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추경예산, 이용섭 시장 ‘압승’ vs 시의회 ‘백기’
  • 광주 =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9.0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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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장의 지략 의회 설득 주효, 상임위 삭감 현안사업 예산 ‘부활’…시의회 ‘자중지란’

 

광주시가 제출한 2018년 1회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해 개회한 제271회 광주시의회가 폐회했지만 회기 기간 동안 보여준 시와 시의회의 지략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수(手) 싸움’에서는 이용섭 광주시장이 압승을 거뒀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광주시의회와 광주시 간 추경예산 편성을 둘러싼 백병전이 대표적이다. 물러설 수 없는 광주시의 당면 현안사업 예산 편성에서 이 시장은 행정자치부와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낸 행정의 달인이자 재선 출신 유력 정치인이란 명성에 걸맞게 역시 노련했다.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8월30일 광주시가 제출한 2018년 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장고 끝에 밤 12시를 넘겨 심의·의결했다. 예결위는 상임위에서 전액 삭감됐던 광주형일자리 현대차 투자유치 용역예산을 전액 부활시켰다. 68%나 깎였던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 예산도 원상복구 했다. 지역 관가 주변에서 예결위의 ‘역습’이라는 말이 회자되는 대목이다. 불과 엿새 만에 시의회 안에서, 전체 23석 중 22석을 차지해 의회를 완전 장악한 절대다수당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엇갈린 결정이 나온 셈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8월28일 오후 시의회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현안사업 관련 시의회와의 간담회’에 참석해 현안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광주시

 

광주시, 현안사업 추진 탄력 vs 시의회 상임위는 삭감,​ 예결위는 부활 ​‘엇박자 심각’

 

애초 상임위 의결이 예결위에서도 대부분 받아들여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29일 오후 5시께부터 무려 7시간 넘도록 이어진 계수조정 끝에 나온 예결위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광주시의 무분별한 예산 증액 요청에 반감을 가지며 예산 삭감의지를 표명했던 시의회는 “집행부의 행태는 괘씸하지만 광주시 현안 사업을 망칠 수는 없다”며 결국 백기를 들었다. 

 

현대차 투자유치를 위해 광주시가 신청한 연구용역 예산은 모두 7억원이다. 지난 8월24일 소관 상임위는 전액 삭감했지만 예결위는 이를 모두 되살렸다. 산업건설위는 “투자 협약 내용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상황에서 용역을 진행하는 게 맞지 않다”며 광주시에서 요구한 예산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예결위는 광주시의 사업 추진 불가피성에 대한 설명을 수용했다. 

 

예결위는 또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 용역예산의 일부를 삭감한 상임위 결정과는 달리 이를 모두 되살린 뒤 통과시켰다. 당초 행자위는 공론화 방식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한 예산 편성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며 요구예산 3억8000만원 중 1억2000만원만 반영했으나 예결위는 상임위 의결을 무시했다. 

 

두 사업 모두 광주의 최대 현안으로 민선 7기 ‘이용섭호’의 순항 여부와도 직결돼 있는 사안이다. 이 때문에 예결위에서 부활 여부가 최대 관심사였다. 결국 상임위의 예비심사에서 대거 삭감된 예산이 예결위 계수조정에서 부활했다. 

 

이 시장의 설득작업과 철저한 논리전개로 대립각을 세웠던 시의회가 무너졌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 시장이 8월 28일 시의회와 간담회에서 발언한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시장을 비롯한 시 고위간부들이 시의원들과 정책간담회를 가진 것은 민선 6~7기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시장은 이날 “도시철도 2호선 문제가 광주시정을 마비시키는 일은 결코 용납돼선 안 된다. 앞으로 중요 정책은 시의회와 충분히 협의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시장은 그동안 불통 지적을 받았던 도시철도 2호선 사업과 현대자동차 투자유치 협상 등의 추진상황을 설명하고 “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며 의회가 도와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이 시장은 또 소통 노력이 의회의 기대에 못 미친 점에 대해서도 시인하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부 단속에도 나섰다. 상임위에서 추경 예산안이 삭감 된 후 마지막까지 삭감된 예산이 부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며 간부공무원들을 독려했다. 이에 시 간부 공무원들은 예결위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맨투맨 설득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예결위 소속 한 시의원은 “현대차 위탁조립 공장 관련 연구용역 예산이 삭감된 뒤 해당 부서 간부가 찾아와 예산 부활을 부탁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광주시의 전방위적 설득에 예산 승인에 반대 입장에 섰던 예결위원들은 흔들렸다. 시의회가 예산을 끝내 삭감한다면 최대 당면 현안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리게 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게 되고 그러면 의회가 책임져야 한다는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집행부의 설득은 의회도 예산을 삭감한 반면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무언의 압력(?)이었다. 예결위는 논란 끝에 예산을 부활시켰다.

 

송형일 예결위원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원안 의결을 결정한 배경에는 이들 사업에 여러 의구심은 있지만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다”며 “광주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의 초기 단계에 의회가 의구심만으로 이 사업들의 싹을 자를 수 있다는 부담이 있었다”고 심경의 일단을 내비췄다.

 

ⓒ광주시의회 제공

 

 

 

무언의 압력(?)에 굴복…시의회 예결위는 ‘부활위원회’ 오명 

 

하지만 광주시의회는 이번 추경안에 대해 상임위와 예결위 심사 결과가 서로 달라 스스로 신뢰에 먹칠을 했다.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 예산 등 상임위에서 삭감된 예산이 예결위에서 부활하면서 ‘상임위 예산 심의’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일부 예결위원들이 “예산 칼질 아니다”며 반박하고 나서는 등 자중지란으로 ‘산으로 가는’ 형국이다. 

 

한 시의원은 “예결위가 ‘부활위원회’라는 불명예를 자초했다”며 “의회 예산 심의가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집행부 공무원들도 상임위보다는 예결위에 비중을 두고 움직일 것이 뻔하고, 상임위가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용섭 시장은 시의회 상임위에서 대거 삭감된 예산을 예결위에서 부활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당면 현안 사업 추진에 발판을 마련했다. 또 예결위의 ‘결론’이 6·13 지방선거 후 새롭게 출범한 광주시와 광주시의회 관계 설정의 첫 시험대였다는 점에서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러나 광주시의 소통 부재는 의원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샀다. 산업건설위는 광주형 일자리 관련 연구용역 예산을 삭감할 당시 시가 현대차와 진행 중인 협상 내용 등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를 번번이 무시한 데다, 그간 의회와의 소통도 없었던 데 대해 불만이 컸다. 이 시장의 추경안 승리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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