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비어 가는데…한국건설관리공사 ‘방만 경영’ 논란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9.21 10:54
  • 호수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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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는 비리 연루, 저금리로 자금지원까지…노조 “정책이 적자 불러”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건설관리공사가 잇따른 ‘방만 경영’ 논란에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들어 한국건설관리공사 전 사장 등 전·현직 임직원이 채용비리 혐의로 경찰에 무더기 입건된 데 이어, 공사가 자사 직원들에게 주택구입·임차자금을 1%대 저금리로 특혜 대출을 해 주고 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수년째 적자 늪에 허덕이고 있는 한국건설관리공사가 자생(自生) 대신 자멸(自滅)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건설관리공사의 모체는 1993년 건설 부조리 및 부실공사 근절을 위해 설립된 4개 감리공단이다. 1999년 정부의 경영혁신 계획에 따라 한국건설관리공사(KCM)로 통합해 재출범했다. 주 업무는 건설기술용역 및 전기·통신·소방 감리, 건설기술의 연구발전 사업 등이다. 세금으로 굴러가는 기관은 아니지만,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국토부 산하의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된다.

 

9월19일 한국건설관리공사 노조 조합원들이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정부의 공사 민영화 추진 계획 철회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스1


 

채용 비리에 방만 경영 논란까지 


야심 차게 탄생한 한국건설관리공사지만 집안 사정은 좋지 않다. 지난 2008년 MB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 따라 민영화 대상 기관에 포함돼 총 6차례에 걸쳐 매각을 시도했으나 모두 유찰됐다. 최근에는 연이은 ‘줄적자’까지 기록하면서, 정부 입장에서는 계륵과 같은 기관으로 전락했다. 이 탓에 공사는 기획재정부의 ‘방만 경영 정상화계획 운용 지침’에 따라 허리띠를 졸라매고 긴축 경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존폐기로에 놓인 한국건설관리공사는 과연 알뜰하게 살림을 운영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 공사가 휘말린 각종 논란들만 놓고 보면, 공사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는 심각한 수준이다. 우선 경영 효율화 과정에서 무엇보다 투명해야 할 채용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3월 계약직 직원 4명을 부정 채용하고 허위 출장비 1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한국건설관리공사 전 사장 A씨 등 전·현직 임직원 10명을 업무방해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 사장 A씨와 인사 관련 부서장 B씨 등 3명은 서로 공모해 2015년 3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전 국회의원 보좌관, 상급기관 공무원 등의 부탁을 받고 계약직 직원 4명을 채용공고와 면접 등 필수적인 공개경쟁 절차 없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만 제출받고 특혜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채용비리 관여자 3명과 임원 및 1·2급 고위직 간부직원 6명은 2013~17년 사이 허위 출장서를 낸 뒤 총 1억여원을 부정으로 받아내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비리뿐만이 아니다. 경영에서도 ‘비상 상황’이라는 인식은 찾기 어렵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공개된 한국건설관리공사의 2016〜17년도 정규직 직원 대상 주택구입 및 임차 시 융자금 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2017년 기준 예산을 활용해 주택을 구입한 정규직 직원 4명을 대상으로 8000만원과 임차한 직원 12명을 대상으로 2억4000만원을 금리 1.5%로 융자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2017년 기준) 타 공공기관의 직원 대상 주택마련자금의 금리를 임차 기준으로 살펴보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2.5%, 한국토지주택공사 3.0%, 한국전력공사 2.5%였다. 한국건설관리공사만이 유난히 낮은 금리를 적용, ‘집안 형편’에 맞지 않는 과도한 복지제도를 운영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는 기재부의 ‘방만 경영 정상화계획 운용 지침’을 위반한 것이다. 지침에 따르면, 주택자금, 생활안정자금을 예산으로 융자하는 경우 대출 이자율은 시중금리 수준을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 연도 말 주택담보대출금리를 살펴보면, 2014년 12월말 3.33%, 2017년 3.42%로 3.12〜3.42% 수준에서 시중금리가 형성돼 있었다.


공사를 둘러싸고 각종 비리와 특혜 시비가 불거지는 사이 공사의 경영 성적표는 연일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공사의 영업이익은 2015년 2억700만원을 기록한 뒤 이듬해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공사의 최근 영업손실 규모는 2016년 5억9000만원, 2017년 50억5000만원으로 크게 불어난 상태다.


잇따른 악재에 한국건설관리공사도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3월 공개채용 강화를 골자로 하는 인사규정 개정을 단행한 데 이어, 주택구입 시 융자금 지원 금리도 점진적으로 상향시킬 계획이다. 한국건설관리공사 관계자는 “채용 비리의 경우 아직 검찰수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이들 모두 퇴사한 상태”라며 “주택구입 자금은 꼭 필요한 직원들에 한해 2000만원 정도의 크지 않은 액수를 지원한 것이다. 이 역시 정부 지원금이 아닌 자력으로 벌어들인 돈을 빌려줬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조 “적자, 경영책임 아닌 잘못된 정책 탓” 


한편 한국건설관리공사가 각종 논란에 휩싸인 사이, 공사 노조는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왔다. 공사 임직원 300여 명은 9월19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민영화 철회 및 공적기능 부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노조는 공사가 자력으로 경영을 정상화시키기에는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주장한다. 공사의 경영 악화를 최근 불거진 논란으로만 귀결시켜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노조는 지난 2016년 4월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에 따라 공사가 경북 김천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공공기관으로서의 위상이 급락해 영업이 어려워졌다고 주장한다. 이 사이 기술인력도 유출되면서 수주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노조 관계자는 “마치 공사 상황이 임직원들의 잘못만으로 호도되는 것은 억울하다. 애초 민영화만을 추진하고 공적인 기능을 상실하게 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며 “임직원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정부의 지원과 정책 재고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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