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국회의 가을걷이
  • 김재태 편집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0.22 09:14
  • 호수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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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사이다 국감’으로 풍요한 결실 추구하길

한 의원은 ‘고양이’로, 또 다른 의원은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함’의 줄임말)으로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얼마 전 시작된 국회 국정감사 이야기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를 사살한 당국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추궁하기 위해 퓨마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벵갈고양이를 국감장에 데리고 나왔다. 그가 질의를 하는 동안 국감장의 시선은 우리 속에서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 하는 고양이에게 온통 쏠렸다. 방송을 통해 현장을 지켜본 국민들에게도 김 의원의 질문 내용보다 우리에 갇힌 고양이의 불안한 눈빛이 더 강렬한 기억을 남겼다. 동물 학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온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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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 선수 선발 문제와 관련해 국회에 나온 선동열 감독을 향해 ‘연봉’ ‘판공비’ 등을 언급하며 사과하든지 사퇴하든지 하라고 몰아붙여 야구에 대한 이해 없이 생뚱한 질문만 나열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국정감사는 유신 정권 이후 16년 만인 1988년에 부활했다. 올해는 국정감사가 부활한 지 만 30년째 되는 해다. 30년쯤 지났으면 이젠 좀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만도 한데 변한 것이 거의 없다. 고성 주고받기는 예사고, 정곡을 찌르기보다 튀는 언행으로 눈길 끌기에 치중한 질의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국정감사는 정부 운영의 잘잘못을 제대로 따져달라고 국민이 국회의원들에게 공개적으로 마련해 준 자리다. 이렇게 훌륭한 멍석을 깔아주었는데도 제대론 된 비판을 하지 못한 채 수박 겉핥기만 반복한다면 직무유기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국정감사장은 국회의원 자신이 알고 싶은 것을 묻는 곳이 아니다. 국민들이 정말 알고 싶어 하고,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을 대신해서 묻는 공간이다. 국회에 그 많은 공무원과 민간 참고인들을 부를 수 있게 권한을 쥐여준 이유도 거기에 있다. 동물 보호 차원에서 보면 국회의원이 퓨마가 억울하게 사살되었다며 당국 대응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그보다 더 억울하고 부당한 일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먹고사는 문제뿐만 아니라 어두운 곳에 똬리를 틀고 있는 각종 비리들도 국감이 정조준해야 할 대상이다. 시간이 짧은 만큼 철저한 준비는 필수이고, 준비 없이 나섰다간 괜한 호통만 남긴 채 빈손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고양이’ ‘야알못’에 눈총을 보낸 국민들은 반대로 꼭 알아야 할 정보를 캐내 알려주는 국회의원에게는 아낌없는 호응과 찬사를 보낸다. 이번 국감 기간에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공개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박용진 의원이 그 한 사례다.

추수는 농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정감사 시기는 한 해 정치의 흉·풍년을 가름하는 수확철이나 다름없다. 국회가 더 분발해 남은 기간에 핵심을 찌르는 ‘사이다 국감’으로 꼭 풍요한 결실을 추수하기를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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