉽게 현혹한다는 반발이 나왔었다. 이것은 ‘백종원 프랜차이즈’에 대한 악평으로 이어졌다.

 

백종원 프랜차이즈에 대한 반감이 예능인 백종원에 대한 반감을 더욱 증폭시키기도 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이후 백종원 사진이 걸린 프랜차이즈 지점들이 크게 늘어났다. 방송에선 강남에 있었던 이른바 ‘백종원 거리’를 수시로 조명했다. 이것이 사람들을 자극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골목상권 자영업자들을 고사(枯死)시킨다는 인식이 커져가던 무렵이었다. 마침 그때 백종원 브랜드가 팽창하면서 커피 전문점으로까지 확대되자 대중의 반발심이 폭발했다.  

 

범람하는 음식방송 자체가 식상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런 이유로 백종원의 인기가 오래갈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잠시 주춤했던 백종원의 인기가 최근 들어 다시 타오르고 있다. 손대는 프로그램마다 성공 행진이고, 시청자들의 평도 호평 일색이다. 시청자들이 이젠 백종원이라는 사람을 완전히 인정해서, ‘자극적이고 얕은맛으로 사람을 현혹하는 프랜차이즈 업자’라는 식의 악플이 대부분 사라졌다. 국민 음식전문가 반열에까지 오른 느낌이다.

 

ⓒ연합뉴스



내공과 진정성으로 인정받아

 

방송 인기에 도취되지 않고 음식방송 한 길로만 간 것이 주효했다. 백종원이 유명해진 후 다양한 섭외가 들어왔다고 한다. 방송은 ‘핫’한 사람을 그냥 두지 않는 법이다. 어떻게든 출연시켜서 그 명성을 활용하려고 한다. 이때 인기에 도취하거나, 방송 출연으로 발생하는 인지도를 이용할 욕심이 큰 사람들은 방송 기회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다양한 프로그램에 겹치기 출연을 하게 되고, 반발이 초래된다. 백종원은 그러지 않고 오직 음식 관련 프로그램에만 나갔다. 

 

《집밥 백선생》에선 집에서 간단히 요리하는 법을 알려줘 남자들을 요리 전선에 나서게 만들었고, 《삼대천왕》에선 방방곡곡에 숨은 맛집 장인들을 소개했다. 바로 이은 《푸드트럭》으로 음식차량 영업에 나선 사람들의 메뉴 개발을 돕더니, 현재 방영되고 있는 《골목식당》에선 골목상권 식당 자영업자들을 돕고 있다.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를 통해선 해외 음식들을 현지에서 직접 소개했다. 이렇게 음식 분야 한 곳에 천착하는 모습이 차츰차츰 쌓여 시청자들이 백종원의 음식에 대한 열정, 진정성, 전문성을 인정하게 됐다.

 

특히 방송에서 보인 백종원의 지식이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삼대천왕》에선 곳곳의 작은 맛집까지 모두 꿰고 있는 백종원의 내공이 드러났다. 최근 《골목식당》의 함박스테이크집에서 업주가 많은 함박스테이크집을 찾아 공부했다고 하자, 백종원이 정확히 어디를 갔는지 말하라며 ‘우리나라에서 내가 모르는 함박스테이크집이 있을 것 같아?’라고 장담하는 모습이 방송됐다. 한식, 일식, 양식, 길거리 음식 등 가리지 않고 모든 음식에 놀라운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라멘집에선 업주가 백종원을 가볍게 봤다가, 백종원의 평가를 받으며 자세를 고쳐 앉고 그의 한마디에 감격하는 모습이 나왔다. 백종원은 일본 라멘 유학까지 다녀왔다는 업주에게 새로운 라멘 메뉴를 추천해 줬다. 

 

퓨전 중식집에선 오랜 기간 중식에 천착해 온 업주의 볶음밥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단박에 잡아냈다. 주꾸미집에선 업주가 1000만원 주고 사왔다는 조리법을 바로 개선해 줬다. 이런 모습을 보며 시청자가 백종원의 내공을 절감한 것이다.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선 해외 음식들을 하나하나 그 유래까지 설명하는 학구파 ‘음식 마스터’의 모습이 나왔고, 《푸드트럭》과 《골목식당》에선 이익을 남기는 식당을 기획하는 ‘장사 마스터’의 모습이 나왔다. 이렇게 전문성을 갖기까지 백종원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천착해 왔는지를 사람들이 느끼게 되면서, 결국 그를 인정하게 됐다.

 

백종원의 인성도 인정받았다. 자기 잇속만 챙기는 업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알려주는 멘토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예컨대 《푸드트럭》에선 장사가 안 되던 푸드트럭의 음식들을 마법처럼 변화시켜주는 모습이 나왔다. 한 업자는 백종원이 알려준 요리법으로 음식 맛이 좋아지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손님을 끄는 장사의 비법도 아낌없이 전수해 줬다. 《골목식당》에서도 그런 모습이 이어졌다. 대중이 백종원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게 됐기 때문에 요즘엔 백종원의 지도를 따르지 않는 식당주에게 악플이 쏟아지는 현상까지 나타난다.

 

《골목식당》의 백종원 ⓒsbs 제공


 

 

자영업 교육방송으로 ‘보살’ 이미지 생겨

 

백종원이 음식장사를 하는 사람의 자세를 강조한 것도 대중에게 믿음을 줬다. 그는 기본적인 자세에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업주를 보면 화를 냈다. 음식 맛 이전에 음식과 손님에 대한 성의, 위생의 원칙 같은 것을 중시했다. 이것이 식당에 대한 불신이 있었던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어냈다. 최근 《골목식당》에선 들통에 양파망을 넣고 끓이거나 해산물을 상온에 두는 모습을 보고 화를 내며 ‘이런 식으로 장사하면 안 된다’고 한 것이 크게 화제가 됐다. 손님이 모를 거라면서 며칠 된 돼지고기를 재료로 써 돈가스를 튀겼는데, 백종원은 이런 부분도 잡아내 질책했다. 그러면서 멘토의 위상을 굳힌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통해 백종원은 말하자면, 전국의 자영업주들을 방송으로 교육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각 종목별, 재료별 요리법이나 매장 관리법, 손님 응대법, 음식으로 손익 따지는 법, 음식장사에 임하는 자세 등을 매주 전국에 알려주는 것이다. 백종원을 골목상권을 침범하는 대기업주로 보던 악플이 사라진 이유다. 백종원의 지도를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는 업주들에게 짜증내지 않고 하나하나 조곤조곤 알려주는 모습에서 ‘보살’이라는 이미지도 생겼다. 방송이 끝난 후에도 인연을 맺었던 식당주들과 연락하면서 도와준다는 미담까지 알려져 칭송 열기가 더 커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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