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부산은행 실적 추락에도 배당 잔치
  • 이용우 시사저널e. 기자 (ywl@sisajournal-e.com)
  • 승인 2018.06.25 13:31
  • 호수 1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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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BNK금융·부산銀 순익 급감…배당성향 높여 지역·서민 금융 뒷전 우려

 

BNK금융지주와 부산은행이 때아닌 고배당 논란에 휩싸였다. 보통 은행들의 고배당 논란은 주요 시중은행이나 국내에서 영업하는 외국계 은행에서 거론된다. 주주 가치 제고에만 몰두하면서 서민금융이나 은행 내실화를 등한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고배당 우려가 최근 BNK금융지주와 부산은행의 이해하기 힘든 배당정책 과정에서 제기됐다. BNK금융지주와 부산은행이 지난해 수익 악화에도 불구하고 배당금 규모를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BNK금융지주와 부산은행이 고객 가치 제고나 은행 재투자를 통한 내실화 강화보다 친주주 정책에만 집중한 것 아니냐는 비판 또한 거세지고 있다.  

 

BNK금융지주와 부산은행은 지난해 수익 악화에도 배당금 규모를 크게 늘려 비판에 휩싸였다. ⓒ연합뉴스

 

당기순이익 전년比 38%↓, 현금배당 44%↑

 

부산은행의 실적을 보면 2017년 순이익이 2016년보다 1000억원 이상 급감했지만, 배당금을 급격히 늘렸다. 수익의 절반 이상을 최대주주인 BNK금융지주에 지급했다. BNK금융지주도 마찬가지다. 저조한 수익과 낮아진 자본건전성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전년보다 더 지급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부산은행이 지난해 결정한 현금배당금 총액은 1149억원이다. 전년(799억원)보다 43.8% 급증했다. 3년 만에 최대 규모다. 평균 배당성향은 56.57%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32.11%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부산은행은 전년보다 저조한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부산은행은 203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전년(3268억원)보다 1236억원(37.8%)이나 감소했다. 수익이 감소한 상황에서도 배당금을 43.8%나 더 늘려주며 1000억원 이상을 현금배당으로 지출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부산은행은 당기순이익이 줄며 지방은행 2위로 밀려나 체면을 구긴 바 있다. 대구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11% 증가한 2941억원을 기록했다. 2007년부터 부산은행이 지켜온 지방은행 순익 1위 자리에 대구은행이 올라서게 됐다. 올해 다시 지방은행 1위 자리를 되찾아야 하는 부산은행이 지난해 수익의 절반 이상을 배당 잔치를 벌이는 데 활용한 셈이다.

 

부산은행 측은 저조한 실적을 낸 것과 관련해 “지역 주력산업인 조선·해운업종 관련 기업의 실적 악화로 대출 부실화가 커져 대손충당금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부산은행 대손충당금은 516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1134억원(28.1%) 급증했다. 하지만 부산은행은 지역 경기 악화로 인해 수익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지난해 벌어들인 수익을 은행에 재투자하거나 서민금융을 강화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같은 기간 다른 은행들은 순이익이 급성장했음에도 벌어들인 수익을 배당으로 내보내지 않았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2조1747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배당성향은 전년보다 7.84%포인트 줄인 29.44%로 유지하며 배당금 지급을 자제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순이익 증가에도 배당성향과 현금배당금 총액을 모두 줄였다. 지난해 씨티은행은 248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58.7% 급증했다. 하지만 배당성향을 줄이며 최대주주인 씨티뱅크 오버씨즈 인베스트먼트 코포레이션(COIC)에 보내는 현금배당금을 줄였다. 지난해 씨티은행이 결정한 배당성향은 37.7%로, 전년 대비 35.4%포인트 급감했다. 이에 현금배당금도 1년 전보다 206억원 감소한 938억원을 기록했다. 씨티은행은 고객의 이익과 가치를 높이고 디지털 역량 확보를 위한 재투자라고 설명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배당금 정책은 은행 측의 경영상 판단에 따른 행위지만 은행 자산건전성이나 수익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배당금을 늘린 것은 자칫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배당금 증가는 그만큼 실적이 견고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적이 견고하지 않은데 배당금이 급증한 건 일반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부산은행의 최대주주는 BNK금융지주다. 부산은행 지분의 100%를 소유하고 있다. 부산은행이 수익 악화에도 배당금 규모를 늘려준 것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BNK금융지주도 수익이 전년보다 1000억원 가까이 감소했지만 주주들에 대한 배당금을 크게 늘렸다. 

 

 

국민은행·씨티은행 등 배당성향 줄여 비교

 

지난해 BNK금융지주의 현금배당금 총액은 749억원이다. 전년과 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현금배당성향은 같은 기간 18.60%로, 전년보다 3.66% 증가했다. 지난해 수익이 2016년보다 감소했기 때문이다. 수익이 감소한 상태에서 배당성향을 늘려 배당금이 1년 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BNK금융지주의 순이익도 부산은행과 마찬가지로 전년보다 악화됐다. BNK금융지주가 기록한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031억원이다. 전년(5016억원)보다 985억원(19.6%) 감소했다. 

 

같은 기간 BNK금융지주의 순익 외에 자산건성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도 각각 0.45%, 5.77%로 전년보다 0.11%포인트, 1.93%포인트 줄었다. 부산은행과 마찬가지로 지역 경기 악화로 인한 대손충당금 증가가 수익 악화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BNK금융지주의 대손충당금은 8197억원으로 전년보다 21.4% 증가했다. BNK금융지주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이다. 올해 3월31일 기준으로 총 11.19%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어 롯데지주 외 특수관계인 11.14%(2017년 12월31일 기준), 파크랜드 외 특수관계인 6.3%(2017년 12월31일 기준) 순이다. 

 

수익 악화에도 배당성향을 높여 주주에게 배당금을 더 지급한 이유에 대해 BNK금융지주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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