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년운이 나쁘다고 실망하거나 체념하지 말라
  • 한가경 미즈아가행복작명연구원장·시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0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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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경의 운세 일기예보]

사람의 성품은 태어난 날에 따라 달라진다. 타고난 일간(日干)이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 오행 중 어느 오행에 해당되느냐라는 것만 살펴봐도 그가 어머니 뱃속에서 세상에 나올 때 받은 선천적인 성품이 어떤지 알 수 있다. 즉 태어난 날이 나무냐, 불이냐, 흙이냐, 쇠냐, 물이냐가 사주감명의 가장 일차적인 기준이 된다. 쉽게 말해 물의 날에 태어난 사람은 물과 같고, 불의 날에 태어난 사람은 불과 같다. 전자는 물이 지닌 속성처럼 유연하며 큰 포용력이 특징이다. 후자는 성격이 불과 같아 쉽게 화를 내고 쉽게 식는다. 같은 일간이라도 사주가 다르니 인생은 각각이겠지만, 비슷한 점도 많다.

 

예를 들어본다. 필자가 상담한 30대 직장인 J씨와 60대 사업가 K씨는 공통점이 있었다. 태어난 날, 즉 일간이 계(癸)수(水) 오행이라는 점, 둘 다 초년시절이 불우했다는 점, 특히 어머니가 아들에게 도움을 주는 귀인이었지만 모자(母子)로서 인연의 끈이 비교적 짧았다는 점 등이었다. 원래 타고난 사주 원국의 전체 얼개와 후천적 대운이 각각 다르므로 두 사람이 살아가는 삶은 각각 다르다. 다만 역학연구가나 상담전문가로서는 교과서적인 케이스 스터디 사례였다. 즉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 소개해본다.

 

우선 J씨는 태어난 날이 맑은 빗물로 일컬어지는 계해(癸亥) 일주. ‘계’는 오행 중 수 오행에 해당된다. ‘해’도 큰 호수이다. 물의 날에 태어나면 대체로 외유내강형 성품이다. 표리부동(表裏不同), 혹은 이중적인 면이 있다. 겉으론 온화하고 침착하며 대인관계도 사교적이지만 속으론 치밀한 계산과 냉철한 판단력, 빠른 두뇌회전을 자랑한다. 언뜻 보기엔 사람 좋아 보이고 모나지 않은듯하지만 실제로는 고집과 과격함을 내재하고 있다. 처음엔 참 부드러운 성격이라는 느낌이지만 자기 속을 잘 드러내지 않는 면을 날이 갈수록 알게 되면서 보기보다 야무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최근 상담한 J씨가 어머니와의 인연이 희박한 팔자 등 초년운이 불행한 운명을 타고났지만 지금은 많이 회복됐다는 말부터 전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친어머니와 돌 때 헤어졌다. 그리고 20대 중반에 기적처럼 다시 상봉했다고 한다. 과연 역학이 무엇이기에 생년월일만으로도 모자(母子)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일까. 또한 운(運)이란 무엇이기에 날씨처럼 좋았다 나빴다 하는 것일까.

 

임술(壬戌)년 병오(丙午)월 계해(癸亥)일 무오(戊午)시. J씨가 타고난 사주 네 기둥이다. 이 사주는 큰 약점이 있었다. 그것은 금생수(金生水)로 물을 공급해주는 수원지인 금(金) 오행이 미약하다는 점이었다. 대운(大運)마저 20대 중반까지 그를 불행하게 하는 화(火) 토(土) 운을 만났다. 흐름이 원활해야 하는 수(水) 오행을 힘들게 고갈시키며 그를 외롭게 했다. 그러다 20대 중반부터 반가운 신(申), 즉 금 오행 대운이다. 이는 일간 계수를 도와주는 유익한 오행으로 물항아리 같은 역할을 한다. 육친으로 볼 때 일간인 ‘나’를 생(生)하는 금(金)은 친어머니, 화(火)는 친아버지이다. 이 사주에는 ‘나’를 힘들게 하는 화(火)는 왕한데 금(金)이 없다. 어머니가 안 보인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어머니가 ‘지장간(支臟干)’으로 숨어 있다. 즉 년주 임술(壬戌)년의 술(戌) 속에 내장된 지장간 신(辛)금(金)이 어머니다. 지장간이란 지지(地支)에 숨겨져 암장돼 있는 천간(天干)을 말한다. 아버지는 병오(丙午)월의 오(午)화(火), 즉 정(丁)이다. 

