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밥그릇 빼앗기’ 논란의 단골손님 아워홈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8.08.07 11:35
  • 호수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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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LG家 아워홈, 오너 사익 위해 꽃집까지 문어발 확장

 

범(汎)LG가(家)인 아워홈에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또 제기됐다. 계열 웨딩 브랜드인 아모리스가 오너 일가 소유의 플라워숍에서 꽃을 공급받아 왔다는 게 문제로 지적됐다. 아워홈 측은 자사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아니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일감 몰아주기 이슈로만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너 일가가 사익을 위해 소상공인의 영역인 꽃집까지 손을 뻗은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적지 않아서다. 

 

아워홈은 특히 그동안 ‘중소기업 밥그릇 빼앗기’ 내지는 ‘골목상권 침해’ 등의 논란에 단골로 등장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이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워홈 본사가 위치한 서울 강남구의 메리츠타워와 구자은 전 아워홈 부사장(現 캘리스코 대표) © 시사저널 고성준·연합뉴스


 

아모리스, 오너 일가 회사 케이리스서 꽃 매입

 

아워홈은 아모리스 브랜드로 ‘역삼 GS타워점’과 ‘강남 메리츠타워점’ ‘영등포 타임스퀘어점’ ‘삼성 코엑스점’ 등 4곳을 운영해 왔다. 이 가운데 삼성 코엑스점은 지난해 폐점했다. 아모리스는 연회나 결혼식에 필요한 꽃을 ‘케이리스(K.liss)’로부터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케이리스가 아모리스를 통해 올린 매출은 13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문제는 케이리스의 대표가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차녀 구명진씨와 삼녀 구지은 캘리스코 대표(前 아워홈 부사장)라는 데 있다.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부를 축적하도록 한 것이다.

 

아워홈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자산이 5조원 미만이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도 아니고, 거래 규모도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경쟁입찰 절차를 거쳤지만 추가 지원자가 없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꽃집이 동반성장위원회가 지정한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라는 데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부터 중소기업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보호막이다. 따라서 이번 논란은 오너 일가가 사익을 위해 중소기업의 밥그릇을 빼앗은 행위로 인식될 여지가 크다.

 

아워홈은 그동안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및 상생 등 이슈에서 ‘나쁜 예’로 빈번히 등장했다. 이는 단체급식이라는 업종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아워홈은 과거 여의도 LG트윈타워 구내식당을 운영하던 LG유통의 단체급식 사업부였다.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삼남인 구자학 회장이 2000년 아워홈으로 독립해 나갔다. 분사 초기인 2001년만 해도 매출은 2000여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매출은 매년 가파르게 성장했다. LG·GS·LS그룹 등 범LG가 사옥 및 사업장 내 구내식당을 독식하다시피 한 결과다. 이런 지원에 힘입어 아워홈은 시장 점유율을 높여갔다. 그 결과 2009년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도 1조595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아워홈의 성장과 반비례로 중소업체들의 입지는 좁아졌다. 급식사업은 과거 중소기업이 많은 분야였다. 그러나 중소업체들은 자금력으로 무장한 대기업을 당해 낼 재간이 없었다. 재벌기업 구내식당은 애초에 경쟁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중소 단체급식 업체들의 설 자리는 점점 줄었다. 

 

현재 국내 단체급식 시장은 5조원대로 추산된다. 이 중 80%를 몇몇 대·중견기업이 과점하고 있으며, 아워홈이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달한다. 나머지 1조원 시장을 놓고 4500여 중소업체가 경쟁을 벌이는 구도다. 아워홈을 비롯한 대기업 단체급식 업체들이 중소기업의 영역까지 침범해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비판을 받은 이유다.

 

다만 현재 단체급식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있지는 않다. 그러나 중소업체들과 정부는 단체급식업을 중소기업에 적합한 업종이라는 인식을 함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관련해 국무총리실이 청와대에 올린 보고서에는 단체급식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이에 정부는 2012년 공공기관 구내식당 위탁운영에 대기업을 배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최근까지도 대기업의 단체급식 시장 장악을 막기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 올해 1월 문재인 대통령과 중소·벤처·소상공인 간 만찬간담회 자리에서도 단체급식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달라는 제안이 나왔다.

 

여기까지는 단체급식업에 진출한 대기업 전반의 문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워홈의 ‘중소기업 밥그릇 빼앗기’ 논란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계열사이던 레드앤그린푸드도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식자재 공급업체인 레드앤그린푸드는 아워홈에 매출 전량을 의존해 왔다. 구지은 대표 등 오너 일가가 지분 65%를 보유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 사례로 지목됐다. 

 

식자재 납품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은 내부거래를 통한 오너 일가의 사익편취보다 중소 생태계 교란에 주목했다. 레드앤그린푸드가 아워홈 납품을 독식하면서 중소상인들의 식자재 공급업 진출을 원천 차단했다는 것이다.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아워홈은 2013년 레드앤그린푸드를 흡수합병하며 사태를 진화했다.

 

아워홈은 과거 ‘중소 밥그릇’ 논란으로 국정감사 대상에 오르는 불명예를 겪기도 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인 순대나 청국장 등을 제조·판매한 것이 문제가 됐다. 아워홈은 특히 소상공인들의 반발에 사업철수 의사를 밝혀놓고 뒤로는 대형마트에 자체상품으로 순대 등을 납품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더욱 큰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아워홈이 문제가 된 품목의 사업 정리를 최종 발표한 것은 2014년 구지은 대표(당시 아워홈 전무)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목전에 두고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구 대표가 국정감사에서 집중포화를 피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사업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편의시설 베스트조이로 골목상권 진출 논란

 

이런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에도 편의점 사업을 통해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아워홈 일부 식품매장에서 운영되는 ‘베스트조이’라는 편의시설이 문제였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편의점은 그동안 골목상권 침해의 상징적인 존재로 지목받은 바 있다. 출점에 제한을 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워홈은 베스트조이가 매점 내지는 편의시설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24시간 운영되지 않는다는 점만 제외하면 편의점과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베스트조이로 인해 상권 내 중소매장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탓에 상품 경쟁력에서 앞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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