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10년④] “불확실한 시대, 인적자본에 투자하라”
  • 조유빈·김종일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8.09.10 15:53
  • 호수 150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김상봉 한성대 교수 “정부·기업은 재교육에, 개인은 은퇴 후 준비해야”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한국 경제가 또다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한국 경제는 아직도 긴 터널에 빠져 있다는 진단이 많다. 수출과 내수가 동반 부진한 가운데 투자와 소비까지 움츠러들자 성장 엔진이 꺼졌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이 와중에 가계 부채는 불어나고 소득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위기가 또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양극화가 문제다. 지금 추세라면 양극화 현상은 더 고착화될 수 있고 성장 동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저성장·저금리·저물가, 저소득과 고실업 등이 뉴 노멀(new normal)이 된 상황에서 각 경제주체가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결국 고용, 즉 ‘일자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인은 미리미리 은퇴 후를 대비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정부는 기업이 재교육·재개발 여건을 조성할 수 있게 유인을 제공하고 관련 인프라 조성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이끌던 민간 싱크탱크 국가미래연구원의 간사를 맡고 있는 젊은 경제학자다.

ⓒ 시사저널 최준필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국 경제에 미친 영향은.

“외환위기 당시 한국엔 리스크를 관리할 시스템이 전혀 없었다. 국가도, 기업도 마찬가지였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그나마 잘 버텨낸 것은 외환위기를 거친 후 시스템을 보완해 취약한 부분을 고쳤기 때문이다.”

두 번의 위기를 겪은 한국의 모습은 어떤가.

“고용의 변화가 가장 컸다. 두 번의 큰 경제위기는 한국 경제의 노동 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혔다. 효율성만을 강조했다. 그렇게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렸고, 비정규직 속에서도 쪼개졌다. 변화를 꾀해도 상황에 맞는 유연성이 필요한데, 우리에게 안 맞는 체제가 강제적으로 적용되면서 그때부터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고착화됐다.”

결국 가장 큰 변화는 양극화라는 목소리가 크다.

“양극화도 두 갈래로 나눠졌다. 연봉 등 소득 양극화도문제지만, 사실 정말 큰 문제는 자산에 의한 양극화 심화다.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의 말처럼 자산에 의한 수익률이 소득 수익률보다 훨씬 높은 점이 심각한 문제다. 특히 한국에선 부동산이 문제다. 부동산에 의한 기대 수익은 소득 증가율과는 비교도 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양극화 현상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악화될 수 있다.”

해결책으로는 무엇이 있나.

“결국 자산이 몰린 부동산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일단 공급을 늘려야 하고, 더 많은 거래가 이뤄지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거래세가 2배 정도 높다. 반면 보유세는 훨씬 낮은 수준이다.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면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될 수도 있다.”

부동산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서울의 주택 보급률은 100% 정도 되지만, 자가 보유율은 50%도 안 된다. 1가구 2주택이라는 얘기다. 재건축 연한을 낮춰야 한다. 지금처럼 물량을 조금씩 풀면 유동자금이 한꺼번에 몰려 부작용이 있다. 재건축 연한을 대폭 낮추고 재건축 부지를 블록별로 크게 구간을 나눠 한꺼번에 풀면 부동산 공급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저성장·저소득 등을 넘어 양극화와 불평등이 뉴 노멀이 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불평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세금을 걷어 나눠주는 일이다. 조삼모사식이 되기 쉽다. 중요한 건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다. 개인이라는 경제주체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방법이 최우선돼야 한다.”

정리해고 등에 내몰려 수많은 사람들이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다. 

“은행 지점장을 했던 사람조차 은퇴 후 치킨집을 연다. 그동안 습득했던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는 재취업의 길은 거의 없다. 이게 바로 문제의 핵심이다. 정부가 스타트업 등 창업 지원을 늘리는데 정작 지원을 집중해야 할 세대는 20대가 아니라 4050세대다. 이들은 이미 풍부한 기술과 인맥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창업하면 망하지 않고 지속할 가능성도 높다. 여기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정부의 인적 투자를 체감하기 어려운데.

“맞다. 재벌 대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쏠림 현상을 개선해야 한다. 지금은 신산업에 투자를 한다고 해 놓고 정작 산업단지에 돈을 뿌리는 식이다.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공지능, 빅데이터 인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시대가 변했다. 정부, 기업, 개인 모두가 재교육에 힘써야 할 때다. 지금은 모든 경제주체가 어디서 어떻게 재교육을 받아 전문성을 갖출 수 있는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지 모른 채 우왕좌왕만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결국은 경쟁력이다. 개인은 미리미리 경쟁력을 키워 은퇴 후를 대비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창업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창업과 혁신을 위한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기술탈취 문제 등은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공정한 시장은 창업과 혁신에 필수적이다. 더불어 기업들이 재교육에 나설 유인을 적극 개발해 도입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충분히 제2의 삶을 준비할 수 있게 돕는 일이 기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노동유연화 문제를 이렇게 풀 수도 있다. 물론 정부 차원의 재교육 인프라 구축과 제도 설계는 당연히 해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20대만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전 세대로 확대해야 한다. 그 역할은 대학이 하면 된다.”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뾰족한 방안이 없어 보인다.

“사실 뾰족한 답은 없다. 개인적으로 단기적으로는 경제, 중기적으로는 노동, 장기적으로는 교육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 경제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장·단기 정책이 다 엉망인 이유는 정치권이 ‘표’에 휘둘리기 때문이다. 다수의 선택이 아닌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는 게 중요한데 지금은 그게 되지 않고 있다. 현재의 교육정책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정치인들이 소신을 갖고 확실하게 방향 설정을 하고 그에 따른 대국민 소통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

 

 

※‘글로벌 금융위기 10년​’ 특집 연관기사


[글로벌 금융위기 10년①] ‘헬조선’이 ‘뉴 노멀’ 됐다(上)


[글로벌 금융위기 10년②] ‘헬조선’이 ‘뉴 노멀’ 됐다(下)


[글로벌 금융위기 10년③] 위기는 얼굴 바꿔서 온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