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특성은 지리·생태학적 진화의 산물”
  • 조철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9.14 14:39
  • 호수 150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의 특성은 지리·생태학적 진화의 산물” ‘하늘, 땅, 사람’ 세 가지 틀로 살핀 《역지사지 일본》 펴낸 심훈 교수

 

전 세계 수많은 이웃 국가들 가운데 한국과 일본만큼 유사점과 차이점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도 드물다. 먼저, 생김새가 비슷하고 어순이 같으며 한자 문화에 기반한 예는 양국 간의 유사점이 얼마나 깊은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반면, 반도 국가로 대륙과 연결되어 있는 가운데 전통적으로 문(文)을 숭상해 온 한국과 달리, 대륙과 동떨어진 험한 섬나라에서 칼과 무력을 받들어온 일본의 정체성 또한 한국과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여실히 보여준다. 

 

현재 한림대학교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부에 재직 중이며 2009년과 2016년에 일본 도쿄의 게이오대학교와 릿쿄대학교에서 1년씩 객원교수로 지낸 심훈 교수가, 그런 일본의 특성을 지리·생태학적 진화의 산물로 인식하며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우리의 현재 모습을 돌아보도록 유도하고자 《역지사지 일본》을 펴냈다. 

 

“2009년에 연구년을 맞아 일본 도쿄에 있는 게이오대학에서 객원교수로 1년간 체류했다. 그렇게 보낸 1년은 단 하루도 빠짐없이 놀라움과 충격으로 점철됐다. 바로 이웃한 국가인데 모든 면에서 우리와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거, 한국의 지배 계층인 선비들은 흰 옷을 입었던 데 반해, 일본의 사무라이들은 검은 옷을 입어왔으며, 우리는 수저를 식탁에 세로로 놓는데 일본인들은 수저를 옆으로 뉘어 놓고 있었다. 택배 수령 때도 사인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모든 것을 도장으로 결재하는 등 한국적인 상식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 현상들이 너무 많았다.”

 

심훈 지음│한울 펴냄│205쪽│2만4000원


 

“화산대의 험지에서 굳어진 생존 논리와 생존 법칙”

 

심 교수를 특별히 궁금하게 만든 것은 ‘일본인들이 왜 그렇게 상대방에 대해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애쓰며 또 자신만의 사적 공간 확보에 유달리 집착하는가’였다. 그래서 ‘바로 이웃에 위치해 있는데 어떻게 해서 우리와는 전혀 다른 생활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이유를 스스로에게 묻고 또 이에 대한 답을 얻고자 나서게 됐다. 그 과정에서 나름대로 한국·일본·미국의 많은 서적을 참고했으며 때로는 일본에서 오래 생활했던 한국인들에 대한 인터뷰 등을 통해 그 나름대로 답안을 서서히 만들어나갔다. 

 

“지구적 차원에서 볼 때 가장 혹독한 자연재해라면 대개 지진과 태풍, 그리고 홍수를 꼽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구상에서 이런 최악의 자연재해가 교차적으로 쉴 새 없이 일어나는 국가가 바로 일본이라 할 것이다. 게다가 산의 지형이 무척 험준한 까닭에 대기층이 불안정해 돌풍과 우박, 벼락 등과 같이 극단적인 기상 현상들이 1년 내내 발생하는 곳 또한 일본이다. 그런 까닭에 일본을 이해하고 일본인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하늘과 땅, 지리와 기후, 산천과 지형의 혹독함과 험준함을 이해해야 한다.”

 

심 교수가 ‘신일본견문록’이라고 부제를 붙인 이 책에서 일관되게 전달하고 있는 메시지는 ‘생존 투쟁’이다. 하늘에서 몰아치고 땅에서 토해 내는 온갖 자연재해를 수천 년 동안 온몸으로 받아가며 오랜 세월을 화산대의 험지에서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이들이 일본인들인 까닭에서다. 그런 연유로 강한 대상에 대해서는 항상 순응하고 복종해 왔으며 자신이 강자로 올라서는 경우, 자연스럽게 주변을 복속시키고자 했던 것이 일본인들의 생존 논리이자 생존 법칙이었다. 이 책은 태풍과 홍수로부터 목숨을 건지기 위해, 지진과 쓰나미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사무라이들의 칼과 군부 정권의 폭정으로부터 생존하기 위해 ‘부끄러움’과 ‘죄책감’ 속에 질긴 삶을 끈끈하게 영위할 수밖에 없었던 일본인들의 슬픈 역사를 담고 있다.

 

“기후 및 지형 조건은 일본인들의 역사에도 대단히 깊은 영향을 미쳤다. 가령 미군이 일본과의 태평양전쟁에서 승리한 뒤 일본 본토에 점령군으로 주둔하게 됐을 때, 일본인들이 거세게 저항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이들이 너무나 온순하게 미군을 맞이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역사적인 사실은, 일본인들의 운명론적 가치관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천황제 아래에서, 군국주의 아래에서, 또 민주 정권 아래에서 살아가는 일본인들은 어떤 체제에서 살건 간에 금방 이를 자신들의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 좀처럼 대규모 시위나 집회 등을 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일정 부분 근거하고 있다고 본다.”

 

 

“배려 문화 역시 역사가 남긴 가슴 아픈 결과물”

 

심 교수는 일본과 우리의 같은 듯 다른 사회와 문화를 각자의 하늘과 땅이 빚어낸 사람들의 역사 속에서 찾으며, 서로의 땅에 서서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 함께 사는 사람들을 봄으로써 이해할 것을 제안한다. 

 

“최첨단 문명을 자랑하는 일본에서 아직껏 기독교나 불교보다 신도(神道)가 맹위를 떨치는 이유는 당연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지진과 화산, 쓰나미, 태풍에다 벼락까지 난무하는 열도에서 일본인들이 가장 필요로 했던 것은 이승에서의 안녕이지 저승에서의 행복이 아니었다. 선행을 쌓거나 해탈할 경우, 천국에 가거나 열반에 들 수 있다는 기독교와 불교의 높은 말씀은, 피안에서 들려오는 목탁과 종소리에 불과했다.”

 

심 교수는 일본으로부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기제로 단절된 인간관계를 꼽는다. ‘결코 이웃에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라는 배려 문화 역시 그네들만의 역사적·문화적 배경에서 탄생한 가슴 아픈 결과물이라고 지적한다. 언뜻 보기에 대단히 부러울 것 같은 배려 문화에 대한 지나친 강조가 이웃 간의 교류를 위축시키고 나아가 자신만 챙기는 극단적 이기주의 및 보신적 고립주의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1인용 식탁 및 1인용 칸막이는 그렇게 주변의 눈치 볼 필요 없이 자신만의 삶을 홀로 즐길 수 있는 기형적인 문화를 양산하게 됐다. 인간들 간의 정감 어린 교류가 메말라 있는 사회, 건조하기 짝이 없고 지독히 외로운 사회가 바로 일본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한국도 그러한 기미가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