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권 독립’ 시동 걸었다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8.06.25 13:10
  • 호수 1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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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안 발표…경찰, 수사종결권 가져와

 

문재인 대통령이 마침내 칼을 뽑았다. 지난 6월21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한 것이다. 이번 조정안을 통해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된 반면 경찰은 수사개시권에 이어 종결권을 갖게 됐다. 지금까지 지속돼 왔던 수직적인 검찰과 경찰의 관계가 상호 협력관계로 바뀐 것이다.

 

촛불의 힘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 1호로 검찰을 지목했다. 문 대통령은 먼저 인사권을 통해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지난해 5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깜짝 발탁이 대표적인 예다. 윤 지검장을 시작으로 박근혜 정부 때 한직으로 밀려났던 인물들이 중용됐고, 호남 출신들이 대거 약진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인적 쇄신에 이어 마침내 제도적 개편도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6·13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한 직후인 6월15일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관계 부처장들과 오찬을 가졌다. 문무일 검찰총장, 이철성 경찰청장을 비롯해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임종석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이 참석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경찰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일주일도 채 가기 전에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공식화했다. 검찰은 수사지휘권을 내준 것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반면, 경찰은 영장청구권을 가져오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개헌 사항인 영장청구권은 경찰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선에서 일단락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칼을 뽑아 들었다. 사진 왼쪽은 문무일 검찰총장. 오른쪽은 민갑룡 경찰청장 내정자​©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文 대통령, 수사권 조정 칼 뽑아

 

6월21일 오전 10시, 이낙연 국무총리가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문을 낭독하고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했다. 조정안은 “사법경찰관은 모든 사건에 대하여 ‘1차적 수사권’을 가지며, 사법경찰관이 수사하는 사건에 관해 검사의 송치 전 수사지휘는 폐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낙연 총리는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문재인 정부는 수사권 조정이 형사사법제도의 개선에만 그치지 않고, 검경으로 하여금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고 법치국가적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이 문제를 검토해 왔다”면서 “이를 위해 정부는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수사와 공소제기, 공소유지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상호 협력하는 관계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사법경찰은 본래 사법적 지휘관계를 전제로 존재하는 제도”라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대검찰청이 제출한 수사권 조정 관련 의견서에 따르면, 검찰은 “고(故)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된 사건의 경우에, 검찰은 경찰과 협력하는 것이 아니라 감시자로서 통제하는 것을 본연의 역할이고 사명으로 삼아왔다”면서 “재판장이 ‘소송지휘’를 담당하며 재판에서 최종책임을 부담하는 것과 같이 수사에서 소추(訴追·형사사건에 대해 법원에 심판을 신청해 이를 수행하는 일)에 대한 최종책임자인 검사가 수사지휘를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사의 수사지휘 제도는 OECD 35개국 중 영미법계 국가를 제외한 28개국의 법률에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는 일반적·보편적 제도”라면서 “경찰의 10일간 구속수사, 피의자 소환 및 신문, 조서작성 등 광범위한 사법적 권한은 검사의 사법통제를 전제로 형사소송법에 허용된 권한이다. 따라서 사법통제를 전제로 했을 때만 유지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경찰의 수사종결권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검찰의 기본 입장은 “수사종결은 법률 판단의 문제이고, 이는 사법기관인 검찰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현재 경찰이 입건한 사건은 모두 검찰에 송치해 검사가 수사내용을 검토하고 소추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이번 조정안으로 경찰은 자체적으로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검찰은 “기소돼야 할 사안도 경찰이 자체 종결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없어지고 형사사법 시스템의 사각지대가 생겨날 것”이라면서 “경찰의 수사종결권 인정으로 검찰의 통제장치가 사라진다면 경찰의 자의적 수사, 특히 체포·구속·압수수색 등 무분별한 강제수사로 인한 심각한 인권침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왼쪽 뒤)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오른쪽 뒤)이 6월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왼쪽 아래)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서명식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檢 “경찰의 인권침해 늘어날 것”

 

