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톱스타 이병헌의 안방극장 귀환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13 11:17
  • 호수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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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션샤인》으로 9년 만에 안방극장 컴백한 이병헌

 

이병헌은 다작(多作)하는 톱스타다. 연기력만큼 직업에 대한 소신도 확고하다. 연기자는 연기할 때, 그러니까 연기를 잘할 때 가장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재능을 아끼지 않는, ‘대체 불가’ 이병헌이라는 배우가 좋다. 그가 건재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번엔 드라마로 돌아왔다. 그가 선택한 작품은 ‘2018년 최고의 기대작’ tvN 주말극 《미스터 션샤인》(극본 김은숙, 연출 이응복)이다. 신미양요(1871년) 때 군함에 승선해 미국에 떨어진 한 소년이 미국 군인 신분으로 자신을 버린 조국으로 돌아와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로, 1900년 전후 격변의 조선을 살아간 의병들의 삶을 담는다. 이병헌은 태어날 때부터 노비였지만 미국으로 건너가 검은 머리의 미국인으로 살게 된, 미 해병대 대위 유진 초이(Eugene Choi) 역을 맡았다. 김태리·유연석·김민정·변요한 등 젊은 연기파 배우들이 시너지를 발산할 예정이다. 

 

tvN 주말극 《미스터 션샤인》으로 돌아온 이병헌. ⓒtvN 제공


오랜만에 드라마로 돌아왔다. 

 

“드라마 제안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영화에 집중하게 됐어요. 좋은 드라마로 안방극장에 컴백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죠. 이번 작품이 흥미로운 건, 시대 배경이 구한말이라는 사실이에요. 격변의 시대이고, 그 시대 자체가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제가 맡은 ‘유진 초이’라는 역할은 한국 드라마에선 보기 힘든 캐릭터예요. 애국자이기보다는 오히려 조국에 반감을 가진 인물이죠. 그 배경이 부모의 죽음이고, 그래서 자신의 나라 조선을 복수의 대상이라고 생각해요.”


그사이 드라마 촬영장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올인》(2003년) 이후 6년 만에 《아이리스》(2009년)를 촬영했을 때도 현장에 적응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느낀 건, 스태프들의 연령대가 많이 낮아졌다는 거예요(웃음). 제가 나이를 먹은 것도 있지만, 어느덧 배우들 사이에서, 아니 스태프들 사이에서도 제가 맏형이 됐더라고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배님들께 먼저 인사를 하는 입장이었는데, 이제 받는 입장이다 보니 기분이 묘했어요.”

 

400억원이라는 대작 드라마의 맏형이자 중심이다. 부담감은 없나. 

 

“맏형이라고 해서 배우들이 저를 어려워하거나 눈치를 보는 현장 분위기는 아니에요. 동료 배우로서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주고받고 있어 저도 편하게 촬영하고 있어요. 특히 스태프들의 경우 드라마 촬영이 영화보다 훨씬 힘든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밝은 얼굴로 촬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웃는 얼굴이 현장에서도 좋은 영향을 끼치잖아요. 전작들에 비해 유독 밝은 에너지를 받으며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반 사전 촬영 시스템이라 여유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최근에 촬영한 지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회식을 했어요. 촬영을 하면서 동료들과 밥도 먹고, 술도 한잔하며 친해져야 하는데, 여유가 없었어요. 7월말에 촬영이 끝나면 여유가 생기겠지요. 그때 몰아서 회포를 풀어야죠.”

 

ⓒtvN 제공​

 

이병헌의 상대역은 신예 김태리다. 캐스팅 단계부터 두 사람의 나이 차(20살)로 논란이 불거졌지만 방송 이후 오히려 걱정이 수그러들었다. 시청률이 대변해 준다. 첫 방송부터 tvN 역대 최고 첫 방송 시청률(8.9%)을 기록했고, 2회 방송에선 첫 방송의 시청률을 깔끔하게 뛰어넘었다(9.7%). 무게감 있는 두 사람의 케미 또한 예사롭지 않다. 

 

상대 배우와의 나이 차이가 부담스럽진 않은가. 

 

“촬영을 하면서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았어요. 물리적인 나이 차가 크지만 연기를 할 때만큼은 전혀 느낄 수 없었거든요. 신인이라는 사실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게 연기를 해 주었어요(김태리는 대선배 이병헌과의 호흡에 대해 “부담보다는 축복”이라고 말했다).”

 

tvN 주말극 《미스터 션샤인》으로 돌아온 이병헌은 김태리, 유연석, 김민정, 변요한(왼쪽부터) 등 젊은 연기파 배우들과 시너지를 발산할 예정이다. ⓒtvN제공

 

《미스터 선샤인》은 ‘히트 메이커’ 김은숙 작가와 ‘영상의 마술사’ 이응복 PD가 《태양의 후예》 《도깨비》 이후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특히 ‘김은숙의 언어’라고 지칭될 만큼 특유의 필체를 선보이는 김 작가의 필력이 시대극에서 어떻게 빛을 발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다. 대사를 표현할 때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

 

“저도 애초엔 ‘김은숙의 언어’라는 게 따로 있구나, 생각했을 만큼 낯설고 익숙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에요. 때로는 어떤 의도로 이 대사를 썼을까, 고민을 하기도 했어요. 작가의 의도를 감독과 배우가 잘 살려야 화면에 제대로 표현되잖아요. 연기할 당시엔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나고 나서 이해가 되는 대사도 있었어요. 그게 바로 김은숙 작가의 힘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는 것 같아요.”

 

김은숙 작가 작품은 남주 캐릭터가 늘 주목을 받아왔다. 유진 초이라는 배역은 어떤 매력이 있나.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 지금까지는 남성 캐릭터가 부각됐다면 이번엔 그 반대일 것 같아요. 여성 캐릭터들이 굉장히 매력적이거든요(웃음). 유진 초이는 합리적이고 냉정한 캐릭터예요. 캐릭터의 감정선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누군가를 보호하고 지켜내려고 하는 것이 이 인물의 매력인 것 같아요.”

 

《미스터 션샤인》은 세계적인 유료 동영상 플랫폼 ‘넷플릭스’에 사전 판매돼, 전 세계에 동시 방영된다. 

 

“할리우드 영화를 찍었을 때 개봉 시기가 조금씩 다르긴 해도 전 세계 동시 개봉을 해 본 적이 있어요. 한데 한국 드라마가 전 세계 190여 개국에서 동시에 방영된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죠. 처음 겪는 일이라 기대가 많이 됩니다. 한국과 상관없는 문화권의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궁금하고요.”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어필이 될까. 

 

“한국의 역사에 대한 정보가 없고, 당시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드라마는 결국 사람의 이야기이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으니까요.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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