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LPGA에 미국 선수가 없다
  • 안성찬 골프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13 11:58
  • 호수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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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한국 등 아시아 선수 미국 본토 초토화

 

미국에 미국 선수가 없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이야기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선수들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 선수들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바하마에서 열린 개막전 퓨어실크 바하마 LPGA 클래식에서 브리타니 린시컴(미국)에 이어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제시카 코다(미국),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에서 미셸 위(미국·한국명 위성미)가 우승했을 때만 해도 성급하게 올해는 ‘미국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단했다. 두 번째 대회 ISPS 한다 호주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고진영(23·하이트)을 빼면 모두 미국 선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회가 미국 본토로 옮겨오면서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LPGA투어 19개 대회가 끝난 7월9일 현재까지 15번째 대회인 숍라이트 LPGA 클래식에서 우승한 애니 박(미국·한국명 박보선)을 빼놓고는 본토에서 미국 선수가 아닌 외국 선수들이 우승컵을 독식한 탓이다. 그중에서 아시아 선수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한국 선수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까지 열린 19개 대회 중 7승을 합작했다. 하지만 미국은 고작 4승이다. 미국이나 호주, 뉴질랜드 교포 등 한국계 선수까지 포함하면 한국은 11승, 미국은 2승에 그쳤다. 미국을 대표하는 렉시 톰슨(미국)은 아직 우승 없이 ‘톱10’ 5회에 그쳤다. 미국의 강호 스테이시 루이스는 우승은커녕 컷오프도 4번이나 당한 데다 LPGA 볼빅 챔피언십에서 7위를 한 것이 가장 좋은 성적이다.

 

한국 여자프로골퍼 박성현 © Xinhua 연합


 

한국 7승, 태국 2승, 일본 1승 

 

이렇게 미국 선수들이 동반으로 ‘죽 쑤는’ 동안 ‘아시아의 별들’은 미국 본토를 초토화시키며 승수(勝數) 쌓는 데 열을 올렸다. 한국은 고진영이 우승 물꼬를 트면서 박인비(30·KB금융그룹), 지은희(32·한화큐셀), 박성현(25·KEB하나금융그룹), 유소연(28·메디힐)이 우승한 데 이어 박성현이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시즌 2승을 올렸다. 여기에 김세영(25·미래에셋)이 ‘방점(傍點)’을 찍었다. 김세영은 7월9일 미국 위스콘신주 오나이다의 손베리 크릭(파72·6624야드)에서 열린 LPGA 클래식 최종일 경기에서 7타를 줄여 합계 31언더파 257타를 쳐 LPGA투어 역사를 새로 썼다. 72홀 최저타와 최다 언더파 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지난해 5월 로레나 오초아 매치플레이 이후 14개월 만에 우승컵을 안은 김세영은 종전 투어 72홀 최저타 기록인 2004년 카렌 스터플스(미국)의 258타(파70·22언더파)보다 1타를 덜 쳤고, 2001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27언더파(파72·261타)의 벽을 깼다. 

 

상금랭킹에서도 아시아 선수들이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올 시즌 2승을 올린 아리야 주타누간(태국)이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1승을 챙긴 하타오카 나사(일본)가 2위, 유소연이 3위, 박인비가 4위, 2승의 박성현이 5위에 올라 있다. 모리야 주타누간(태국)이 6위, 호주 교포 이민지가 7위, 브룩 헨더슨(캐나다)이 8위, 고진영이 9위에 랭크된 가운데, 그나마 제시카 코다(미국)가 10위를 마크하며 미국의 체면을 세웠다. 톰슨은 15위에 머물러 있다.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도 아리야, 박성현, 박인비, 이민지, 나사가 1~5위를 지키고 있다. 6위에 제시카가 있을 뿐 공동 7위에 유소연과 모리야, 10위에 고진영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레이스 투 CME 글로브에서도 아리야와 모리야 자매가 1, 2위에 나선 가운데 3위 이민지, 4위 나사, 5위 박인비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시즌 기량을 가늠하는 ‘톱10’ 부문에서는 아리야가 10회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모리야와 이민지, 고진영이 7회로 공동 2위고, 헨더슨과 나사가 6회로 공동 5위에 랭크돼 있다. 박인비,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 제시카 코다, 리디아 고(뉴질랜드·한국명 고보경), 톰슨, 카롤리네 마손(독일)이 각각 5회로 공동 7위에 올라 있다. 신인상에서도 1위로 쾌속질주하고 있는 고진영이 2위 엠마 텔리(미국)를 점수에서 2배 이상 앞서고 있다.

 

이처럼 주요 기록 부문에서 아시아 선수들이 상위권에 이름을 도배(塗褙)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기(氣)에 눌린 미국 선수들은 전멸하고 있다. 잔칫상은 미국에서 차렸는데 객(客)이 신나는 형국인 셈이다.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최하는, 최고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서 아리야와 김효주(롯데)가 연장전에서 우승 경쟁을 벌였고, ANA 인스피레이션은 박인비, 재미교포 제니퍼 송(한국명 송민영), 페르닐라 린드베리(스웨덴) 등 3명이 연장전을 가졌다, 또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은 박성현과 유소연, 그리고 나사가 연장전을 벌였다. 미국에서 열린 경기에 미국 선수가 없는 광경에 갤러리들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19개 대회에서 한국 7승, 태국 3승, 일본 1승이다. 한국교포들의 승수를 포함하면 한국은 11승으로 늘어난다. 

 

마이크 완 LPGA 커미셔너는 “아시아 선수들의 강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이런 흐름은 돌고 도는 것”이라며 “미국 선수들도 투어의 선수층 강화가 경쟁력 확대를 가져올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지만 한동안 아시아 선수들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골프랭킹을 봐도 아시아 선수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박인비가 랭킹 1위를 고수한 가운데, 박성현이 2위, 아리야가 3위, 유소연이 4위를 유지하고 있다. 톰슨과 제시카가 5, 8위에 올라 있지만 펑샨샨(중국)이 6위, 김인경(30·한화큐셀)이 7위, 모리야가 9위, 이민지가 10위에 랭크돼 있어 아시아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특히 오는 10월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코리아에서 열리는 8개국 국가대항전인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도 한국이 미국을 따돌리고 1번 시드를 획득했다. 4명이 출전하는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는 4명이 모두 톱10 이내에 있지만 미국은 톰슨과 제시카만이 톱10에 들어 있다. 올 시즌 LPGA투어는 34개가 열린다. 앞으로 남은 대회에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선수들이 몇 승을 더 추가할지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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