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 갖추고도 ‘사고사’ 비극 못 막은 삼성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9.0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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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발생 2시간 지나서야 당국에 신고한 삼성 자체소방대…전문가 “상식적으로 신고가 우선”

 

자위대는 자기 나라의 안전 유지를 위해 조직된 단체를 뜻한다. 보통 일본의 군대를 가리킨다. 그런데 삼성에도 자위대가 있다. 바로 ‘자체소방대’다. 지난 2013년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공장 사고의 중심엔 이 자체소방대가 있었다. 이번에 기흥공장에서 터진 비극도 예외가 아니었다. 

 

9월4일 오후 1시 59분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의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사업장에서 소화용 이산화탄소가 흘러나왔다. 밀폐된 공간에 이산화탄소가 유출되면 산소 농도가 낮아져 질식사를 일으킬 수 있다. 

 

사고가 발생하자 ‘삼성전자 기흥소방대’가 현장에 출동했다. 이는 기흥공장의 자체소방대다. 현장엔 협력업체 직원 A(24)씨 등 3명이 쓰러져 있었다. 기흥소방대는 이들을 용인 한림대병원으로 옮겼다. 그러나 A씨는 결국 사망했다.


9월4일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사업장에서 소화용 이산화탄소가 유출돼 20대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으로 진입하는 소방차 ⓒ 연합뉴스



사망사고 못 막은 삼성의 ‘자체소방대’

 

자체소방대는 공장의 규모에 따라 법적으로 둬야 하는 단체다. 위험물안전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지정수량의 3000배가 넘는 위험물을 관리하는 사업소는 최소 소방차 1대와 소방대원 5명을 보유해야 한다. 그런데 경기도 재난안전본부 관계자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은 자체소방대 설치에 관한 법적 의무가 없다”고 했다. 사고 원인이 된 이산화탄소는 법정 위험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기흥소방대는 법적으로 둘 필요가 없는데 기업 차원에서 운영하는 사조직인 셈이다. 소속 대원의 지위는 지방직 공무원이 아니라 삼성전자 직원이라고 한다. 재난안전본부 관계자는 “기흥사업장은 소방대와 별도로 구조대도 자체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기흥공장뿐만 아니라 화성, 평택, 수원 등 3곳의 사업장에서도 자체소방대를 운영하고 있다. 용인소방서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기흥소방대 소속 대원은 총 30명이다. 보유 차량은 소방차와 구급차 등 8대다. 법에서 정한 자체소방대 규모(대원 5~20명, 차량 1~4대)를 넘는 수준이다. 

 


기흥공장 자체소방대 설치는 법적 의무 아냐 

 

이처럼 큰 규모의 자체소방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사고에 대해 빠르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롯데케미칼 여수 플라스틱 공장에서 화재가 났을 땐 자체소방대의 긴급 조치로 인명피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기흥소방대는 근로자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사망자 A씨와 함께 구출된 다른 직원 2명도 9월5일 오후 5시 현재 위중한 상태라고 알려졌다. 

 

삼성 자체소방대의 미흡한 대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3년 1월 화성공장에서 화학물질 불산이 누출됐을 때도 자체소방대가 출동했다. 하지만 1명이 죽고 4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해 5월엔 또 화성 사업장에서 같은 이유로 3명이 다쳤다. 

 

게다가 이번엔 자체소방대의 신고 시점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기흥소방대가 용인소방서와 고용노동부 측에 전화로 사고 상황을 알린 건 오후 3시 48분. 사고발생 시점(1시 59분)과 거의 2시간 정도 차이가 난다. 이를 두고 늑장신고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사고발생 약 2시간 뒤 신고…“소방기본법 위반”

 

이재명 경기지사는 9월4일 페이스북에 “소방기본법에 명시된 사고현장 신고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긴급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소방기본법 19조엔 “구조․구급이 필요한 사고현장을 발견한 사람은 그 현장 상황을 소방본부, 소방서 또는 관계 행정기관에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고 나와 있다. 

 

삼성은 그러나 “사고 조치에서 법을 어긴 부분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9월5일 시사저널에 “기흥소방대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4조 3항에 따라 조치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 내용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지체 없이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장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대재해’란 1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10명 이상이 동시에 부상당한 사고를 뜻한다. 이번에 숨진 근로자 A씨는 오후 3시 43분 사망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신고는 5분 뒤인 3시 48분에 이뤄졌다. 

 


삼성은 “조치 먼저”, 전문가는 “신고 먼저”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고 즉시 신고의무를 규정한 소방기본법의 입법 취지는 신고를 빨리 하라는 게 아니라 조치를 빨리 하라는 것이라고 본다”면서 “사고 나자마자 용인소방서에 먼저 연락해 현장으로 안내했다면 오히려 골든타임을 놓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의 말은 전혀 달랐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9월5일 “구조를 필요로 하는 상황에선 신고가 우선”이라며 “신고하지 않았는데 구조에 실패하면 그야말로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기도 재난안전본부 관계자 역시 “상식적으로 봐도 (사고가 발생하자마자) 관계 당국에 신고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소방청은 이번 사고와 소방기본법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현재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한다. 일각에선 “기흥소방대가 아닌 다른 직원이 신고와 안내를 맡았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흥공장을 담당하는 용인소방서는 기흥소방대보다 규모가 크다. 보유하고 있는 현장 출동인원은 318명, 차량은 68대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는 "안전을 지키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왔으나 참담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9월5일 오후 공식 사과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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