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홍준표로 인해 들썩이는 한국당
  • 남상훈 세계일보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9.21 10:48
  • 호수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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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대표, 차기 전당대회 출마 시사…정계복귀 녹록지 않을 듯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이후 잠잠했던 자유한국당이 술렁이고 있다. 6·13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미국으로 떠났던 홍준표 전 대표가 9월15일 귀국하면서다.


홍 전 대표는 귀국길에 정치복귀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는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봄을 찾아가는 고난의 여정을 때가 되면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 나설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홍 전 대표의 전대 출마 움직임에 한국당 내부의 당권 경쟁이 사실상 시작되는 분위기다. 이미 김무성 의원, 황교안 전 총리 등이 정치 보폭을 넓히고 있다. 김병준 위원장도 홍 전 대표 귀국에 맞춰 ‘국민성장론’을 제시하며 존재감 부각에 힘쓰고 있다. 


홍 전 대표는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자신의 제명 요구에 대해 “친박들이 내가 겁이 나는 모양”이라며 “왜 그런 뉴스가 나오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친박들하고 아웅다웅 싸울 입장이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 전 대표의 정치 복귀는 녹록지 않아 보인다. 귀국 현장에는 강효상 의원이 유일한 현역 의원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당내 지지 세력이 크게 약화된 입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 관계자는 “홍 전 대표 귀국 때 의원이 한 명밖에 안 갔다”며 “그만큼 세가 없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반응도 싸늘했다. 지난 지방선거 때 홍 전 대표와 투톱 체제를 구축했던 김성태 원내대표도 최근 한 방송에서 홍 전 대표를 ‘자연인’이라고 불렀다.

 

9월15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미국 생활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홍준표, 당분간 SNS 정치 할 듯


당내 ‘반(反)홍준표’ 정서도 강하다. 일부 비대위원들은 제명까지 거론했다. 최병길 비대위원은 한 인터뷰에서 “당 대표든 당원이든 당의 품위를 훼손하면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규정이 있다”며 “6·13 지방선거가 참패로 끝난 상황에서 후임 당 대표에 출마하는 것은 반성과 책임이 아니다”고 일갈했다. 이수희 비대위원도 “당 위기에 책임이 있거나 책임을 져야 할 분들이 차기 전당대회에 나갈 수 없는, 나가면 망신당할 것 같다고 느껴 자연스럽게 걸러지는 환경을 비대위가 만들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당 안팎의 홍 대표 견제도 있다. 우선 김병준 위원장은 정책 프레임을 내세워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 대안으로 국민성장을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국민은 참 대단한데 정부는 여전히 국민이 규제·감독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보며 오히려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면서 “국민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필요한 곳에 필요한 지원만 하자”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이 추석 이후 당무 감사 실시계획을 밝히는 등 당 개혁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도 홍 전 대표 견제 심리가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당내 혁신은 아마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귀국하신 분(홍 전 대표)이 있고 여러 의원들 이야기가 있겠죠”라고 말했다. 비대위 체제 출범 후 한국당 지지율이 여전히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인적쇄신을 통해 돌파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지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인적쇄신을 단행할 경우 홍 전 대표와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초·재선 의원 14명이 당협위원장직 사퇴를 선언하며 인적쇄신을 요구했다. 당무 감사 착수를 선언한 김 위원장이 인적쇄신 성과를 내기 위해선 지방선거에 참패한 홍 전 대표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홍 전 대표가 김 위원장에 맞서며 정치적 입지 강화에 나설 공산이 크다.


지난해 당협위원장 자격이 박탈되고 한국당에서 제명된 류여해 전 최고위원은 김 위원장에게 홍 전 대표 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류 전 최고위원은 “김병준 비대위원장, 지금 뭐 하고 계시냐”며 “홍 전 대표를 제명하라. 당원권 정지가 뭐냐. 제명이지”라고 김 위원장을 압박했다. 이어 “제가 윤리위원장이 되어 과감히 제명해 드리겠다”면서 “검사 출신 정준길 변호사님은 당무감사위원장 하면 좋지 않냐. 정의당에 밀리고 안 창피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무성·황교안 ‘당 대표’ 도전 여부 관심


김무성 의원은 최근 대정부 질문에서 현 정부를 향해 “사회주의 독재정부”라며 보수층을 자극하며 전대 등판 ‘몸 풀기’에 들어갔다. 황교안 전 총리는 최근 출판기념회에서 대권·당권 도전 의사를 묻는 질문에 “그런 말씀들을 제가 잘 듣고 있다”며 현실정치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런 정치적 상황을 감안해 홍 전 대표가 당장 전면에 나서지 않고 당분간 관망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 전 대표가 막말 정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잠행하면서 복귀 시기를 신중하게 저울질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홍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각종 현안들에 대한 정치적 입장을 알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페이스북 정치를 통해 목소리를 내면서 당권 도전 정지작업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일각에선 11월초 미국 중간선거와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결과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달라지면 홍 전 대표에게 유리한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지지부진한 데다 북한 비핵화도 진전이 없을 경우 보수층 사이에서 홍 전 대표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당내 반발로 전대 출마가 어려울 경우 홍 전 대표는 내년 4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수도 있다.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사망으로 창원 성산구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예정돼 있다. 창원 성산구는 1996년 15대 총선 이후 진보와 보수가 각각 3차례 당선된 접전지역구로, 홍 전 대표가 이런 험지에서 정치적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홍 전 대표에게 공천을 주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창원시장 측근 공천 등 지방선거 참패에 책임이 있는 홍 전 대표에 대한 지역 민심이 좋지 않은 데다 보선 출마 지역 당협위원장과의 갈등으로 내분이 발생할 경우 범여권에 지역구를 다시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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