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담철곤 오리온 회장, 자녀에 불법 재산 증여 의혹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8.07.27 10:34
  • 호수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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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수저’로 푹 떠서 장남에 한입, 장녀에 한입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편법으로 자녀에게 부(富)를 대물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장남 서원씨는 홍콩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장녀 경선씨는 선대의 차명 부동산을 매매 형태로 넘겨받는 식으로 편법 증여가 이뤄졌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로 인해 오리온가(家) 남매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재산을 크게 증식시키는가 하면, 막대한 상속·증여세를 피하기도 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장남 서원씨, 페이퍼컴퍼니 통해 편법 증여

 

특히 서원씨의 편법 증여 의혹은 최근 국세청에 진정이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진정인은 이모인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 고(故)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장녀이자,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의 언니다. 담 회장과는 처형·제부 관계이기도 하다. 

 

시사저널이 확보한 이 전 부회장의 진정서 등에는 오리온 오너 일가의 수상한 재산 증여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진정서에 따르면, 서원씨 편법 증여 의혹의 핵심은 오리온 계열사인 아이팩이 2002년 중국 허베이(河北)성 랑팡(廊坊)시에 설립한 랑방애보포장유한공사(랑방애보)다. 이 업체는 오리온 중국 제과 계열사에 포장제 등을 납품하는 회사다. 내부거래를 통해 손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랑방애보는 당초 담 회장 소유였다. 그는 2008년 홍콩에 ‘Prime Linked Investment(PLI)’를 설립해 아이팩이 보유한 랑방애보 지분 100%를 220만 달러에 인수했다.

 

PLI의 랑방애보 지분은 이후 서원씨에게 넘어갔다. 2013년 4월 서원씨 명의로 홍콩에 설립된 ‘Nice First Limited’를 통해서다. 이 회사는 당초 자본금이 1달러에 불과한 페이퍼컴퍼니였다. 그러나 다음 달인 5월 184만9999달러를 증자하고 상호를 ‘Stellaway Limited(스텔라웨이)’로 변경했다. 그 직후 스텔라웨이는 랑방애보 지분 전량을 매입했다. 인수자금은 주식 담보 대출 등을 통해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랑방애보는 유보금을 스텔라웨이에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이렇게 마련한 재원으로 서원씨는 랑방애보 인수를 위한 대출금 전액을 상환했다. 사실상 개인 지출 없이 랑방애보를 소유하게 된 것이다.

 

스텔라웨이는 이듬해인 2015년 랑방애보 지분을 중국법인 ‘오리온푸드(Orion Food Co.Ltd)’로 넘겼다. 이를 통해 서원씨는 8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랑방애보로부터 받은 배당금을 더하면 서원씨가 얻은 이익은 더욱 커진다. 일련의 과정에는 담 회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서원씨는 군 복무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2014년 9월 전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회장의 국세청 진정은 담 회장과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도 아이팩 소유권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이 전 부회장은 선친의 상속재산인 아이팩을 담 회장이 횡령했다고 주장했고, 담 회장은 아이팩이 처음부터 자신과 부인 소유였다고 맞섰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부회장은 지난해 2월 담 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 했다. 이 과정에서 서원씨의 편법 증여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처형·제부 간 갈등 과정서 의혹 불거져

 

검찰 고소·고발이 국세청 진정으로 이어진 것은 서울고등검찰청(고검)이 올해 1월 서원씨의 편법 증여에 대한 항고를 기각하는 과정에서다. 고검의 항고기각이유고지서를 보면, 검찰은 편법 증여 의혹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증자 및 주식인수 대금을 대출 등을 통해 마련한 것이 기각의 배경이 됐다. ‘피고’인 담 회장이 서원씨에게 직접 자금을 증여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다만 항고기각이유고지서에는 법률 검토 및 적용이 미진했다는 점이 언급됐다. 상속증여세법상 담 회장을 증여자로 볼 법률적 검토 여지가 있고, 스텔라웨이에 대한 랑방애보의 주식 배당금이 과도한 경우 담 회장 등의 배임죄 성립 여부도 검토해야 했지만 피의사실에 이런 점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검찰은 이 전 부회장에게 국세청과 서울중앙지검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별도의 조치를 검토하라고 했다. 서원씨의 편법 증여 의혹이 실체가 있다고 판단하고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전 부회장은 최근 국세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만일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서원씨는 조세범처벌법 처벌 대상이 된다. 오리온 관계자는 “스텔라웨이와 랑방애보는 일감 몰아주기 논란 해소와 윤리경영 차원에서 공정한 가치평가를 받아 오리온 중국법인에 매각했다”며 “이 과정에서 차액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 오리온재단에 출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시사저널 임준선

 

 

장녀 경선씨 선대회장 부동산 매매 가장 취득

 

의혹에 노출된 건 서원씨만이 아니다. 담 회장의 장녀 경선씨도 외조부인 이 창업주의 차명부동산을 편법 증여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문제는 이 창업주의 차명재산을 관리해 온 장아무개 전 동양제과(現 오리온) 사장이 최근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자신이 관리한 담 회장 일가의 차명재산 가운데 아이팩 외에 ‘신사동 부동산’도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문제의 부동산 지번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5○○-○번지(228.8㎡)’다. 강남 지역 최고의 상권으로 부상한 ‘가로수길’은 물론 대로와도 인접한 ‘금싸라기땅’이다. 등기부상에는 1988년 장 전 사장이 상속받은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장 전 사장은 해당 부동산이 사실은 이 창업주 소유며, 담 회장의 요구에 따라 2013년 4월 경선씨에게 해당 부지를 매각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원씨 편법 증여에 동원된 홍콩 페이퍼컴퍼니가 설립된 것과 같은 시점이다. 

