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인 “경제팀, 김동연·최종구부터 경질해야…”
  • 김종일 기자·김윤주 인턴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8.08.24 13:33
  • 호수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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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성인 홍익대 교수 “경제민주화는 성장 정책…은산분리 완화, 포털 장악하려는 586의 집권 플랜”

 

진보진영의 대표적 경제학자이자 현실참여형 학자로 이름난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했다. 전 교수는 최근 당·정·청이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풀어주기로 하는 한편, 재벌 대기업에 투자를 독려하는 움직임에 대해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련의 움직임을 보면 문재인 정부에서의 경제민주화는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인터뷰 내내 ‘경제민주화’로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재벌과 손잡고 규제 완화를 해야만 성장이 가능하다는 담론, 경제민주화는 성장이 아닌 분배 정책이라는 담론은 경제민주화를 반대하는 세력의 프레임”이라면서 “장기적인 성장 추세를 이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경제민주화 정책”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당초 약속한 공약과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는 경제팀의 인적쇄신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특히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즉각적인 경질을 촉구했다. 전 교수는 “김 부총리와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에 요구하는 개혁입법과 맞지 않는 인물들”이라며 “지금 구조로는 청와대가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최근 한국 경제의 각종 지표가 최악이다.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고령화다. 한국 경제는 고령화를 이제 막 경험하고 있다. 고령화라는 뜻은 나라가 망한다는 것이다.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한국보다 훨씬 나은 경제력을 갖고 있던 일본도 고령화 사회 진입 후 10 년 이상을 정신 못 차리고 헤맸다. 그렇게 일본은 한동안 ‘취업 빙하시대’에 갇혀 있었다. 우리의 고령화 속도를 생각해 보면 지금의 경제 추세는 너무도 예측 가능하고 당연한 결과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위기에 빠졌다는 진단이 많다. 

 

“고령화로 인한 경기 하락에 대한 책임이 전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있다는 일부 언론의 비난은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에 대한 책임, 국민들에게 그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은 문재인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엄중한 상황에 놓여 있고, 엄중한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경제민주화 정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점을 꼭 강조하고 싶다. 한국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성장이 필수적이다. 당연히 성장 정책이 필요하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경제민주화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하고 지금은 성장 정책을 펴자’고 주장한다. ‘다 같이 공평하게 가난하자는 말이냐’는 주장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경제민주화를 분배 정책’이라고 말한다. 경제민주화를 반대하는 세력이 펴는 대표적 프레임이자 경제민주화에 대한 대표적 오해다. 경제민주화는 장기적 성장 추세를 이끌어내기 위해 필수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것도 이런 착각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소득주도 성장은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비판받는데.

 

“소득주도 성장이 성장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 하나만으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인적자본의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을 펴는 것이다.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고액연봉자를 재벌 2세와 같은 금수저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부모가 흙수저여도 열심히 노력하면 고액연봉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급선무다. 노동생산성을 높이면 자본투자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큰데. 

 

“최저임금을 받는 아르바이트생의 임금을 올리는 건 그 위의 임금도 올리라는 신호다. 중요한 건 임금 인상과 관련한 선입견을 버리는 것이다. 일본은 임금 인상을 위해 정부는 물론 중앙은행까지 나서고 있다. 임금을 안 올리면 소위 ‘나쁜 놈’이 된다. 그런데 한국은 고용을 안 늘리면 ‘나쁜 놈’이다. 고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더 많은 고용을 위해 임금을 낮추고 규제를 완화해 줘야 한다는 프레임이 펼쳐진다. 옛날 프레임이다. 이젠 임금을 올리는 방향으로 논의를 전환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임금이 중요한 지표가 돼야 한다. 임금은 인적자본 투자의 수익률을 결정하는 지표다. 만약 일정 기간 500만원을 투자해 중국어를 습득하면 봉급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치자. 그럼 당연히 투자는 이뤄진다.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노동자도 스스로에게 투자하고, 기업도 인적자본에 투자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상황이 아니다. 인적자본 투자는 넓게 봐야 한다.”

 

대기업 갑질 문제도 계속 지적하고 있다. 

 

“대기업 갑질이 문제인 이유는 혁신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즉 하청기업의 생존권 문제는 정의의 문제가 아니다. 기술 탈취를 막아야 기술 개발에 힘쓸 수 있다. 그래야만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혁신이 일어난다.”


