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공동연락사무소, 그 기구한 27년 역사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9.02 13: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월초 공동연락사무소 개소 예정”…남북이 법적근거 못 마련하면 또 닫힐 거란 비관론도

 

정부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곧 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동안 남북간 연락사무소는 북한의 일방적 결정과 주변 정세 등으로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해왔다. 이번에 양국이 그 존립근거를 법으로 못 박지 않으면 또 바람 앞의 등불이 될 것이란 주장도 있다. 

 

원래 우리 정부는 공동연락사무소를 올 8월 중에 열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지난 4월 남북 정상 간에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사무소 운영에 필요한 유류 공급 등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 역시 영향을 미쳤다. 

 

그러다 정부가 다시 개소 일정을 밝혔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9월1일 당정청 전원회의에서 “공동연락사무소가 이달 초 개소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 관련 협의가 잘 이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이 8월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노 대변인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물자와 장비를 제공한 것은 북한에 경제적 이익을 주는 것이 아닌 만큼 대북제재 목적을 훼손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연락사무소에 대한 모든 물자와 장비, 전력공급이 신고대상이냐'는 질문에 "지금으로서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의 예외 인정을 신청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청와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9월 개소 예정”

 

공동연락사무소는 남북간 실무협의가 열리는 공식 창구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가 채택되면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처음 설치됐다. 다만 당시엔 진정한 의미의 ‘공동’연락사무소라 보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양국이 각각 공동경비구역 내의 자기 측 땅에 사무소를 열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우리는 평화의 집에, 북한은 통일각에 설치했다. 그럼에도 수교를 맺지 않은 남북이 서로 대표부를 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남북은 연락사무소에 이산가족 면회실, 우편물 교환실, 전화 교환실 등을 갖췄다. 일명 ‘핫라인’으로 알려진 직통전화도 이 곳에 설치됐다. 하지만 4년 뒤 연락은 잠정 중단됐다. 1996년 북한 잠수정의 강릉침투사건이 빌미가 됐다. 그해 11월 북한은 일방적으로 연락사무소를 폐쇄했다. 나중에 우리 정부는 연락사무소가 복원될 것을 대비해 1998년 자유의 집을 지었다. 이는 평화의 집에서 남서쪽으로 130m 떨어져 있다. 

 

남북간 연락이 재개된 건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다. 그해 8월 북한은 통일각이 아닌 판문각에 연락사무소를 다시 열었다. 이후 양국은 각국 사무소를 통해 개성공단 개설과 금강산 사업 확대방안 등을 논의했다. 2005년에는 개성공단에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가 열렸다. 우리 정부가 북한땅에 둔 최초의 사무소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는 서울과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상호 개설, 이를 상설협의체로 확대하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1992년 설립 이후 수차례 ‘개소’ ‘폐쇄’ 반복돼

 

그러나 이듬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을 계기로 북한은 다시 연락사무소 문을 걸어잠갔다.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 폐쇄는 물론 직통전화선도 전부 끊었다. 그해 12월엔 남한과 연결된 육로통행로마저 차단했다. 

 

얼어붙은 남북관계는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다시 해빙기를 맞이했다. 북측은 육로통행로와 직통전화선을 복구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에 맞춰 상설 남북 대화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하지만 평화무드는 오래 가지 않았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우리 정부가 대북제재를 선언하자, 북한이 연락채널을 모두 끊어버린 것이다. 그러다 2011년 1월 서로의 대화의지를 확인하고 다시 연락망을 되살렸다. 

 

대화의 연결고리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 또 끊겼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하자 북측은 판문점 연락채널과 군 통신선을 전면 차단했다. 정부가 북한에 의사를 전달하려면 군사분계선에서 마이크로 소리를 질러야 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존립근거를 법으로 못 박아야 한다는 주장도

 

그러다 올 1월 연락채널이 다시 개통됐다. 약 2년 만이다. 문재인 정부가 평창 동계올림픽의 북한 참가를 원한다고 밝힌 것이 그 배경이다. 이후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 정상은 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에 설치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남북 연락사무소가 상호교류의 출발점이라는 데엔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한반도 정세에 따라 또 제구실을 못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남북 양측이 연락사무소의 존재를 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정부·여당은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강조하고 있다. 일단 통일부와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남북 연락사무소가 대북제재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