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난민④] “이곳 힘들어도 ‘돌아가면 죽는다’는 생각이…”
  • 독일 베를린 = 구민주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20 15:38
  • 호수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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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독일 난민 4년 차 아프가니스탄 출신 엘함

 

7월4일 독일 베를린에서 만난 아프가니스탄 출신 엘함(24)은 2015년 메르켈 총리의 “난민 무조건 수용” 선언 후 독일로 넘어와 난민 생활 4년 차에 접어들었다. 피난 전 그는 본국에서 대학 졸업 후 추가 학업을 위해 부모님이 운영하는 옷가게에서 학비를 벌고 있었다. 2013년경 엘함의 형제 중 한 명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산하 국제안보지원군(ISAF)에 소속돼 통역가로 일하게 되면서, 가족은 국내 무장세력들로부터 심각한 생명의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엘함은 “경제 사정 등 여건상 가족 다 같이 피난할 수 없어 혼자 먼저 왔다”며 “가족 생각에 한동안 울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독일 정부에서 운영하는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해 마을 유치원에서 일손을 돕고 있다. 정부 지원금과 임금을 포함해 매달 약 400유로가 주어진다. 그는 “독일에서의 삶이 녹록지 않지만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다”며 “머지않아 온 가족이 독일에서 생활하는 것이 유일한 꿈”이라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독일 난민 엘함 ⓒ시사저널 구민주


 

피난 과정을 설명해 달라.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이란 등에서 온 난민 15명이 5인승 차에 타고 터키까지 한 달여를 달렸다. 서로 무릎 위에 두세 명씩 겹쳐 앉아 숨 쉬기도 힘들었다. 터키에선 작은 고무보트에 십 수 명이 끼어 타고 그리스까지 4시간여 바다를 건넜다. 그리스에 도착해 여러 가지 서류를 작성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드디어 유럽 땅을 밟았다. 또다시 헝가리와 세르비아 국경으로 이동해 거기서 ‘가고 싶은 나라’를 선택했다. 독일 뮌헨으로 옮겨졌고 다시 함부르크로 이동해 두 달여를 보냈다. 그 후 마침내 베를린에 최종 배정됐다. 피난에 든 비용은 약 8000유로(약 1050만원)였다.”

 

독일에 처음 왔을 때 느낌이 어땠나.

 

“함부르크에서 두 달, 베를린에서 다섯 달을 큰 체육관에서 살았다. 각국에서 온 난민 200여 명과 부대꼈다. 24시간 시끄럽고 더워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시도 때도 없이 아이들이 울었고 난민들끼리 매일 싸움이 일어났다. 가족이 보고 싶었고 너무 우울했다. 그래도 어렵게 왔으니 적응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우선 체육관을 찾는 자원봉사자와 마음을 열고 가깝게 지냈다. 그러던 중 봉사자 한 분이 작은 컨테이너 집을 구해 줬고 다행히 체육관 생활을 끝낼 수 있었다.”

 

독일 정부는 어떤 도움을 줬나.

 

“체육관에서 숙식 제공받을 땐 한 달에 100유로(약 13만원)를 지원받았다. 그 후엔 한 달에 400유로(약 52만원)씩 생계비를 받고 있다. 독일어 학습도 지원해 준다. 난민을 위한 수업이 따로 있고 비용도 무료다. 레벨이 나뉘어 있는데 본인이 배우고 싶은 만큼 배울 수 있다.” 

 

차별을 경험한 적은 없었나.

 

“길에서 ‘Go home’을 외치며 욕하는 사람들은 종종 있다. 처음엔 상처 받았는데 이젠 그냥 무시한다. 이 정부가 나를 받아줬기 때문에 사고 치지 말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난민들이 더 문제 일으킬 확률이 높고 두려운 존재라는 시선은 분명 있다. 그러나 우리를 하나의 난민으로 묶어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보통 사람들처럼 각기 다른 ‘개인’일 뿐이다.” 

 

생활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지금 독일에선 아프간 상황이 예전보다 안전해져 난민들을 돌려보내거나, 혹은 더 이상 아프간 난민들을 받지 않겠다는 얘기들이 많다. 그러나 안전해졌다는 건 그곳 언론에 속는 거다. 여전히 수많은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으며 어디서든 총에 맞아 죽을 수 있다. 안전은 일부 권력자나 부자들만의 것이다. 다시 돌려보내질까 두렵고 그곳에 있는 가족들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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