 

그리고 J씨 친어머니는 아버지와 정(丁)신(辛)충으로 충극(冲克)하는 관계. 반면 천간에 있는 병(丙)화(火)와는 서로 안 보면 못 살만큼 좋아해 암합(暗合)하는 관계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J씨가 어릴 때 친아버지와 헤어져 집을 나갔고 다른 남자인 병화와 재혼했다. 아버지도 새 엄마를 만나 재혼했다. 대운의 흐름을 계산해보니 J씨는 대운이 좋은 운으로 바뀌는 나이가 25세부터였다. 그는 25세부터 신(申)금(金) 운을 만났다. 반갑기 그지없는 무신(戊申) 대운의 신(申)금(金) 운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얼굴도 모르고 지냈던 친어머니와 20여 년 만에 기적 같은 모자 상봉을 한 그였다. 만나고 보니 어머니는 아들에 대한 그리움만을 가슴에 안고 때를 기다리며 한 많은 세월을 보냈다. 모자는 서로 부둥켜안고 실컷 울었다. 경제적으로는 부동산을 꽤 많이 소유하고 있는 등 넉넉한 상황인 어머니였다. 핏덩이 때 눈물로 헤어져 모자간의 정을 나누지 못한 아쉬움이 컸던 아들이었다. 어머니는 가진 재산을 아낌없이 다 아들에게 상속해주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듣고 보니 참 놀랍지 않은가. ‘딱’ 사주대로, ‘딱’ 운세대로 사는 게 인생임을 보여주는 것만 같으니 말이다.

 

사진 = 시사저널 최준필

 

당초 첫 손자 이름을 작명하러 필자 사무실을 찾은 60대 K씨. 그는 갓 태어난 신생아 이름을 전해 받은 뒤 일부러 아들더러 잠시 밖에 대기실에 나가 기다리게 하고는 궁금한 게 있다며 인생상담을 시작했다. 

 

“전남 땅에 돌아가신 어머니 묘소가 있는 데 너무 멀어 직장생활로 바쁜 아들 운전시키며 데리고 다니기가 불편합니다. 화장해 가까운 서울 근교에 모셔두면 다니기가 훨씬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어떨까요?”

“아뇨, 모친 산소는 그냥 그대로 두시는 게 좋겠습니다. 아드님께 제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계유(癸酉) 일주인 K씨. 그도 일간 계수 오행이 많이 신약(身弱)한 사주에 J씨처럼 초년운이 나빴다. K씨처럼 재성인 화 오행이 많아 박복한 재다신약(財多身弱) 사주였다. 재다신약 사주라는 것은 생(生)하고 극(克)하는 관계를 일정하게 이름붙인 열 개의 십신(十神) 중 하나인 재(財)가 일간(日干) 보다 힘이 훨씬 강한 경우다. 즉 허약한 일주(一柱)에 비해 재성(財星)이 많아 부담스러운 사주로 태어난 경우를 일컫는다. 

 

