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에 휘둘리는 한국 반도체
  • 황건강 시사저널e. 기자 (kkh@sisajournal-e.com)
  • 승인 2018.09.14 15:37
  • 호수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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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증권사 보고서 발표 후 반도체주 급락…실제 수익성 훼손·단순 거래기법 영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외국계 증권사가 최근 반도체 업종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 증권사가 삼성전자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놓고 주가가 하락하는 모습은 지난해 11월 이후 세 번째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9월7일 4만4900원까지 주가가 하락하면서 최근 1년간 최저치인 4만3500원에 접근했다. 같은 날 SK하이닉스의 주가 역시 7만5900원을 기록하며 하락세를 보였다. 외국계 증권사인 JP모건이 반도체 업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보고서를 내놨기 때문이다. 

 

JP모건은 이날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기록적인 호황이 종료되고, 업황 둔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상을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D램 시장은 지난해 대비 44% 성장하겠지만 내년부터 업황이 반전해 주요 업체들의 매출액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D램 시장의 기록적인 호황도 올해 4분기가 끝이라고 전망했다.  

 

© 하이닉스반도체·삼성반도체

 

외국계 증권사의 부정적 전망 반복 왜?

 

외국계 증권사 발표 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가 하락하는 모습이 연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1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던 8월20일에도 하락의 원인으로 외국계 증권사의 보고서가 지목된다. 당시에는 모건스탠리가 D램을 포함해 주요 반도체 수요가 약화됐다는 판단과 함께 반도체 업종의 주요 업체들의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외국계 증권사의 보고서 자체는 크게 새로울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반도체 업황에 부정적인 전망은 이미 지난해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추가 주가 하락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부정적인 업황 전망에 이은 주가 조정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의 추가 약세는 올해 4분기 D램 가격 하락 우려 때문인데 시장에서는 이미 예상하는 수준”이라며 “4분기에 메모리 가격을 확인하기 전까지 삼성전자 주가가 박스권에서 등락할 수 있지만 현재 주가 수준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반도체 업황 전망보다 공매도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슷한 이슈가 반복 재생산되면서 상대적으로 정보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일부 투자자들이 공매도를 통해 이익을 얻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매도(空賣渡)는 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시장에 내다 파는 거래 기법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차입공매도만 허용되고 있지만, 거래창에 매도 물량이 쌓이는 순간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 부담을 떨쳐내기 어렵다. 일부 투자자들이 일시에 공매도 물량을 늘리면 주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올해 삼성전자의 공매도 거래량을 분석해 보면 외국계 증권사의 보고서 발표를 기점으로 거래량이 늘어나는 모습이 나타난다. 한국거래소 공매도 종합 포털에 따르면, 8월6일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공매도 거래량은 108만4430주를 기록했다. 거래대금을 기준으로는 499억원에 달한다. 다음 날인 9월7일에는 공매도 거래량이 118만6923주로 늘었다. 8월 일평균 공매도 거래량이 46만2837주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공매도 거래량 증가는 액면분할 이후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당 300만원을 넘보던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거래가 많지 않았던 반면, 주당 5만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액면분할 이후 공매도 공세가 강해진 셈이다. 삼성전자가 액면 분할을 단행하기 이전인 지난해 11월말에도 삼성전자는 외국계 증권사의 부정적 전망에 흔들렸다. 당시에도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춘 보고서를 내놨다. 이에 삼성전자에 대한 공매도 거래량은 9471주, 거래대금 기준으로는 252억원으로 한 주 전 평균치에 비해 4배 증가했다. 최근 공매도 거래대금은 5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9월6일 SK하이닉스의 공매도 거래량은 74만3842주를 기록했다. 하루 뒤인 7일 공매도 거래량은 104만3791주로 8월 한 달간 일평균 공매도 거래량인 34만7293주의 세 배에 달했다. 

 

 

외국계 증권사 부정적 전망 후 공매도 집중

 

JP모건이나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증권사의 보고서는 통상 국내 개인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렵다.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 먼저 보고서가 돌고 난 뒤 언론 보도를 통해 시장에 관련 내용이 알려진다. 이 때문에 정보 접근에 시차가 발생하고 공매도를 통해 수익을 낼 기회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계 증권사의 보고서에 먼저 접근할 수 있는 외국인과 일부 기관투자가들이 공매도 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주가가 하락 압박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다만 공매도 때문에 국내 대표 반도체 종목들의 주가가 얼마나 하락하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공매도 물량에 영향을 받아 매도 주문에 동참한 투자자가 얼마나 될지 판단할 지표가 없어서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업종에 대한 판단은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보고 있다. 4분기 메모리 가격 변동폭과 수익성 방어력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수익성의 훼손인지 단순 거래기법에 따른 일시적 하락인지를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수준이 과거 반도체 업황이 고점일 때와 비교해 일부 낮은 건 사실”이라며 “다만 향후 실적 추정치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조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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