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 일자리 찾으러 해외 떠나는 대학생들
  • 한다원 시사저널e. 기자 (hdw@sisajournal-e.com)
  • 승인 2018.10.22 10:45
  • 호수 15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지원 불구 취업률 22%로 낮은 수준…노동조건도 열악해 미리 준비해야

취업난이 갈수록 심해지는 탓에 일본·대만 등 해외로 취업하려는 대학생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정부 또한 청년 취업률을 높이고자 올해 상반기부터 해외 취업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해외 구직자 10명 가운데 8명은 취업에 실패해 해외 취업률이 2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마련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통계청이 10월12일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9월 취업자 수는 2705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5000명 증가했다. 당초 32만 명으로 예상됐던 월별 취업자 수 증가폭이 18만 명으로 낮춰졌음에도 실제 수치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9월 들어 모처럼 취업자 수가 증가폭을 넓히며 마이너스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2월 10만4000명으로 급락한 뒤 5개월 연속 10만 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7월과 8월에는 취업자 증가 폭이 각각 5000명, 3000명에 그치면서 마이너스 성장에 임박했다는 우려도 나왔다.

 

고용 부문에서 마이너스를 잠시 피했음에도 고용시장 회복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는 분석도 나온다. 9월 취업자 수 증가폭이 상승한 데는 전체 경제활동 인구가 13만7000명 늘었고, 취업자 증가 수를 제외한 실업자 수 역시 9만2000명 증가했기 때문이다.​ 

 

9월12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8 관광 산업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일본 등 각국 관광 관련 업체 담당자와 취업상담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악의 고용지표에 해외로 해외로…

이러한 고용지표 상황에 맞춰 취업난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떠나는 대학생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10월11일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한국산업인력공단 해외 취업에 지원한 서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해외 취업자 수는 총 5118명으로 전체 구직 등록 인원(2만2997명)의 22.3%에 그쳤다. 해외 취업자 수가 2014년 1670명에서 지난해 5000명을 넘어서는 등 최근 3년 동안 3배 이상 늘었지만, 취업률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취업 국가별로는 지난해 일본이 1427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1079명), 싱가포르(505명), 호주(385명) 등 순이었다.

일본은 현재 20년 만에 청년 고용률이 90%를 넘어서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취업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이에 일본 취업을 장려하는 국내외 움직임이 늘면서 일본의 채용문도 덩달아 열릴 전망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대기업으로 이직하기 어렵다. 청년들에게 중소기업은 소위 의미 없는 직업으로 여겨진다”며 “해외 취업 자체는 의미 있지만 꼭 좋은 일자리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국내 미취업자들은 취업난에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이 어려워지자 대학 졸업 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스펙을 쌓는 대신 ‘워킹 홀리데이(Working Holiday·여행지에서 여행과 일을 병행하며 부족한 경비를 충당하는 프로그램)’를 떠나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기자가 만난 대학생 이아무개씨(25)는 대학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유학·이민 사이트에 가입했다. 그는 학교에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이력서를 채울 자격증, 공모전 등 활동을 전혀 하지 못했다.

이씨는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날 계획이다. 그는 “한국에서 신입사원으로 취직하기 힘들다. 졸업 후에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취업 전선에 뛰어들 바엔 해외로 나가 경험을 더 쌓고 싶다”며 “워킹 홀리데이는 해외 경험을 쌓으면서 돈도 벌 수 있다. 특히 한국에서 취업하려면 영어가 필수로 여겨지는데, 현지 영어도 배우고 다양한 문화도 경험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박남기 교수는 “우리나라의 모든 취업난 발생의 근본 원인은 직업 시장의 양극화와 이원화에 있다. 일본·대만과 달리 한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체계가 극심한 차이를 보인다”며 “일본 등 일부 국가는 국가적으로 임금 체계를 유지시키기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차가 크지 않다. 이로 인해 막상 해외로 취업한 후 실망하거나 중도 포기하는 대학생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청년들의 해외 취업을 위해 일본에서 베트남·대만 등 동남아로 영역을 확대했고, 최근 중남미까지 범위를 넓혀 청년들의 해외 취업을 독려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학생들의 역량이 부족해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또 해외 취업 노동조건도 한국보다 열악해 청년들이 기대하는 좋은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


