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당선인, 518m짜리 ‘5·18 탑’ 추진 논란
  • 광주 = 조현중 기자 (sisa612@sisajournal.com)
  • 승인 2018.06.27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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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장 당선인 인수위 보고…도시 정체성·실현 가능성 등 문제 제기

 

민선 7기 이용섭 광주시장 당선인이 광주를 상징하는 ‘5·18 광주 빛의 타워’ 건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가 담긴 건축물을 광주의 ‘랜드마크’로 삼겠다는 이 당선자의 발상을 두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이 당선인 측은 광주다운 랜드마크로 관광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일각에선 도시 정체성에 어긋나고 수천억의 재원 마련 등 실현 가능성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민선 7기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당선인이 인수위원회격인 '광주혁신위원회'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광주혁신위 제공

“광주다움 랜드마크” vs “대형 건축물 위압감 줘 광주정신 배척” 

 

이용섭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격인 광주혁신위원회에 따르면, 7개 분과 중 도시재생위원회 노경수 위원장은 주요 업무 중 하나로 광주다움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서 ‘5·18 빛의 타워’ 건립을 보고했다. 노 위원장은 6월26일 “광주의 상징적 랜드마크가 없는 상황에서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역사적 조형물 설치의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는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경선에서 이 당선인과 경쟁했던 양향자 최고위원이 내걸었던 공약이기도 하다. 지난 2005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 당시 구도심 일원에 518m 높이의 민주인권탑을 세우자는 목소리가 나온 뒤 13년만이다. 상징 탑은 5·18을 상징하는 518m 높이의 건축물에 정의로운 광주와 역사적 사건을 상징화한다는 구상이다. 상징탑의 518m 높이에 5·18민주화운동 관련 공간을, 419m 근처에 4·19 민주화운동 관련 공간을, 315m 근처에 3·15의거 관련 공간을 각각 꾸민다.

 

갑오 농민혁명과 한말 의병 활동 등 의로운 역사적 사건을 위한 공간도 마련한다. 또 탑 상부에 광주의 대표 산업인 광산업을 상징하는 반경 10km에 도달할 수 있는 빛의 조명시설을 설치한다. 이와 함께 탑에 광주 전역을 커버할 수 있는 공공 와이파이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에 대해 일각에서는 “랜드마크로서 도시의 다양성을 부각하고 도시 이미지를 높여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등 긍정적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송재형 민주인권평화분과위원장도 “민선 7기 시정이 지향하는 가치와 철학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지를 고려해 검토보고서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518m 상징탑은 저항과 민주·인권·평화라는 도시 정체성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05년에도 비슷한 논란이 일어난 적이 있다. ‘518m 민주·인권타워’를 지은 뒤 5·18기념관과 컨벤션홀 등을 유치해 관광자원화 하자는 제안이 나왔으나 부정적인 여론에 직면한 바 있다. 당시 무등산 자체가 이미 광주의 랜드마크이며, 5·18정신을 상징한다는 518탑은 오히려 위압감을 주고 평등이라는 광주정신을 배척한다는 것이 비판 여론의 골격이었다. 이효원 전남대 교수(건축학과)는 “고층 구조물은 때론 도시의 명물이 될 수 있지만, 문화도시 광주에서 518m짜리 탑이 광주정신의 가치가 스민 상징물이 되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500m가 넘는 탑 설치에 수천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되는 데다 마땅한 부지 찾기도 쉽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을 지 의문이다는 지적도 많다. 일부에선 이용섭 당선인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5·18 당시 전두환정권의 사정담당 행정관 출신이라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무리하게 5·18 관련 공약 추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해석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당선인 측은 일부 반대 기류를 감안한 탓인지 서두르기보다는 시민 여론을 충분히 살펴 장기과제로 다루겠다며 한발 빼는 모양새다. 앞으로 타워 건립 필요성, 입지, 도입기능 등에 대해 시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충분한 의견을 수렴해 추진할 방침이다. 장소는 중앙공원, 구도심 학교부지, 개발 예정 신도심 등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민자유치를 통해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큰 틀에서 원칙을 정해뒀다. 노 위원장은 “이 당선인의 공약과 양향자 후보의 공약을 결합해 빛의 타워 건립 계획을 세우게 됐다”며 “민선7기 시정 방향이 지향하는 가치와 철학을 담는 방안을 고려해 검토 보고서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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