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만난 미슐랭 2스타 칭커러우와 우허홍차
  • 서영수 차(茶)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0.12 15:20
  • 호수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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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의 Tea Road] 대만 동부 최대 거석문화 유적지에서 생산

올해 처음 발표된 ‘미슐랭 가이드 타이베이 2018’에서 일식 레스토랑 샹윈룽인(祥雲龍吟, RyuGin)과 쉐라톤 그랜드 타이베이 호텔 17층에 위치한 중식당 칭커러우(請客樓, The Guest House)가 미슐랭 2스타를 받았다. 칭커러우는 쓰촨(四川)과 양저우(揚州)를 대표하는 면요리를 재해석한 음식점이다. 중국의 강남인 쑤저우(蘇州)와 항저우(杭州)의 고급 요리 중에서도 재료를 손질하는 시간과 조리기술이 많이 필요한 쿵푸차이(功夫菜) 전문점이다.

미슐랭 2스타는 요리가 훌륭해서 멀리 있어도 찾아갈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에 부여한다. 칭커러우를 목표로 인천국제공항에서 2시간 반 정도 비행기를 타고 타이베이 타오위안(桃園)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칭커러우가 있는 쉐라톤 그랜드 타이베이 호텔은 동관과 서관으로 나뉘어 있는데, 칭커러우는 동관 최상층에 위치해 있다. 칭커러우는 서관과 연결돼 있지 않은 만큼 서관에 방이 배정된 사람은 일단 1층 로비로 내려가 동관 엘리베이터를 타야 했다.

 

우허 차농원과 우허홍차(작은 사진) ⓒ 서영수 제공


 

‘학이 춤추는 대지’라는 뜻의 우허홍차

칭커러우에 예약한 저녁 시간까지 3시간 이상 여유가 있었다. 객실에 비치된 무선주전자로 물을 끓이면서 미니바에서 마실 차를 찾아봤다. 캡슐 커피머신과 티백커피도 있었지만 깜찍한 양철통에 든 홍차를 선택했다. 밀향(蜜香)홍차로 유명한 우허(舞鶴)홍차가 들어 있었다. 뜨거운 물로 찻잔을 잠시 데운 다음 홍차를 넣고 물을 붓고 3분을 기다렸다. 차가 우러나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기대감으로 언제나 즐겁다. 중국에는 ‘좋은 차는 인연이 있어야 만나고, 연분이 깊어야 귀한 차를 함께 마실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일본의 경우 차를 대할 때 ‘일기일회(一期一會)’라는 다소 비장한 어휘를 사용한다. 한국은 ‘차 한잔하자’고 약속해서 만나면 커피를 마시는 경우가 다반사다.

‘학이 춤추는 대지’라는 뜻을 가진 ‘우허’ 홍차답게 달달한 꿀 향기가 기분 좋게 코끝을 스친다. 입안 가득 퍼지는 찻물은 샴페인처럼 가볍게 터치하며 피로를 씻어줬다. 우허홍차는 북회귀선(北回歸線)이 지나가는 화롄(花蓮)현 루이후이(瑞)향 일대에서 생산된다. 루이후이향(鄕)은 대만 동부 최대 거석문화 유적이 남아 있는 곳으로, 일제 강점기였던 1933년 일본인이 루이후이향 기차역 서편에 북회귀선 표지를 세워놓았다. 이를 보러 오는 관광객이 많아지면서부터 루이후이향은 주요 관광 거점지로 자리 잡았다.

루이후이향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해안산맥과 중앙산맥의 남과 북은 평원과 대지가 펼쳐져 있어 차나무가 성장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이다. 옛날부터 톈허차(天鶴茶)가 만들어져 관광객을 통해 유명해졌다. 우허홍차는 1973년 차엽개량장 타이둥(臺東) 연구소에서 신품종 차나무를 심으면서 톈허차의 명성을 이어받게 됐다. 우허홍차가 다른 홍차와 달리 쓰고 떫은맛이 없는 이유는 초록애매미충이라고 부르는 차 벌레가 갉아먹은 찻잎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과일과 꿀 향기가 나오는 밀향을 만들기 위해 차 벌레를 보호해야 하는 만큼 우허홍차는 수확기 차나무에 농약이나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우허홍차가 생산되는 루이후이향은 1959년부터 일본과 미국에 수출하는 허강(鶴岡)홍차의 원산지이기도 하다. 허강홍차는 캐러멜향이 나는 붉은 귤색의 찻물이 특색이다. 해발 1000m에 차밭이 형성돼 있는 루이후이향은 대만에서 유일하게 백차가 출시되는 지역이다. 2006년 제1회 천하제일명차품평회에서 홍차 부문 금상(金賞)을 수상한 우허홍차는 단숨에 밀향홍차의 대명사가 됐다. 타이완에서 열리는 천하제일명차품평회는 15개국이 출품한 800여 종류의 차가 경쟁하는 국제적인 차 품평회다.

