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 “지도부끼리 충분히 박 터지게 대화 나눈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8.09.14 14:41
  • 호수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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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첫 마음 지키려 늘 고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그의 오른 팔목에 찬 팔찌 수가 그새 더 늘어 있었다. “노랑은 세월호, 주황은 스텔라데이지호, 연두색은 위안부 피해자다. 파랑 두 개는 이번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하면서 당원들이 채워줬다. 문재인 대통령을 응원하는 의미로 차고 다니라고 해서….” 샤워할 때도 절대 빼지 않는다. 이 ‘묵직한 팔찌’는 그가 처음 국회 문을 들어섰을 때의 초심을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상징한다. 


지난 8월25일 당내 중진 후보들을 꺾고 1위로 당 최고위원에 당선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그는 그가 받았던 지지만큼이나 고민도 가득하다. 그렇지 않아도 빡빡했던 일정은 더욱 배가됐다. 오전엔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오후엔 기자회견을 열어 사법농단 국정조사를 촉구한다. 새로 맡게 된 당내 소통 플랫폼 구상에 골몰하다가, 틈틈이 독일 정치에 대한 책을 펴 당의 청년 정치인 양성도 고민한다. 그는 새 직함과 지위에 부담을 느낀다면서도 이슈에 대한 자신의 목소리가 정치권을 조금씩 움직인다고 체감할 때 신기하다고 말한다. 9월12일 경남도청에서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부랴부랴 서울로 올라온 박 최고위원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나, 3주간 지도부를 경험한 느낌과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한 각오 등을 들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최고위원이 된 후 일상에서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말이나 행동에 무게가 실렸다는 것. 조심스러워진 부분도 있지만, 반대로 이전엔 당 대표·원내대표와 직접 얘기하기 좀 어려운 게 있었는데 지금은 편하게 다 얘기한다. 최근 사법농단처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슈들에 대해 목소리를 냈더니 정치권이 조금씩 움직이는 게 보여서 신기함을 느끼기도 했다.” 


전당대회 당시 “야당·보수언론과 싸워야 한다”고 생목으로 외친 부산에서의 연설이 화제였다. 본인도 전당대회 과정을 돌아봤을 때 이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나.


“사실 전날 밤 작성한 연설문을 당일 아침 비행기 타고 부산 내려가는 길에 전부 다 바꿨다. 그날 오전 우연히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데 전당대회에서 아무도 해법을 얘기 안 한다, 어디 가면 뭐 지어주겠다고만 말한다’는 비판을 들었다. 안 되겠다 싶어 현재 지지율이 빠진 이유와 당이 해야 하는 역할로 연설문을 채웠다. 연습할 시간이 없어 시간이 훅 초과해 버렸다. 마이크 꺼진 후 소리 지르며 말했던 게 그 때문이었다. 8월25일 전당대회 당일 연설도 또 전날 밤 다 바꿔버렸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공격이 극에 달할 때여서 왜 이게 중요한지 설명해야겠다 싶었다. 이때도 연습할 시간이 없었다. 연설문 5장 중 첫 장 읽는 데 시간의 절반을 썼다. 그래서 나머지 4장은 안 읽고 남은 시간 애드리브로 채웠다. 연설 다시 보면 내가 ‘5단계 전략 말씀드리겠다’하고 실제 3단계밖에 말 안 하는 걸 알 수 있다.”


3주 동안 경험한 이해찬 지도부 체제는 잘 운영되고 있나.


“대표님은 항상 먼저 의견을 구하고 대화 잘해 줘서 어려움 없다. 서로 식사 잘하셨나 이런 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부동산, 은산분리, 최근 메르스 문제 등에 대해 박 터지게 얘기한다. 남북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도 대표님이 갖고 계신 발언문과 우리 생각이 다르면 얘기 다 한다. 그렇게 조율해서 밖으로 나가는 거다. 단 어려움이 있다면, 이번에 최고위원들이 다 역할을 나눴는데, 내가 소통과 교육 시스템 혁신이라는 굉장히 어려운 분야를 맡았다. 이전에 당이 해 왔던 일들을 보고받고 검토하는데 잘 안 돼 온 이유가 있더라. 엄청 골머리를 썩고 있다.”

 

당원들과 소통할 플랫폼을 구축하는 일을 맡았는데 얼마나 구체화됐나.


"정당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새로운 정치 인력을 양성하는 건데 지금까지 보면 키워지다기보다 위에서 지목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 경로도 불투명했다. 그러다보니 젊은 도전자 입장에선 그 불투명하고 불명확한 과정에 몸을 던진다는 게 얼마나 모험적이겠나. 당장 청년위원회 활동 예산 배정하고 비례대표 주는 것도 중요한데, 그보다 근본적으로는, 이 과정을 명확하고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게 더 필요하다고 본다. 요새 열심히 읽고 있는 책이 《독일 정치, 우리의 대안》인데, 독일 정당은 대부분 이런 시스템 갖고 있다. 독일은 나고 자란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을 시작하고 상향식으로 커나간다. 그런데 우리는 지역에 뿌리 못 내리고, 직업 없이 직함 하나만 가진 채 중앙 무대에서 계속 배회하는 청년들이 있다. 그게 그들에게 무슨 트레이닝이 되겠나. 밑에서부터 훈련 받아 커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젊은 최고위원으로서 김해영 최고위원과 함께 그간 당이 소홀했던 청년 정치 발전을 위한 고민도 있고 또 책임도 주어진 것 같다.


