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아 납치’에 놀란 밀양, 등·하굣길 안전대책 세운다
  • 경남 밀양 = 김완식 기자 (sisa512@sisajournal.com)
  • 승인 2018.07.1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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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교육지원청, 초등생 혼자 이동 시간 5분 이상 않도록 적극 검토

 

최근 경남 밀양에서 스쿨버스를 타고 집 근처에 내린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 홀로 걸어서 귀가하던 중 납치된 사건이 발생하자 교육당국이 인적이 드문 농촌지역의 등·학굣길 안전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밀양교육지원청은 7월12일 밀양 시내 전 초등학교에 공문을 보내 통학 현황을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사 대상은 학생들의 통학 수단과 부모님이 등·하교를 돕는여부와 차량 하차 뒤 집까지 걸어가는 소요시간 등이다.

밀양교육지원청은 7월19일까지 조사 결과를 취합해 이를 토대로 안전대책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등·하굣길 혼자 이동하는 시간이 5분 이상 걸리지 않도록 집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하차하게끔 통학버스 노선을 조정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학생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장운익 밀양교육장은 “학생들의 통학 유형을 구체적으로 조사해 안전대책을 수립하겠다”면서 “학생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전 교직원의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장운익 밀양교육장이 지난 1월5일 밀양아리랑시장을 방문해 화재예방 안내방송을 하고 있는 모습. ⓒ 밀양교육지원청



하굣길 9세 여아 납치에 교육당국, 통학 유형별 안전대책 수립


앞서 지난 7월9일 오후 4시 5분께 밀양시 산외면의 한 마을회관 앞길에서 스쿨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가려던 초등학교 3학년 A양(9)이 이아무개씨(27)에게 납치됐다. 이씨는 자신의 트럭으로 A양을 납치했다.

A양의 집은 스쿨버스 하차 장소와 300m 정도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학교를 마친 A양은 통학버스를 타고 오후 4시께 집에서 300m가량 떨어진 마을회관에 내려 귀가하는데 이날은 하교 후 오후 5시40분까지 아무런 소식도 없이 귀가하지 않자 아버지가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통학버스 블랙박스에 A양이 하차하는 것을 확인한 뒤 실종 예상지역인 마을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탐문수색에 들어갔으나 한동안 행적을 찾을 수 없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A양을 납치한 뒤 끈으로 묶은 채 밀양과 경북 청도·칠곡, 경기도 여주 등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다 다시 밀양으로 돌아온 것으로 드러났졌다. 그는 수색 중이던 경찰을 본 뒤 7월10일 오전 9시 45분쯤 A양을 내려두고 도주했다. 납치된지 18시간 만이다. 경찰은 아이를 내려준 1톤 포터 트럭을 추적, 이 날 오후 1시55분께 인근 창녕의 한 PC방에서 이씨를 붙잡았다.

창원지법 밀양지원은 7월12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상 약취·유인 등 혐의로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이 씨가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이씨는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범행을 모두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활고로 인해 평소 일정한 거처 없이 차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닌 그는 이틀째 이어진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길을 따라 운전하던 중 우연히 아이를 보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계획범죄가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얼마 전에 범인을 한 번 본 것 같다”는 A양 진술 등을 토대로 이 씨가 계획적으로 범행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구속된 이씨 등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9살 여자아이를 납치했다가 풀어주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 이아무개씨(27)가 7월10일 오후 경남 밀양경찰서로 호송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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