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절경 담기 위해 ‘통일TV 평양사무소’ 개설”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10.05 16:34
  • 호수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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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천규 통일TV 준비위원장…北 문화·자연 알리는 세계 최초 채널

북녘 산하와 동포들의 생활상을 소개하는 전문 케이블TV가 세계 최초로 생긴다. 채널 명칭은 통일TV. 준비위원장은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의 저자 진천규 전 한겨레신문 기자가 맡는다. 이 밖에도 통일TV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이종찬 전 국정원장, 권영길 전 국회의원 등이 상임고문 자격으로 참여한다. 

 

통일TV는 상당수 프로그램을 북한 조선중앙TV가 제작한 것을 들여오지만 20~30%가량은 자체 제작한다는 계획이다. 9월23일과 24일 JTBC에서 2부작으로 방영된 《서울, 평양-두 도시 이야기》가 좋은 예다. 서울과 평양의 음식을 살펴보는 미식기행이었던 이 프로그램은 추석 연휴 동안 안방극장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30일간 진행된 평양 촬영분은 모두 진 위원장의 지휘 아래 진행됐다. 진 위원장은 정치적인 색깔을 뺀 채 북한의 문화, 역사만을 다루겠다는 포부다.

 

《서울, 평양-두 도시 이야기》를 통해 가능성도 어느 정도 봤다.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위해 평양에 별도 사무실을 열 계획도 갖고 있다. 내년 3월 개국을 목표로 준비 중인 진 위원장은 10월1일 시사저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개국 직후 국민주 공모(公募)에 나설 계획”이라면서 “정치적 통일보다 민족적 이질감을 좁히는 것이 더 시급하며 통일TV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9월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통일TV 출범’ 기자회견에서 진천규 준비위원장(가운데)이 북한 저작권사무국에서 받은 저작물 사용 협력 의향서를 공개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현행법 지키기 위해 정치 색깔 뺄 것” 


어떤 프로그램을 방영할지 궁금하다.


“현행법, 다시 말해 국가보안법이 상존해 있어 철저하게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편성할 계획이다.”


합법적인 것이라면.


“일단 정치적인 것은 다 뺄 생각이다. 역사드라마, 영화 등이 대표적이다. 고구려를 세운 주몽 이야기, 고려 태조 왕건, 수양대군, 임진왜란, 계백 장군 등 역사물이 굉장히 많다. 그리고 자연 다큐멘터리도 있다. 백두산의 봄·여름·가을·겨울, 칠보산의 해칠보·내칠보·외칠보, 관동팔경, 구월산 등 명승지를 찍은 것들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했던 개마고원 트레킹 프로그램도 있다. 또 동식물 다큐멘터리도 제법 있다. 얼마 전 평양에 갔을 때 《삵이야기》라는 프로그램을 봤다. 굉장히 흥미로웠다. 북한 TV 프로그램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작돼 화질은 떨어지지만, 의미 있는 콘텐츠를 담고 있다.”


기획 중인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이번에 JTBC에서 방송한 《서울, 평양-두 도시 이야기》 같은 게 있다. 이게 바로 우리 통일TV에서 지향하는 바다. 또 가칭 ‘통일밥상’ ‘한반도의 밥상’이라는 음식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다. 얼마 전까지 KBS에서 방영한 《한국인의 밥상》을 연상하면 된다. 그것의 북한 버전이다.”


개국 일정은.


“현재 내년 3월1일을 목표로 하고 있다. 10월 방북 기간 중에는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금강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생각이다. 이 밖에 11·12월 방북 때는 금강산의 겨울 모습, 원산과 마식령스키장 등도 촬영할 계획이다. 방북하면 보통 일주일에서 열흘가량 머문다. 취재 스케줄이 빡빡해 올해 절반은 북에 머물러야 할 것 같다.” 


통일TV는 현재 어느 단계에 와 있나. 


“지난달(9월)에 설립을 발표했다. 그러니 초기 단계라고 보면 된다. 연내 채널 사업자가 목표다. 그렇게 되면 케이블망 사업자를 대상으로 시험방송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해 연초 채널 배정을 받으면 3월1일 개국이 가능하다.” 


북한 영상물 수준은 어떤가. 


“사회주의 영상물은 선전선동의 성격이 짙다. 제작 여건상 아날로그 시대 때 제작됐다. 들여올 영상물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저작권사무국으로부터 정식 사용을 허가받은 것들이다. 북한의 방송환경은 우리와 많이 다르다. 우선 사회주의국가이기 때문에 광고가 없다. 사회주의 성격의 ○○주의, ○○주장이 많다.” 


역사드라마의 경우 북측 시각으로 해석했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오히려 같은 역사적 사실에 대해 북측은 어떻게 해석했는지 비교하는 게 낫지 않나. 왕건이나 이성계의 건국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비교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시각을 넓혀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 시사저널 이종현


“北 역사물, 남북한 해석 비교로 재밌을 것”


통일TV 수입원은 무엇인가.


“주변에서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충분히 감안하고 준비하고 있다. 내 생각으로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북측 드라마를 처음 접하는 것이기 때문에 호기심 차원에서 관심을 갖지 않을까 싶다. 호기심으로 시작해 재미도 줄 수 있다. 드라마의 경우 북한에도 장편물이 있다. 임진왜란 당시 경남 진주의 우국충절 지사로 기생 논개가 있는데, 북한에도 평양 기생 ‘계월향(桂月香)’이 있다. 조선중앙TV가 계월향을 소재로 50분짜리 드라마 50부작을 만든 게 있다. 이런 드라마는 연속성이 있으니 시청자들이 재미있어 할 거다.”


자본 확충 계획은.


“현재 투자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하고 있다. 계획대로 되면 내년 3월 직원 10여 명에 자본금 30억원으로 시작할 것 같다. 지난 9월 출범식 때 국민주 방식으로 시작하겠다고 했는데, 알아보니 물리적으로 시간이 좀 걸린다더라. 소액주주 안전장치 마련 차원에서 최소 6개월이 걸린다. 이 기준을 맞추다 보면 설립이 늦어진다. 그래서 일단은 일반투자자 주도로 회사를 세우고 개국과 동시에 국민주 공모에 나설 계획이다.” 


보도 기능도 생각하는가. 


“보도보다는 교양 프로그램 위주로 갈 거다. 6개월 내지는 1년 치를 미리 확보해 프로그램 수급에 있어서도 안정성을 도모할 생각이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어진 영상물도 대부분 현재 디지털로 바뀌었기 때문에 1년 치 프로그램도 외장하드 한 개에 다 들어간다.” 


자체적으로 제작하려면 지속적으로 방북해야 할 것 같다. 


“1년의 절반 정도는 북한에 있을 것 같다. 그런 차원에서 평양사무소도 열 계획이다. 아직 북측과 구체적인 협의는 하고 있지 않다. 평양 상주 특파원은 한겨레신문에 다닐 때부터 가진 오랜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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