또한 검찰은 의견서에서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것은 소추기관이 아닌 경찰에 기소 또는 불기소를 결정하는 ‘소추결정권’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법원의 재판절차 이후 유죄·무죄의 판단이 분리될 수 없듯이, 기소·불기소의 판단도 동전의 양면과 같아 서로 분리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의 수사 결론이 검찰 단계에서 변경된 사건의 인원이 매년 4만6000명(기소유예 제외) 내외에 달하고 있다. 또한 2017년 송치 현황을 기준으로 경찰의 수사종결권 행사 결과를 산정해 보면,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자체 종결하는 비율이 전체 사건 중 무려 40%에 이른다”면서 “비(非)사법기관인 경찰에 소추 판단을 하도록 하는 것 자체로도 문제지만, 법률전문가인 검사의 판단을 거치지 않은 채 경찰이 자체 종결하는 사건의 비율이 40%에 이른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앞으로 형사사건의 종결 여부가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맡겨진다면 그 비율은 훨씬 더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검찰은 법원과 같은 모양의 건물을 사용하고 같은 사법시험 등을 통과했어도 사법기관인 법원이 절대 아님을 깨닫기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일선 경찰관들의 온라인 모임 ‘폴네티앙’의 류근창 회장(경남지방경찰청 경위)은 “최근 일부 검찰 고위 간부들이 경찰 수사의 사법적 통제 운운하며 수사종결권의 경찰 부여에 대해 반대하는데, 검찰은 엄연히 법무부 소속의 행정청이다. 경찰이 행안부 소속인 것과 같다. 즉, 삼권분립을 지향하는 헌법 정신에서 보면, 검찰은 공소를 유지하는 행정기관에 불과하다. 사법통제 운운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수사권, 기소권 등을 독점했으나 반세기 넘게 그들이 말하는 인권보호를 위해 무엇을 했다고 반발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은 영장청구권이다. 우리나라는 헌법에서 영장청구권의 주체를 ‘검사’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12조3항에는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16조 역시 “모든 국민은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즉, 경찰이 영장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한 것이다. 

 

이번 조정안에는,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경우 경찰은 관할 고등검찰청에 설치된 영장심의위원회(가칭)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영장심의위원회는 중립적 외부인사로 구성하되, 경찰은 심의과정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고 규정한 후 “검사 또는 검찰청 직권의 범죄혐의에 관해 사법경찰관이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의해 압수·수색·체포·구속 영장을 신청한 경우 검찰은 검사로 하여금 지체 없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도록 관련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警 “동등한 관계 되려면 영장청구권 보장”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영장청구권이었다. 영장청구를 하는 게 얼마나 힘든데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제도만으로는 역부족”이라면서 “사건 수사의 대부분이 영장청구와 연결돼 있다. 검사만이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가 유지되면서 결국 수사기록 전부를 검찰에 보고해야 하고, 이는 수사지휘권이 유지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류근창 회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검경의 관계를 상호 협력관계로 명시한 것이다. 현 정부의 검찰 개혁 방향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이므로 수사권 조정의 완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헌법상 명시된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의 삭제’ 등이 이뤄져야 완전한 수사구조가 될 것”이라면서 “수사준칙을 기존 대통령령에서 법무부령으로 하향시킨 것과 검찰의 징계 요구권 등은 협력관계라는 대전제에 비추어 보면 매우 아쉽다. 협력관계라면 경찰도 검찰과 같은 권한이 있어야 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정안에 따르면, 검사는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데, 보완수사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경찰 측 징계권자에게 징계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력이 예전에 비해 비대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자치경찰제를 요구했다.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단체장 아래 자치경찰을 두고, 지자체장이 지역 경찰청장을 임명하고 신규 경찰을 충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검찰 역시 “중앙집권적 국가경찰은 권한 남용 우려가 커 검사의 사법통제가 필요하지만, 자치경찰제가 이뤄지면 자치경찰과 국가경찰의 상호 견제가 가능하다”면서 “분권적 자치경찰의 수사에 대한 전폭적인 자율성 부여에 동의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 측은 이와 관련해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검찰이 자치경찰을 거론하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고 있다. 류근창 회장은 “지방자치경찰에 대해서도 그 관할과 결정은 행정안전부와 국회가 하게 돼 있다. 검찰에서 계속 언급하면, 우리도 지방자치검찰에 대해 연구해 볼 것”이라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검찰 권력에 대한 견제다. 검찰이 경찰 권력 비대화를 내세워 이런저런 논란을 만드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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