계유 일주이니 유(酉)금(金)은 인수(印綬)이므로 어머니이다. 홀어머니가 일간 바로 아래에 위치해 뜨거운 모정으로 아들을 키운다. K씨는 어릴 때 일주를 생조하는 행운의 희신운인 금(金) 수(水) 운을 만나지 못하고, 불운한 기신운인 토(土) 화(火) 목(木) 운으로 대운이 시작됐다. 오로지 친어머니인 일지(日支) 유금이 공급해주는 수원(水源)에 의존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친아버지 밑에서 행복하게 양육되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돌며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하기 십상인 불행한 사주라고 K씨에게 말해줬다. 그러자 K씨는 갑자기 말문이 막히는 지 먹먹한 표정을 짓더니 눈가가 촉촉이 젖었다. 손수건을 꺼내 잠시 눈물을 훔친 그는 힘들었던 자신의 청소년 시절 얘기를 들려줬다. K씨는 어머니가 재처로 아버지를 만난 인연으로 세상에 태어났다. 아버지가 두 모자(母子)를 집에 끌어들였으나 본부인 쪽 가족들의 갖은 홀대와 구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집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K씨 어머니는 힘든 막노동을 마다않으며 혼자서 외아들을 키우느라 애쓰다 몹쓸병을 얻어 일찍 세상을 떠났다. 혈혈단신 외톨이가 된 그는 대학 진학은커녕 먹고살기조차 힘들어 어느 가게에 들어가 잡일을 하다 용케 배관 기술 등을 배우며 생계를 꾸려나갔다. 집수리 실력이 갖춰지자 엔지니어로 착실하게 일하고 저축하며 늦게 결혼도 했고, 자식도 둘이나 낳아 남부럽지 않게 키웠다. K씨는 사주에 화 오행 재(財)와 토 오행 관(官)이 많았다. 그 덕으로 그는 초년과 달리 대운이 일주를 생조해 주는 금 수 오행 운으로 바뀌자 부동산 부자가 됐다. 한 푼 두 푼 월급을 모아 이십여 년간 꾸준히 매입해 둔 잠실 일대 논밭들이 강남지역 개발로 금싸라기땅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K씨 얘기를 다 듣고 난 필자는 아들을 불러 간곡히 당부했다. 

 

“아버지가 지금 건강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것이나, 땅부자까지 된 것이나 다 뼈 빠지게 고생하며 외아들을 홀로 키우다 돌아가신 할머니 덕입니다. 동기감응이라고 해 할머니가 죽어서도 혼령으로 아들과 손자의 성공을 간절히 기원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고맙고 눈물겨운 일입니까. 화장해 묘를 이장하면 그 기운을 받기 힘드니 산소를 그대로 두고 아드님이 아버님 모시고 자주 선영에 다녀오시면 좋겠습니다.”

 

K씨 아들은 필자 제의에 흔쾌히 동의했다. “할머니 희생이 없었다면 아버지가 사회생활도 못했고, 경제적인 성공도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제 차로 아버님을 모시고 자주 할머니 묘소를 찾아 함께 좋은 기운을 받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젊어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이 있다. 젊을 때 크게 고생하고 이겨내며 강한 정신력을 갖추고 좋은 실력을 갖추면 얼마든지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다. ‘고진감래(苦盡甘來) 흥진비래(興盡悲來)’라는 말도 있다. 골이 깊으면 정상이 높다. J씨와 K씨 경우를 보더라도 초년에 불행했다고 쉽게 인생을 포기할 일은 아니다. 

 

“벼슬을 한다면 궁문수비병 집금오, 아내를 얻는다면 음려화(陰麗華).” 

 

집금오는 평민들에게 위세께나 부릴 수 있는 미관말직이었고, 음려화는 당시 소문이 자자한 미인이었다. 유수(劉秀)는 이런 소박한 희망사항이나 얘기하며 부러워하고 다니던 평범한 종실의 한 사람이었다. 유수가 누구인가. 그는 바로 어지러운 중국 신(新)나라를 멸하고 후한(後漢)을 개창한 광무제(BC5~AD57년)이다. 비록 왕족이었지만 어릴 때 부모 인연이 희박해 9세 때 부친을 잃고 형과 함께 숙부집에서 농사일이나 도우며 어렵게 지냈다. 그러다 신나라의 부패로 민중봉기가 일어나자 옆집 소를 얻어 타고 달려 나가 곤양성 전투에서 불과 3000군사로 조정의 100만 대군을 격파하고 천하를 호령하는 황제가 된다. 

 

‘소년이여, 큰 꿈을 가져라’는 격언을 기억할 것이다. 이 말처럼 초년운이 나쁘다고, 좋은 고교나 좋은 대학에 입학하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체념해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 한 가지 우환(憂患)마저 없는 집도 없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그리고 더 없이 소중한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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