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산금리 부당 산출’ 3년 전에도 금감원 적발
  • 부산 = 박동욱 기자 (sisa5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6.2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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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SC제일은행 “금감원 지적, 과잉 징수 이자 환급”…내역은 비공개

"고객님의 거래은행인데, 대출금액 이자 과잉 징수분에 대해 환급해 드릴테니, 이체할 계좌번호를 알려주십시오."

지난 2015년 3월20일 낮 부산 사상구에서 전자기기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박아무개 사장은 당시 주거래은행인 SC제일은행 영도지점 여신팀으로부터 이자를 돌려준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처음엔 '보이스 피싱'으로 여기며 긴가민가했다. 담당 과장의 설명인즉, 지난 2011년 법인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산출 기준보다 많이 징수한 사실이 금융감독원의 감사에서 확인돼 과잉 징수분을 되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박 사장은 해당 은행으로부터 지난 2010년 두차례에 걸려 모두 16억원을 기업 경영자금으로 대출받은 상황이었다. 은행측이 환급해 준 금액은 450여만원. 그는 은행에 다시 전화를 걸어 "두차례 대출받았는데, 어느 대출건에 대해 산출 기준이 잘못됐느냐"며 관련 자료를 요구했으나, 묵살당했다. 담당 직원은 "금감원의 직무감사에서 구두로 지적을 받아 안 돌려줘도 되지만, 여러 사정을 감안해 환급해 주기로 결정했다"는 설명만을 반복했다는 게 박 사장의 주장이다. 이후 은행 해당 지점은 2015년 9월께 폐점했다. 박 사장은 이후 영도지점의 업무를 인계받은 지점에 수차례 같은 요구를 했지만,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수긍할 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2015년께 부산의 박 사장처럼 가산금리에 대한 부당 산출 사례가 금감원에 적발됐지만, 당시에는 외부에 공표되지 않아 어떤 은행들에서 얼마나 많은 피해 건수가 발생했는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시중은행의 가산금리에 대한 부당 산출 사례가 3년 만에 또다시 불거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21일 은행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2∼5월 9개 은행(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IBK기업·​SC제일·​한국씨티·​부산은행)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산정 체계를 검사한 결과 부당하게 가산금리를 올려 받은 사례가 일부 은행에서 적발됐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6월25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에서 시중 은행장들이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왼쪽부터 이대훈 NH농협은행회장, 허인 KB국민은행 회장,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 홍재문 은행연합회 전무이사, 김덕수 예산금융협회장, 위성호 신한은행회장, 함영주 KEB하나은행 회장. ⓒ 연합뉴스
 

시중은행 부당한 가산금리 6년 전부터 '논란거리'

 

금감원의 이번 발표에 대한 후폭풍은 거셌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깜깜이 가산금리' 문제가 확산되자 이튿날인 6월22일 "개별 직원의 문제일 뿐 은행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며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은행명을 공개하지 않아 소비자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은행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진 일이 아니어서 (금감원에서) 굳이 어떤 은행인지 밝히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금감원은 당초 대출금리를 잘못 적용한 은행 명단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닷새가 지난 6월26일 문제의 은행 3곳이 언론에 공개됐다. 경남은행과 KEB하나은행, 한국씨티은행 등이 지난 5년간 부당 청구한 대출 건수는 1만2000여건 이상으로, 금액이 27억원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은행 중 대출금리 부당 청구 사례 가장 많은 경남은행은 26일 공식 사과문을 통해 "일부 영업점이 고객 정보 중 연소득 금액을 잘못 입력해 금리가 추가 가산된 사례가 발견됐다"며 "잘못 부과된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빠른시일내 환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이번에 자체 조사를 통해 은행들의 부당한 가산금리 적용 사례를 밝혀냈지만, 은행들의 부당이자 징수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2014년 10월8일에는 시민단체 금융소비자원(대표 조남희)이 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탈사 등 금융회사가 대출 금리를 높게 책정해 부당이익을 취득했다며 금융감독원에 국민검사를 요구하는 청구서를 제출했다. 

 

2012년에는 은행을 상대로 한 금리 담합 소송이 제기됐다. 당시 이아무개 씨등 3명은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을 상대로 대출받은 사람들이 은행의 CD 금리 담합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증거부족으로 패소했다.

 

 

시중은행 가산금리 > 기준금리…9개 은행은 2배 이상

 

금감원은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제멋대로 올린다는 여론이 일자 지난 2016년 12월13일 은행 담당 부원장보 주재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 등이 참석하는 회의를 개최한 뒤 "은행권과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대출금리체계 모범규준' 개정 등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고 약속했다.

 

이같은 금감원의 약속에도 지난 2017년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일부 시중은행의 과도한 가산금리가 또다시 문제로 지적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국내은행 일반신용대출 금리 현황' 자료를 보면, 2017년 6월 기준 국내 16개 은행사의 가산금리 평균치는 3.29%로, 2013년보다 0.33% 올랐다. 당시 16개 은행의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4.79%이었다. 이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합산한 수치다. 기준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통해 결정하는 정책금리이지만, 가산금리는 개별 은행 사정에 따라 위험성과 은행 비용 등을 통합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당시 자료에 의하면 5년 전과 비교해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간 '역전 현상'이 매우 커졌다. 2013년에는 가산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높은 은행은 7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기준으로 모든 은행의 가산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높았다. 특히 한국씨티은행과 전북·광주은행은 가산금리가 기준금리의 3배나 더 높았다. KEB하나은행과 경남·부산·대구·수협·제주은행 등은 가산금리가 기준금리보다 2배에 달했다. 가산금리에 대한 은행들의 '고무줄 잣대'가 은행들의 자율에 맡겨진 채 관행화된 데 따른 결과다.

 

 

"기보 발급 신용보증서 담보부 대출에도 가산금리 적용"

 

가산금리 산정 오류로 인해 피해를 입은 뒤 지난 3년 동안 과잉 이자 환급분에 대한 소명자료를 줄기차게 요구해 온 박 사장은 "주택담보대출 등 개인의 피해도 상당하지만, 액수가 상대적으로 큰 기업들의 피해 또한 숨겨져 있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기술신용보증기금이 발급한 신용보증서에 기초한 담보부 대출에 대해 가산금리를 부당하게 적용한 사실이 당시 금감원에 적발됐지만, 해당 은행은 본점의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며 몇년이 지난 지금까지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SC제일은행 관계자는 "해당 대출자의 경우 전산에 자료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일부 내용을 누락하는 바람에 일어난 착오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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