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일부 병원, 음압 구급차를 일반 구급차처럼 이용”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09.2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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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압 구급차 활용' 병원에 따라 약 250배 차이

 

2015년 이후 3년 만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환자가 발생하면서 음압 구급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질병관리본부는 9월8일 메르스 환자 A씨(61)를 삼성서울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음압 구급차로 이송했다고 밝혔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자 음압 구급차 운용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생기기도 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음압 구급차 운행 횟수가 병원에 따라 약 250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음압 구급차의 정식 명칭은 재난·감염병 특수 구급차다. 음압 설비와 음압 들것 등 중증 감염환자의 이송에 필요한 장비를 구비한 구급차다.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에 음압 구급차가 필요한 이유는 차량 내부 기압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려 병균이나 바이러스가 퍼져나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필요성에 따라 정부는 2015년 메르스 사태 후 추가경정예산 93억원을 편성했다. 이 돈으로 1대 2억8000만원짜리 음압 구급차 등을 마련해서 2017년 1월부터 전국 의료기관 30곳에 배치했다. 

 

음압 구급차가 있는 의료기관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인천·경기가 11곳으로 가장 많다. 강원 3곳, 대전·충남 2곳, 충북 1곳, 대구·울산·경북 5곳, 전북 2곳, 광주·전남 3곳, 부산·경남 2곳, 제주 1곳이 있다.  

 

한 병원의 음압 구급차. 특정 사실과 무관함. (시사저널)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 8월까지 30대의 음압 구급차가 운행한 실적은 모두 881회다. 의료기관 1곳당 약 29회(1달에 약 2.4회) 사용한 셈이다. 

 

이 기간 평균 29회 미만으로 운행한 의료기관은 30곳 가운데 20곳으로 나타났다. 충남대병원(대전)은 단 한 차례도 운행하지 않았다. 경북대병원(대구)과 충북대병원(충북)이 각 1차례씩 운행했고, 고대구로병원(서울)·양산부산대병원(경남)·명지병원(경기)·강릉아산병원(강원)·춘천성심병원(강원)·안동병원(경북)·포항성모병원(경북)·성가롤로병원(전남)·전북대병원(전북)은 10회 미만 운행했다. 일부 의료기관의 음압 구급차 운행실적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감염환자나 재난 등의 상황 발생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설명은 병원 현장의 상황과는 맞지 않다.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관계자는 "음압 구급차는 보건소나 다른 병원에서 국가지정병원인 우리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할 때 필요하다. 보건소에서 의심환자가 생겨서 국가지정병원인 우리 병원에 음압 구급차를 요청하면 출동한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없었고, 이번에 발생한 메르스 밀접 접촉차도 보건소에서 다른 차로 이송해왔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의료기관 10곳은 평균 29회 이상 음압 구급차를 운행했다. 단국대병원(충남)은 249회로, 음압 구급차를 전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했다. 목포한국병원(전남)은 70회, 울산대병원(울산) 68회, 제주한라병원(제주) 59회, 국립중앙의료원(서울) 59회 운행했다. 단국대병원 관계자는 "닥터헬기를 운행하면서 중환자를 이송하다 보니 사용실적이 많았다. 법적으로는 음압 구급차를 공익적·자율적 사용이 가능하다고 돼 있어서 일반 중환자 이송에 활용하면서 음압 구급차 활용실적이 다른 병원보다 높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음압 구급차는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 환자만 이송하는 차량이 아니다. 평상시엔 응급환자 중에서 중증 환자도 이송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운행 횟수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것은 음압 구급차를 일반 구급차처럼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국가지정병원 관계자는 "한 병원에서 음압 구급차를 200여 회씩 운행할 정도라면 메르스나 사스와 같은 중증 호흡기 질환이 국가 재난 수준이어야 한다. 그러나 2015년 메르스 이후 그런 사태는 없었다. 음압 구급차는 국가가 메르스나 사스와 같은 중증 호흡기 질환 환자 이송용으로 보급한 차량이므로, 운행 실적이 많다는 것은 이 차량의 용도를 일반 환자 이송용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음압 텐트라는 게 있다. 약 200만원짜리 음압 텐트가 2억8000만원짜리 음압 구급차보다 실용적이다. 이 텐트에 환자를 격리한 채 일반 구급차로 이송할 수 있다. 음압 텐트는 재활용도 가능하다. 음압 구급차는 국가가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급하게 취한 보여주기식 행정의 산물"이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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