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행보’ 이재명의 험난해 보이는 대선고지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6.1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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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권주자 평가 속 "경기지사가 한계"란 지적도

 

이제껏 없었던 독특한 유형의 정치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당선인 얘기다. 입지전적이고 드라마틱한 인생·정치 역정으로 구축한 팬덤은 이미 유명하다. '개천에서 난 용'인 이 당선인의 또 다른 별명은 '이슈 메이커'다. 이번 지방선거 기간 내내 형수에 대한 욕설 논란, 배우 김부선씨와의 스캔들 의혹 등을 몰고다니던 그는 당선된 6월13일에도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방송사 인터뷰 태도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 옹호론보다 '뽑히니 돌변했다' '실망했다' '이재명은 딱 여기까지'란 날선 반응이 더 많은 와중에 나온 여론조사는 분위기를 한층 누그러뜨렸다. 그가 이번 지방선거 당선인 중 가장 기대되는 인물로 꼽혔다는 내용이다. 당최 예측할 수 없는 이 당선인의 미래와 최종 종착지는 어디일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와 부인 김혜경씨가 6월13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에 마련된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꽃다발을 목에 걸고 환호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구설수 속 '가장 기대되는 지방선거 당선인' 꼽히기도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방선거 직후인 6월14일 전국 성인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신뢰수준 95.0%에 표본오차 ±3.1% 포인트)한 결과, 이번 선거 당선인 중 시·도정이 가장 기대되는 인물은 이재명이었다. 이 당선인은 15.0%의 응답률로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인(12.0%),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11.0%)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지방선거 당일만 해도 이 당선인에 대한 회의론이 주를 이루는 듯했다. 이 당선인은 6월13일 밤 당선이 확실해진 시점에 응한 방송사 릴레이 인터뷰에서 스캔들을 암시하는 민감한 질문이 이어지자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러더니 갑자기 남은 인터뷰를 모두 취소하라고 캠프 대변인에게 지시했다. 방송사들이 사생활 의혹에 관해 묻지 않기로 한 약속을 어겼다는 이유였다. 가까스로 인터뷰가 이어졌으나, 다시 관련 질문을 할 경우 인터뷰를 먼저 끊겠다고 선언했다. 급기야 MBC와의 인터뷰를 생방송 도중 중단해버렸다. "네, 감사합니다. 잘 안 들리는데요.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연기가 더해졌다. 방송 시청자는 물론 뽑아준 경기도민들까지 황당하게 만든 순간이었다. 

 

후폭풍은 거셌다. 인터넷에서는 생방송 도중 일방적으로 인터뷰를 거부한 것은 공인으로서 부적절한 처사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아직 해소되지 않은 의혹에 대해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을 언론에서 다 물어봐야 한다"며 "이재명 당선인은 공직자로서 이에 답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당선인이 고압적인 태도를 나타낸 데는 2위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와의 큰 격차(20.9%포인트)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당선인 입장에선 선거 결과를 확인하고 나서 '압승에 대한 감사와 각오를 전하기도 바쁜데, 영향력이 미미했던 스캔들 의혹에 재차 포커스가 맞춰지는 게 불쾌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쳐도 대응 방식이 너무 투박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김병민 경희대학교 객원교수는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선거 전후가) 달라지는 정치인은 처음 본다"고 지적했다. 박형준 동아대 교수도 "선거가 끝나고 면죄부를 받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선거 기간 제기된 의혹들은 도지사라는 큰 공직을 맡은 사람의 인격과 도덕성 측면에서 큰 문제"라며 "꼬리표로 따라 다닐 거다. 검증이 안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밀어붙이기식 행보, 지속 가능할지는 의문"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이재명 당선인은 능청스럽게 논란을 넘기려 했다. 그는 6월14일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지지자들에게 당선 인사를 전하며 "어제 (TV) 인터뷰 보고 실망한 분들 많으시죠?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제가 좀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지 말았어야 되는데. (웃음) 굳이 변명하자면 제가 너무 호되게 당한 데다가 사실은 어제 언론사들하고 다 약속을 했어요. 좀 미래 지향적인 이야기를 하자. 과거 이야기, 근거 없는 이야기, 그런 얘기를 해서 제가 좀 언짢았는데 제 부족함입니다. 이건 뭐 수양해야죠"라고 밝혔다. 

 

인터뷰 태도에 관한 사과와는 별도로 그의 스캔들 의혹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재명 당선인과 과거 연인관계였음을 주장한 김부선씨는 6월15일 심경을 밝히면서 이 당선인을 우회 비판했다. 김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나는 거짓말쟁이가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 싶었고 품격있는 사람이 정치인이 되길 바랄 뿐"이라고 적었다. 김영환 바른미래당 경기지사 후보도 스캔들 의혹과 관련해 이 당선인을 허위사실공표에 따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번 선거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며 선거전 막판 '불복론'까지 들고 나왔던 김 후보의 행보와 향후 이 당선인의 법적 대응이 어느 정도 수위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 당선인의 아내 김혜경씨의 '혜경궁 김씨' 계정주 의혹 역시 파괴력을 가늠하기 어렵다. 판사 출신 이정렬 변호사는 지난 6월11일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주가 이 후보의 부인 김씨라고 주장하며 경찰에 고발장을 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당선인의 정치 행보는 그것대로 굴러가고 있다.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는 다음주부터 가동, 내달 말까지 운영될 전망이다. 이 당선인은 위원장을 포함한 20명 이내의 명예직 위원으로 인수위를 구성할 예정이다. 민주당 차기 대권 주자군에 속한 이 당선인의 입지도 한껏 높아졌다. 이 당선인은 이번 지방선거 승리를 기반으로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인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당선인에 대해 "'정치 경력은 이번 경기도지사까지가 한계일 것'이란 회의론도 있으나, 단순히 그렇게 말할 수만은 없게 만드는 정치적 자산도 많다"며 "다만 지지자를 등에 업은 과도한 밀어붙이기식 행보가 계속 지속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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