대학생들 역량 부족도 해외 취업 걸림돌

한국노동연구원이 올해 상반기 조사한 해외 일자리 보고에 따르면, 최근 칠레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고용 불안이 높아졌고 멕시코는 외주·하청 노동 부문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미국·호주·유럽 등 선진국은 실질적으로 외국인에 대한 까다로운 비자 정책 등으로 취업 문턱 자체를 넘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해외 취업 전에 대학생들이 현지인들과 대등한 수준의 지식과 역량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서울 지역 대학일자리센터 관계자는 “구직자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해외 취업을 위해선 언어능력 향상을 포함한 개인별 맞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대다수 청년들이 원하는 제조업·IT업종 등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려면 현지인들과 직접 경쟁할 정도의 전문적 해당 분야 직무능력 등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남기 교수는 “정부가 저소득층 자녀를 비롯해 거의 모든 학생들에게 국가장학금을 주면서 대학 진학을 시키고 있어 진학률이 굉장히 높다. 문제는 대학 졸업 후 대학생들이 실력 대비 직업에 대한 합리적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학교에서 적극적으로 기초학력이나 윤리적 교육을 통해 대학생들이 갖춰야 할 역량 등을 철저히 길러줘야 취업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공동체’는 나의 살던 고향이다 [New Book] 《사이다경제》 外 “지방을 살리자” vs “죽을 지방은 죽어야”…도시재생법 두고 ‘열띤 토론’ 새로운 치매 진단법으로 등장한 ‘드라마 시청’ [단독인터뷰] 노벨평화상 받은 무퀘게의 조력자 말리니 [시사픽업] 들쑥날쑥 ‘심신미약 감형’에 들끓는 민심 “5·18광장서 팬티 축제 웬 말이냐”…광주 퀴어축제장 찬·반 격돌 탱탱하고 쫀득한 100% 국내산 여수 돌게장, 맛이 끝내주네 김정은 “벌거숭이산 모두 없애!” [단독] 개소세 인하돼도 멋대로 가격 정하는 수입차 [2018 차세대리더 문화①] 축구 ‘손흥민 시대’ 열렸다 라면 50년사, 배고픔 달래던 음식에서 건강에 해로운 식품으로 [노진섭의 the건강] 부정맥을 ‘도깨비 병’이라고 부르는 이유 [2018 차세대리더 문화②] 2위 김연아, 3위 박지성 [2018 차세대리더 문화③] 4~7위 추신수 정현 이승우 이강인 [2018 차세대리더 문화④] 8~11위 방탄소년단 류현진 박인비 유재석 [2018 차세대리더 문화⑤] 12~16위 조성진 조현우 박찬호 이승엽 김연경 [2018 차세대리더 문화⑥] 공동 17위 한강 박태환 이영표 유승민, 21위 박성현 [2018 차세대리더 문화⑦] 22~29위 봉준호 홍명보 하정우 손연재 공지영 外 [단독] “학생 대상 고비용 해외여행, 지자체에도 있다” 우리와 닮은꼴이어서 더 친숙한 나라, 스페인 [플라스틱 지구④] 업사이클로 쓰레기 없앤 일본 마을 설현에게 음란 영상 보낸 피의자의 ‘조현정동장애’란? 코레일, 열차이용 ‘특혜 세습’ 논란…직원은 무임승차, 가족은 50% 할인 회사의 직원 건강관리 점수, 10점 만점에 ‘6.2점’ 주택금융공사, 유로화 소셜 커버드본드 첫 발행 한국인 10명 중 4명, 건강기능식품 섭취 [경남브리핑] 브라질 승마선수 가족의 특별한 통영 여행 오세훈 “文정부, 국민에게 북한 믿으라 강요하고 있다” 악마가 된 청년의 끔찍한 살인극, 그 전모 신상정보 공개된 ‘흉악범’ 9명은 누구? “지금이 DMZ에 유엔평화대학교 세울 최적기” [단독] ‘평양판 김앤장’ 북한 로펌 실체 공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TOP ST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