"정당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새로운 정치 인력을 양성하는 건데 지금까지 보면 키워지다기보다 위에서 지목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 경로도 불투명했다. 그러다보니 젊은 도전자 입장에선 그 불투명하고 불명확한 과정에 몸을 던진다는 게 얼마나 모험적이겠나. 당장 청년위원회 활동 예산 배정하고 비례대표 주는 것도 중요한데, 그보다 근본적으로는, 이 과정을 명확하고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게 더 필요하다고 본다. 요새 열심히 읽고 있는 책이 《독일 정치, 우리의 대안》인데, 독일 정당은 대부분 이런 시스템 갖고 있다. 독일은 나고 자란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을 시작하고 상향식으로 커나간다. 그런데 우리는 지역에 뿌리 못 내리고, 직업 없이 직함 하나만 가진 채 중앙 무대에서 계속 배회하는 청년들이 있다. 그게 그들에게 무슨 트레이닝이 되겠나. 밑에서부터 훈련 받아 커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최고위원 하면서 그간 활발했던 의정활동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을 텐데 고민은 없나.


“많다. 일이 바빠지다 보면 의원으로서의 기본적인 의정활동이 약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개인 박주민, 의원 박주민보다 당을 먼저 생각해 자칫 기존의 색깔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걱정도 해 주시는 것 같다. 이 부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고 현재로선 오히려 최고위원이라는 자리를 이용해 그동안 생각했던 문제들 더 제대로 풀어보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초심을 잃으려 할 땐 스스로 어떻게 다잡나.


“배지를 많이 달고 팔찌를 많이 차는 것도 다 그 일환이다. 특히 내 짝꿍(아내)과 얘기를 많이 한다. 짝꿍이 굉장히 원칙적인 사람이라 많이 혼난다. ‘그런 발언 안 할 거면 왜 정치하니’란 얘기도 듣고…. 그럼 내가 막 짝꿍한테 설득을 하는데 그럴수록 점점 더 궁색해져 다음 날 발언을 하기도 한다. 주변 분들과도 얘기 많이 하면서 내가 간직해 온 방향 잃지 않으려 한다.”


첫 마음과 방향을 지키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전당대회 치르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이나 정책을 많이 보면서 깜짝 놀랐다. 그분은 몇십 년 동안 같은 길을 걸어온 분이라는 인상이 있지 않나. 그런데 짧게 짧게 보면 김종필 전 총리와 손도 잡았다. 그분이 항상 해 온 말씀이 ‘실사구시’, 서생의 마음가짐을 갖되 실천할 땐 상인처럼 하라는 것이었다. 큰 방향을 잃지 않으면서도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한 정치 문법과 활동방식은 유연하게 하려 한다. 그 사이 균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뭘까도 고민하고 있다.”


국회 밖에서 변호사로 활동할 때와 지금, 국회에 대해 생각이 달라진 점이 있나. 바깥에서 볼 땐 국회 많이 답답하지 않았나.


“맨날 욕했다. 그런데 이 안의 논리를 알게 되니까, 아 그때 의원들도 앞에서 얘기 들으면서 동시에 ‘이걸 국회에 갖고 가서 잘 설득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했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국회 안에선 혼자 옳다고 얘기해서 이해되지 않는다. 적어도 동료 의원까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자기가 주장하는 게 100이었어도 설득하다 보면 조금씩 깎인다.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또 하나, 당연한 일이지만 국민들이 항상 쳐다본다는 부담도 있다. 변호사 땐 세월호 가족들과 국회 처마 밑에서 4개월 노숙을 해도 아무도 관심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하루만 밖에서 자도 관심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도 종종 있다.”


잠은 언제 주무시나. 육아도 해야 하는데(박 최고위원은 6월27일 늦깎이 아빠가 됐다).


“집에서는 많이 못 자고 차로 이동하면서 틈틈이 잔다. 의원실 소파가 길어서 거기서도 잔다. 일이 많아도 아이를 함께 봐야 하지 않겠나. 내가 밤에 집에 가면 짝꿍도 아이에게서 손을 뗀다. 밤 11~12시 사이에 보통 들어가는데 애기가 새벽 2시쯤 잔다. 손을 타서 안아주면 안 울고 내려놓으면 바로 운다. 계속 안고 있다가 재우고 3시간에 한 번씩 깨면 또 계속 안아준다. 잠을 길게 못 잔다. 입안이 다 헐었다. 100일 될 때까진 3시간에 한 번 깬다는데 이제 25일 남았다.”


육아 관련 법안 발의도 활발할 것 같은데.


“실제로 하려 한다. 문득 오늘 ‘아, 해볼 걸 그랬나’하고 생각했던 게 있는데, 아이랑 같이 찍은 사진과 영상을 대정부질문 때 보여주면서 ‘육아정책이 개선돼야 하지 않겠느냐’ 얘기해 볼걸 그랬나 싶었다. 그런데 이번에 대정부질문 신청을 안 해서, 이건 다음 기회에(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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