우허홍차로 목마름을 달래고 객실에서 나와 1층 로비로 향했다. 가성비 높은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로 대만에서 유명한 12키친(kitchen12)을 찾아갔다. 매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제공하는 애프터눈 티는 뷔페 형식이다. 다양한 차와 동서양 다식(茶食)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애프터눈 티의 가격은 3만원 정도였다. 4만원을 받는 점심뷔페를 이용하면 애프터눈 티는 자동으로 포함되는 시스템이어서 점심뷔페를 선택했다. 즉석 주문 요리와 인스턴트 재료를 배제한 신선 재료로 조리한 음식들의 향연이 침샘을 자극했지만, 잠시 후 시식할 미슐랭 2스타 요리를 위해 허기만 달랬다.

 

린쥐웨이 셰프와 필자의 모습과 전채요리와 인삼을 가니시한 해삼(작은 사진) ⓒ 서영수 제공


 

대만 출신 가수 덩리쥔의 묘역으로 유명세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에 선정된 칭커러우는 쉐라톤 그랜드 타이베이 호텔 17층과 18층에 걸쳐 285명을 동시 수용하는 전망 좋은 중식당이다. 칭커러우를 이끄는 총괄 셰프 린쥐웨이(林菊偉)는 목표를 정하면 좌고우면 없이 앞만 보고 전진하는 우직한 성격으로 요리 세계에서 33년을 달려왔다. 토란·산약·고구마·검죽순과 같은 천연 식재료가 풍부한 진산(金山)에서 자란 린쥐웨이는 토속 식재료에 대한 이해도와 응용력이 탁월하다. 골드 온천으로 유명한 진산은 대만 출신 가수 덩리쥔(鄧麗君)의 묘역을 찾아오는 참배객으로 사계절 분주한 곳이다.

관자와 집게발에 야채를 곁들인 정갈한 전채요리가 입맛을 돋웠다. 불도장을 능가하는 통전복야채탕에 이어 인삼과 해삼이 어우러진 접시 위에 브로콜리와 율무로 가니시(garnish)한 요리는 먹기가 미안할 정도로 시선을 강탈했다. 비법 소스로 마리네이드(Marinade)한 돼지갈비를 사과나무 가지로 훈제한 음식은 흔히 맛보는 바비큐 백립과 차원이 달랐다. 스팀으로 찐 대구 살 위에 타이완 피클을 고명으로 올린 생선요리는 ‘담백하다’의 정석이었다. 익힌 야채와 만두에 이어 아몬드두부에 발효된 땅콩으로 장식한 디저트까지 완벽한 정찬이었다. 세트메뉴에는 없었지만 두부를 지단보다 가늘게 채 썬 바이예더우푸쓰(百頁豆腐絲)와 귓속말이라는 애칭을 가진 차오차오화(話)를 추천한다.

린쥐웨이 요리의 정수가 녹아 있는 국수요리 중 비앙비앙면(Biang Biang麵)을 코스요리와 별도로 주문했다. 산시(陝西)성 8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는 비앙비앙면은 고추기름과 맵고 얼얼한 향신료를 듬뿍 써서 수타국수와 비벼 먹는 향토음식이다. 면 이름 ‘Biang’은 한자 중 가장 난해한 글자로서 무려 56획이나 되는 글자여서 컴퓨터로 입력할 수 없어 중국에서도 이 글자는 알파벳으로 표기한다. 어른 손바닥 2배 너비에 1m는 족히 넘는 국수 길이는 ‘깜놀’이었다. 매운맛의 패기도 좋았지만 손으로 잡아당겨 만든 면의 식감도 쫄깃하고 탱탱했다. 식사 중 제공되는 차는 와인을 음식과 페어링하듯 원하는 차를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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