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서대, 없는 증거 만들어 회계 조작했다”
  • 유지만·박성의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7.02 14:34
  • 호수 1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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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호서대 前 회계 담당 직원 폭로

 

호서대학교가 수십억원의 교비를 횡령한 가운데, 조직적인 증거 조작이 이뤄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시사저널은 당시 해당 업무를 진행한 A씨를 만나 회계 조작과 검찰수사 과정에서의 증거 조작에 대해 상세히 들었다. 인터뷰에 응한 A씨는 “학교가 조직적인 부정을 저질렀음에도 몇몇 직원들에게 누명을 씌워 정리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본지는 6월19일 경기도 모처에서 A씨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당시 이뤄졌던 회계 조작과 증거 조작에 직접 참여했다고 고백했다. 또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하고 마음속 앙금을 털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 시사저널 임준선


 

호서대에서 어떤 업무를 했나.

 

“호서대에 들어온 이후 쭉 경리 업무를 봤다. 산학협력단으로 발령 나서도 경리 업무를 주로 했다.”

 

2014년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교비 횡령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당시 대전지검 천안지청에서 수사가 들어왔다. 2014년 10월6일 압수수색이 들어왔다. 참고인 조사를 받았는데 검찰이 ‘이 자금이 어디서부터 문제가 된 것이냐’고 물었다. 검찰의 조사 대상인 2014년 외에도 2012년과 2013년 회계가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전체적으로 보면 산학협력단에서 ‘가족기업 사업비’ 명목으로 급조된 자금 출처에 문제가 많았다.” 

 

조작이라고 말했는데, 조작이 어떻게 이뤄졌다는 얘기인가.

 

“당시 구매업무와 회계업무를 담당했다. ‘가족기업 사업비’라는 게 자금만 들어간 걸로 돼 있는데 (회계를) 조작하기 위해서는 자산에 대한 것, 즉 물품대금 등에 대한 조작이 있어야 가능하다. 당시 학교에는 ‘벤처연구비’가 있었는데, 주로 기자재를 구입하는 데 사용했던 비용이다. 이 비용 내역과 산학협력단의 ‘가족기업 사업비’라는 대여금, 또 기업과 맺은 양해각서(MOU) 등이 모두 조작됐다.”

 

산학협력단에서 지불되는 자금의 근거가 되는 서류가 모두 조작됐다는 것인가. 

 

“그렇다. 심지어는 세금계산서도 (조작됐다). 물품을 구매할 경우 2000만원 이상이면 입찰을 하게 돼 있는데, 입찰 과정부터 입찰에 필요한 서류들까지도 다 조작했다. ‘가족기업’으로 산학협력자금을 지원받았다는 업체 중 직접 계약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2014년 검찰수사에서는 미처 살피지 못했던 부분인가. 

 

“그렇다. 보지 못했다. 조작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검찰 쪽에 조작 정황이 파악되는 바람에 사무실이 폐쇄되기도 했다.” 

 

2012년과 2013년 회계를 검찰이 확인하지 않은 것인가. 

 

“아니다. 수사 당시 검사가 2013년 회계에서 몇몇 업체에 돈이 나간 경로와 다시 돌려받은 경로가 다르다며 정확한 자료를 요구했다. 그래서 결산 작업부터 다시 했다. 그래서 검찰수사 과정에서 솔직하게 ‘봐달라’고 했다. 우리가 다 숫자를 맞춰 처리해 놓고 봐달라고 해서 조사가 더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2014년의 경우에는 한 업체에서만 약 4억원가량 돌려받았다. 그 업체는 비교적 탄탄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다 미수금으로 잡혔다.”

 

수사 과정에서 조작됐다는 것인가. 

 

“그렇다. 증거물이나 증빙 없이 현금만 오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검찰에서 문제가 된 2014년의 경우 학기 초인 3·4월이나 5·6월에 기업으로 돈이 집중적으로 지급된다. 당시 10월6일에 압수수색이 들어왔는데, 자금이 집행될 때 필요한 서류들이 없었다. 그래서 그것들을 모두 만들었다.” 

 

2014년 외에도 2012~13년에도 조작됐나. 

 

“2012년이나 2013년의 경우 회계가 맞춰져 있으니 관련 서류를 조작할 필요가 없었다. 검찰에 걸리지 않았으니 서류를 따로 만들 필요가 없었다. 2014년에 조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검찰수사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자금이 나간 것을 정당화시켜야 하지 않나. 그래서 서류를 꾸미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2012·2013년 자료는 지금도 없는 것인가. 

 

“없다. 만약 학교가 지금 관련 자료를 제시한다면 모두 조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내밀면 조작된 것이다. 예를 들어 ㄱ업체에 100만원을 줬고 연말에 100만원을 돌려받은 행위만 존재한다. 관련된 서류는 없다.” 

 

2012년 초에 업체에 지급된 돈이 어떻게 쓰였나. 

 

“그것은 알 수 없다. 만약 오늘 내가 입금을 하면 내일쯤 특정인들이 업체에 전화를 해서 ‘입금됐느냐’고 물은 뒤 ‘얼마를 빼 달라’고 요구한다. 연초에 돈이 들어오면 2~3일 안에 돈이 빠져나간다. 사용내역까지는 알 수 없다. 해가 넘어가면 다시 돈이 들어오는데, 이미 빠져나간 돈을 업체가 돌려줄 수 없으니 벤처연구비에서 끌어다가 넣어준 거다. 이건 소설이 아니다.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검찰 측에서) 확인해 준 것이다. 확실한 사실이다.”

 

조작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교수들이 4~5명가량 있었고 행정직원까지 포함해 10명가량의 인원이었다. 위치는 창업지원단 사무실 옆에 있는 회의실이었다. 업체와의 계약서가 필요할 경우 해당 기업의 직인을 따로 만들어서 서류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누군가가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오면 조사 내용에 맞는 자료를 만들어낸 것인가. 

 

“소위 ‘관제탑’이란 것이 생긴다. 검찰 조사 외에도 감사를 받을 때 감사관들이 있는 사무실 옆에 사무실을 하나 차렸다. 감사관이 누굴 부르면 들어가기 전에 이러이러한 질문을 할 거라는 얘길 해 주고, 감사를 받고 나오면 어떤 분이 어떻게 얘기했는지, 답변은 어떻게 했는지 공유하는 과정이 정례화돼 있었다. 검찰수사 과정에서도 이런 식으로 대응했는데, 문제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하니 조작까지 한 점이다. 대응 과정이 변질된 것이다. 검찰이 해명 자료를 요구하니 필요한 자료를 빨리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서류 조작까지 하게 된 것이다.” 

 

호서대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학교의 자금 부분은 경리 업무 관계자만 알 것이고, 나머지는 학교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학교는 학생들 등록금으로 마련된 교비뿐만 아니라 국가에서 지원받은 세금을 잘못 쓰고 있다. 특히 몇몇 인사들이 불법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문제가 크다.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죄의식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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