 

‘신사동 5○○-○번지’가 차명재산이라면 그 소유권은 이 창업주의 부인 이관희 여사와 두 딸(이혜경·이화경)에게 있다. 그럼에도 문제의 부동산 소유권은 매매 형태로 경선씨에게 넘어갔다. 더욱 큰 문제는 거래가 헐값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장 전 사장은 거래 당시 ‘신사동 5○○-○번지’ 시세가 70억원대였음에도 30억원에 매매했다고 검찰에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3.3㎡당 4300만원 선에 매매를 한 것이다. 가로수길 일대 부동산의 2012년과 2013년 사이 매매가가 3.3㎡당 1억3000만~1억7000만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거래가 이뤄진 셈이다. 

 

가로수길 인근 땅값의 오름세는 거래 이후에도 계속됐다. 2016년 10월에는 3.3㎡당 매매가가 2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경선씨가 막대한 시세차익을 보게 됐음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장 전 사장은 자신은 이렇다 할 이익을 얻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검찰에 부동산 매각 자금 가운데 20억원은 그동안 대납해 온 재산세와 양도세로 지출하고, 나머지 10억원은 오리온재단에 기부하는 형식으로 오너 일가에 되돌려줬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부동산 명의신탁을 금지한 부동산실명법 적용은 불가능하다. 이미 공소시효 10년을 넘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법성은 여전하다. 장 전 사장의 주장대로라면 경선씨는 일단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을 수 있다. 두 사람 간 거래의 본질이 이 창업주의 재산을 경선씨가 상속받은 것으로 볼 수 있어서다. 따라서 경선씨는 상속재산 가치에 맞는 상속·증여세를 내야 하지만, 저가 매매를 가장해 이를 포탈한 셈이 된다. 

 

등기원인 허위기재를 금지하는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 저촉 소지도 있다. 경선씨가 정상적인 경로로 소유권을 이전받기 위해서는 부동산을 실명전환한 뒤 다시 상속이나 증여의 형태로 소유권을 이전받아야 한다. 하지만 경선씨는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소유권을 매매로 이전 등기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해당 부동산은 이관희 여사의 자금으로 장 전 사장이 취득한 것으로 이 창업주와는 무관하다”며 “2013년 감정평가법인을 통해 시가를 감정한 후 경선씨가 보유하던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정상 매입했다”고 해명했다. ​ 

 

 

 

오리온그룹은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장남·장녀에 대한 불법 재산 증여 의혹(제1502호)’ 제하의 보도 직후 시사저널에 보낸 공문을 통해 기사 내용에 대해 반박했다. 

 

오리온은 먼저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장남 서원씨에게 재산을 편법 증여했다는 의혹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오리온 측은 “서원씨 명의로 홍콩에 설립된 스텔라웨이가 중국 오리온푸드에 랑방애보 지분을 매도한 것은 오리온푸드가 중국의 랑방애보를 통합해 관리하는 것이 원가 절감과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고, 일감 몰아주기의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한 경영상 판단의 의한 것”이라며 “편법 증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랑방애보가 스텔라웨이에 인수된 직후 유보금 등으로 거액의 배당을 실시한 것도 서원씨의 사익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오리온 측은 “서원씨는 랑방애보로부터 배당금을 직접 지급 받은 사실이 없으며, 랑방애보가 스텔라웨이에 지급한 배당금도 서원씨 개인이 수령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랑방애보 주식 매매가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됐으며, 매매 과정에서 발생한 차익은 사회에 환원할 계획임을 밝혔다. 오리온 측은 “랑방애보 주식 매도 가격은 국내 대형 회계법인의 감정 평가를 거쳐 결정된 것”이라며 “매매 과정에서 발생한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등 세금을 전액 납부했고, 나머지 이익금도 그룹 공익재단에 전액 기부하기로 돼 있다”고 전했다. 

 

오리온은 담 회장의 장녀 경선씨가 고(故)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차명 부동산을 매매를 가장해 넘겨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오리온 측은 “신사동 부동산은 이양구 창업주의 부인 이관희 여사가 장아무개 전 동양제과(現 오리온) 사장 명의로 차명 보유하던 재산으로 이양구 창업주의 소유가 아니었다”며 “이후 이관희 여사가 신사동 부동산을 되찾아오려 했지만 장 전 사장이 이를 거부해 어쩔 수 없이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사동 부동산이 담 회장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오리온 측은 “신사동 부동산은 이관희 여사가 차녀인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에게 상속할 목적으로 차명 매입한 것으로 담 회장과는 관계가 없다”며 “따라서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장남·장녀에 불법 재산 의혹’이라는 기사 제목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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