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꾼'에게 낚이지 않는 방법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8.1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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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ICO에 당하지 않고 안전하게 투자하려면 살펴봐야 할 3가지

 

10억 달러, 약 1조1350억원. 사기로 의심되는 ICO(가상화폐공개) 271건에 들어간 것으로 추산되는 전 세계 투자금이다. 야심 차게 가상화폐를 발행해 투자금을 모았는데 개발진 이력이 가짜이거나 관련 문건이 표절로 들통난 것이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이 5월 분석한 결과다. 

 

ICO를 이용한 사기성 짙은 행각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이뤄지고 있다. 코인평가사이트 ICO 레이팅에 따르면, 잠재적 사기 위험이 ‘매우 높은’ 70여 개의 가상화폐가 8월13일 현재도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엔 정체불명의 가상화폐 헥스트라코인에 투자했다 60억원 가량을 날린 피해자들이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를 내세워 신일골드코인을 발행한 신일그룹은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ICO 투자, 함부로 덤비면 망한다 

 

그러나 ICO를 통째로 사기라고 치부하기엔 그 장점이 적지 않다. ICO는 자금 조달이 힘든 벤처기업이 투자금을 모으기에 유리한 방법이다.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투자자에게 직접 홍보하는 것도 가능하다. 투자자 입장에선 중개 기관을 거치지 않고 바로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사기 가능성 등을 우려해 ICO를 금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스위스, 싱가포르 등 금융 강국은 ICO를 제도권 안에 두고 있다. 그렇다면 사기세력에 당하지 않고 안전하게 ICO에 투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사저널이 ICO 사기 판별법을 크게 3가지로 정리해봤다.



① 코인평가사이트

 

코인평가사이트는 가장 쉽게 ICO의 신뢰도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가상화폐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유리하다. △ICO벤치(icobench.com) △ICO인덱스(icoindex.com) △ICO트랙커(icotracker.net) 등이 대표적인 코인평가사이트다. ICO레이팅(icoinrating.com)은 한글로 정보를 제공한다. 여기서 위험도가 높게 매겨졌거나 단점이 장점보다 많은 가상화폐는 피하는 것이 좋다. 

 


② 개발진

 

ICO는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익명의 관련 기술 개발업계 관계자는 “ICO의 성패는 가상화폐 발행회사가 갖추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력의 수준에 달려 있다”고 했다. 이어 “ICO의 순수한 목적은 가상화폐를 팔아 당장 수익을 내는 게 아니라, 모은 투자금을 기술 개발에 재투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ICO 투자가 빛을 보려면 기술 개발에 힘쓰는 업체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일반인이 현실적으로 블록체인 기술력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기술 개발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이력과 출신을 위주로 들여다보면 된다. 나아가 ICO에 참여한 고문단(Advisors)의 면면을 확인해볼 필요도 있다. 이는 ICO 업체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상화폐 발행 전에 공개하는 백서(White paper)에도 나와 있다.



③ 사업계획

 

백서는 기업의 사업계획서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엔 개발진의 정보뿐만 아니라 자금조달 계획, 기술에 대한 설명, 타임테이블, 로드맵 등이 담겨 있다. 미국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지난해 12월 “명확한 로드맵이 없는 ICO 업체는 장기적 목표를 갖고 있지 않다는 뜻이고, 이는 단기적 수익만 좇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백서를 숙지해야 하는 이유다. 

 

신일그룹의 경우 신일골드코인을 발행하기 전에 백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게다가 담보로 내세운 건 블록체인 기술력이 아니었다. ‘150조원어치 금괴가 실렸다’는 소문만 무성한 보물선이었다. 

 

추가로 프라이빗 세일(Private sale) 금액을 알아봐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이는 ICO를 하기 전에 비공개로 진행하는 투자금 유치 단계다. 싱가포르에서 ICO 컨설팅을 하는 이영상 이김컨설팅 대표는 “사업자는 프라이빗 세일로 단기간에 큰돈을 모을 수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비밀리에 이뤄지기 때문에 규모가 크다면 위험도 그만큼 크다”고 했다. 신일그룹은 3번의 프라이빗 세일을 통해 4700만개 코인을 팔아치웠다. 참여 조건은 신일그룹이 낼 책 《돈스코이호의 귀향》의 사전 구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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