전성인 교수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의 경질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경제팀의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김동연 부총리와 최종구 금융위원장 경질이다. 지방선거 끝나자마자 경질했어야 했는데, 이미 실기한 측면이 있다. 경제성과가 안 나오면 경제팀 중 누굴 경질해야 하나. 경제 컨트롤타워가 바로 김 부총리라고 하지 않나.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 역할을 하던 홍장표 전 경제수석 경질은 이상하다. 김 부총리는 계속해서 소득주도 성장을 제대로 돕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최 위원장은 ‘재벌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진보진영이 조급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우린 최 위원장 견제하고 감시하기 바빴다. 이런 애먼 일에 진을 빼지 않았다면 진작 더 힘을 실어줄 수 있었을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위해 이 두 사람을 경질해야 한다는 주장인가.

 

“그렇다. 지금 이 두 사람을 두고서는 청와대가 일을 할 수 없다. 그런 구조다. 장하성 정책실장 밑에 일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개혁적인 수장이 없는데 개혁적인 입법개혁을 어떻게 할 수 있나.”

 

지금 시급히 추진해야 할 정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거듭 밝히지만 문재인 정부와 코드가 맞는 경제부총리를 임명해 당초 공약한 개혁입법을 추진하는 게 맞다. 보유세 인상과 법인세 수술, 주택가격 인하 등으로 고(高)자산가가 아닌 고소득자가 잘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고자산가는 할아버지가 부자인 사람, 고소득자는 본인이 열심히 노력해 성공한 사람이다. 고소득자의 뺨 때릴 필요는 없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도 인적자본을 열심히 쌓아 잘하면 연봉을 억대로 만들어주겠다는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대신 집값은 내려주겠다는 방식의 정책이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인적자본의 투자를 장려하고, 민생적인 부분에 세금을 투입한다고 하면 어려운 개혁을 해도 국민들이 따라올 거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지금 집권세력의 핵심들은 이런 정책을 펴면 선거에서 진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참여정부 트라우마다.”

 

당장의 경기 침체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은 무엇이 있을까. 

 

“단기적인 정책도 해야 한다. 통화정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내가 한국은행 총재라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다. 자금 유출 우려가 있는데,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 외국인들은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로 손해를 보면서 나가게 된다. 경제가 어려워서 금리를 내린 것에 대해서는 환율 조작국 지정 우려도 피할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차가워지고 있다. 물가도 올라야 한다. 여러 면에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도 필요하다. 불을 어디에 지필지가 중요하다. R&D(연구·개발)에 돈을 넣으면 대부분 재벌이 가져간다. 그럴 바엔 주거환경 개선형 SOC가 낫다. 여기에 투자되면 돈이 화끈하게 돈다. 즉 어린이집이라도 열심히 지어야 한다. 지금 구조는 돈 몇 푼 쥐여주고 어린이집에 보내는 건데, 오후 4시면 어린이집은 마친다. 이런 식이니 문제가 하나도 해결이 안 된다.”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다. 

 

“은산(銀)분리 완화 추진을 보면 지금 대통령은 명분도, 실익도 없는 정책에 매몰되고 있다. 공약을 꺾으면서까지 추진하는데 이게 대체 무슨 실효성 있는 정책인가. 낙엽이 든 걸 보면 가을이 온 걸 알아야 한다. 이런 추세라면 경제민주화는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제가 보기에 은산분리 완화 정책을 밀어붙이는 배경을 경제적 이유로 설명할 수는 없다. 이건 정치적 이유다. 청와대 내 대통령 가신그룹이 결정했다고 본다. 카카오는 포털사이트를 갖고 있다. 결국 다음 대선을 위해 인터넷 포털을 장악하려는 시도가 아닌가 싶다. 백일몽 같은 상상이지만, 이 정도의 과감한 추측이 아니라면 은산분리 완화 정책 밀어붙이기를 합리화할 수 없다.”

 

은산분리 완화 정책이 별다른 성과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건가. 

 

“그렇다. 겨우 600여 명 직접 고용하자고 공약을 파기하고 이렇게 할 수는 없다. 어린이집 몇 개만 지어도 나타날 고용 효과를 지금 경제팀이 모른다? 말도 안 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종편을 만들어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지형을 만들었던 것처럼 같은 시도를 하려고 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인터넷 전문은행 활성화의 파생효과로 4000명의 고용이 늘어난다는 주장은 코미디다. 이렇게 경제적 이유로 설명하려고 하다 보면 막힌다. 결국은 정치다. 차기 집권 플랜으로 봐야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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