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초강경 이민정책 정면 돌파 속내
  •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02 15:56
  • 호수 1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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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중간선거 노린 지지층 결집 카드?

 

“현재 미국 이민정책은 뒤죽박죽(hodgepodge) 이다. 간단히 ‘미안하지만, 당신은 (미국에) 들어올 수 없다’로 바뀌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월26일(현지 시각) 미국 의회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이민정책에 관해 명료하게 언급한 말이다. 이른바 밀입국 부모와 아동의 ‘격리 정책’ 시행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이를 철회했지만 자신의 강경한 이민정책에 관해선 추호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은 한마디로 ‘무관용(zero tolerance)’ 원칙으로 통한다. 합법적인 이민자 외에는 누구도 미국에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민정책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기본적인 정책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산물이다. ‘이민자의 나라’로 건설된 미국이지만 이제부터 미국 국내 시민권자에게 우선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역설적으로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른바 이민자들에 관해 ‘포괄적인 관용정책’을 제시하면서 재선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무관용’ 원칙은 미국 내 백인 노동자층의 몰표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되도록 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 자체가 그의 지지 기반의 특성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민정책은 180도 다르다. 불법 이민자들에게 기회를 보장하려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민정책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무관용’ 원칙으로 바뀌었다. ⓒEPA·AP 연합


 

아동 ‘격리 정책’ 철회, 속내는 따로 있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는 재임 8년 동안 이른바 ‘이민 개혁’을 내세웠다. 합법적인 이민을 유도하고 불법적인 이민자에게도 최대한의 기회를 주겠다는 정책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미 의회의 반대 등으로 오바마의 이민 개혁은 벽에 부닥치면서 ‘오락가락’한 이민정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말았다. 재임 8년 동안 실제로 해결된 이민정책 개혁은 하나도 없고 공을 떠넘기기만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불법체류 청년의 추방을 유예하는 ‘다카(DACA·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 프로그램이다. 다카 프로그램은 2012년 오바마 행정부가 어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온 불법체류 청년들이 걱정 없이 학교와 직장에 다닐 수 있도록 추방을 유예한 행정명령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 행정명령을 갱신해 줬다. 청년들은 갱신이 가능한 2년짜리 노동허가증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최대 80만 명이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이를 폐지하겠다는 칼을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다카 프로그램의 수혜자인 청년(드리머·dreamer)들에게 시민권을 제공할 수 있다는 양보와 함께 자신의 이민정책인 멕시코 장벽 건설과 연쇄 이민 폐지 등 강경한 이민정책 법제화를 의회에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밀입국자의 부모를 자녀와 격리해 기소하는 초강경 정책을 시행했다.

 

최근 미국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아이들이 철망으로 둘러싸인 수용소에서 부모와 격리된 광경, 아이들이 부모를 찾으며 우는 목소리가 방송 뉴스 등을 통해 전파됐다. 도덕성 논란과 함께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도 “법을 따르는 나라가 필요하지만 가슴으로 다스리는 나라 역시 필요하다고 믿는다”는 성명을 발표할 정도로 반향은 극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20일 국내외의 비난 여론이 급속히 확산하자 이를 철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초강경 이민정책으로 일관하던 그가 이례적으로 고집을 꺾고 한발 후퇴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변화는 공화당의 설득이 주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에선 오는 11월에 실시될 의회 중간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강력하게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멜라니아 여사의 설득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우리는 가족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싶지 않은 동시에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불법으로 들어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불법 이민에 관해서는 기존 ‘무관용’ 정책을 계속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다카(DACA)’ 프로그램 폐지에 반대하는 시민들 ⓒAP연합


 

트럼프 이민정책, 중간선거 결과로 판가름  

 

이번 사태는 표면적으론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차적인 타격을 안긴 것은 분명하다. 그의 ‘무관용’ 정책의 비도덕성이 부각되면서 ‘잔인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미국 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다만 실제로 그에게 큰 타격을 줄지는 미지수다. 그가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도 그의 지지자들에겐 강력한 이민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미 의회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정책에 관한 논란을 핵심 이슈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다시 이민정책 법제화의 공을 미 의회에 넘겼다. 현실적으로 미 의회가 오는 중간선거 전에 합의를 통해 해결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zero)’에 가깝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근본적인 시각 차이는 물론 각 이해집단과 세력의 갈등에 첩첩산중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이 갈등을 이용해 그대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어차피 비난 여론은 이미 예상했다. 핵심 지지층이 뒷받침하고 있는 초강경 이민정책을 통해 다시 한번 지지층 결집을 노리고 있다. 이를 통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것이다. 

 

미 연방법원도 이슬람 5개국 국민의 입국을 금지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효력을 인정하는 판결을 6월26일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자신의 강경 이민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는 사법적 근거를 얻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에 관한 ‘도박’도 일차적으론 이번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판가름 날 공산이 커졌다. 따라서 이미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미국 이민정책에 관한 공방은 의회 중간선거 전엔 뚜렷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채 각 정치 세력 간의 치열한 공방만 계속 펼쳐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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