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화재 불똥, 한국 LPGA투어 무산되나
  • 안성찬 골프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9.07 16:30
  • 호수 150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산서 열리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첫 대회 앞두고 스폰서 BMW사 휘청 우려

한국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가 없어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내년에도 열린다. 다만, 2개로 늘어날 것 같았던 대회는 그동안 LPGA투어를 주최했던 하나금융그룹이 대회를 포기함으로써 골프팬들이 2주간 연속해서 스타들을 볼 기회는 아쉽게도 사라졌다. 장소도 인천에서 부산으로 옮긴다. 

 

10월11일부터 14일까지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리조트 오션코스에서 열리는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은 내년부터 볼 수 없게 됐다. 이에 앞서 올해는 10월4일부터 7일까지 8개국 국가대항전인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총상금 160만 달러)이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린다. 최근 하나금융그룹은 LPGA 측의 연장 의사에 대해 ‘재계약할 의사가 없다’고 통보했다. 내년 2월 하나금융그룹과 LPGA 간의 LPGA 정규투어 메인스폰서 계약(2019~22년)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하나금융그룹이 더 이상 스폰서를 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2개 대회는 무산된 셈이다. 

 

부산광역시 LPGA 파트너십 조인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KLPGA 제공


하나금융 LPGA투어 포기

 

하나금융그룹은 한 대회당 50억원 이상을 쏟아 부으며 13년 동안이나 공들여 온 LPGA투어를 왜 포기했을까. ‘배신감(?)’ 때문이라는 게 설득력을 갖는다. LPGA가 KEB하나은행에 양해를 구하지 않고 BMW그룹과 공식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하나금융그룹은 국내 유일의 LPGA 타이틀을 빼앗겼다. 하나금융그룹 내에서 ‘국내 유일이 아니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이 나돌았을 정도로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는 얘기다. 

 

한국 최초의 LPGA투어는 1995년부터 1997년까지 제주 캐슬렉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삼성월드챔피업십이다. LPGA투어 스타급 선수 20여 명이 출전한 이벤트였다. 2001년 제주에서 스포츠투데이가 창간기념으로 CJ그룹과 손잡고 정규투어인 CJ나인브릿지클래식을 처음 개최했다. 이후 2005년부터 하나금융그룹이 스폰서를 맡아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을 열어 18년째 이어온 것이다. 이 대회부터 LPGA투어는 한국을 시작으로 한 ‘아시안 스윙’이 열린다. 이어 뷰익 LPGA 상하이(총상금 210만 달러)가 중국 상하이에서, 스윙윙 스커츠 LPGA 타잉한 챔피언십(총상금 220만 달러)이 대만 타이베이에서, 토토 재팬 클래식(총상금 150만 달러)이 일본에서, 블루 베이 LPGA(총상금 210만 달러)가 중국 하이난에서 연속으로 개최된다. 

 

한편, LPGA투어를 포기한 하나금융그룹은 내년부터 KLPGA투어와 아시아투어를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회는 총상금 10억원을 걸고 연다. 여기에 하나금융그룹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대만·말레이시아·태국 등과 함께 아시아투어를 계획 중이다.   

 

LPGA 정규투어는 내년부터 3년간 부산에서 열린다. 세계적 자동차 메이커 BMW그룹이 스폰서다. 지난 5월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과 마이크 완 LPGA 커미셔너 회장이 서울 중구 BMW코리아 본사에서 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메인 스폰서 조인식을 가졌다. 장소는 부산 기장의 아시아드 컨트리클럽이다. 

 

어떻게 해서 스폰서가 하나금융그룹에서 BMW그룹으로 옮겨간 것일까. 사실 이는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다. 국내에서 LPGA투어를 독점 중계하는 골프전문 케이블 방송에서 새로운 스폰서를 찾아 대회를 늘리려고 했다. BMW코리아 측에 스폰서 요청을 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졌다. LPGA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BMW코리아가 발 빠른 결정을 내렸고 장소는 부산 아시아드 컨트리클럽으로 정해졌다. BMW코리아는 상금만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운영비는 부산시와 아시아드 컨트리클럽이 내는 조건이다. 투어 개최 결정과 함께 골프장 명칭도 ‘LPGA 인터내셔널 부산’으로 변경됐다.

 

 

BMW 사태 변수로 등장

 

지난 5월 대회 개최 조인식에서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은 “부산시와 LPGA와 협의해 최고의 대회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마이크 완 LPGA 회장은 “BMW라는 훌륭한 파트너와 함께 아름다운 도시 부산에서 LPGA투어 대회를 개최하게 돼 매우 기쁘다. 이 대회는 최고의 스폰서와 최적의 장소, 최고의 여성 골퍼 등 세계적 수준의 대회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시아드 컨트리클럽은 LPGA 정규투어 시드를 주는 퀄리파잉 아시아지역 예선전도 치른다. 또한 골프 아카데미 프로그램과 골프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인 T&CP(Teaching &Club Professional)도 도입하기로 했다. 아시아드는 세계적인 골프코스 설계자인 리즈 존스의 설계로 현재 티잉 그라운드와 그린 주변을 리뉴얼하는 등 내년 3월까지 개·보수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최근 불거진 BMW 사태 때문이다. 첫 대회를 앞두고 좌초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BMW 자동차의 잇따른 화재 및 리콜과 함께 일부 차량은 운행정지 명령까지 받으면서 대회 개최에 불똥이 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국내 소비자의 불신으로 인해 BMW 자동차의 판매 부진이라는 악재가 겹쳤다. BMW코리아는 지난해까지 3년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도 개최했다. 국내 여자대회 최고의 상금액인 12억원에다 대회운영 비까지 20억원 이상을 들여 대회를 열었다가 올해 없앴다. 이유는 대회기간이 LPGA투어 에비앙 챔피언십과 같아 국내 스타들이 대거 빠져나간 때문이다. 

 

한편, 말레이시아가 국내 사정으로 올해부터 LPGA 사임다비 대회를 열지 못했다. BMW 사태가 골프대회로까지 불똥이 튄다면 LPGA투어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투어’를 추구하는 LPGA로선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 LPGA투어만큼은 골프 강국인 한국이 미국 다음으로 후원 기업이 많다. LPGA와 부산시, 그리고 BMW코리아의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대회를 포기하고 LPGA투어에 뛰어든 BMW코리아가 과연 대회를 순조롭게 개최할지 궁금하다. ​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