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개소세 인하돼도 멋대로 가격 정하는 수입차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8.10.22 11:03
  • 호수 15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벤츠·BMW 117개 모델 가격 전수조사 결과, 개소세 1.5% 인하됐지만 판매 가격은 제각각

정부는 7월18일 한시적으로 연말까지 자동차 개별소득세를 5%에서 3.5%로 1.5%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적용 대상은 승용차(경차 제외)와 이륜차, 캠핑용차 등이다. 차종이나 판매 가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최소 30만원에서 최대 2000만원 이상 할인을 받는 만큼 내수 진작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실제로 8월 자동차 내수 판매는 일시적으로 5%(14만6086대)나 증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국내 자동차 산업동향’에 따르면, 국산차의 경우 전월 대비 4.1%(12만5289대), 수입차는 전월 대비 11.2%(2만797대) 판매가 늘었다. 개소세 인하 효과가 일부만 반영됐던 7월 내수 판매 증가분(3.8%)까지 합하면 8.8%가 증가한 셈이다. ​ 

 



개소세 인하율 입맛 따라 차등 적용

한 달 만에 이 추세가 꺾였다. 국산차와 수입차의 9월 총 판매대수는 12만7753대로 8월 대비 12.6%나 하락했다. 국산차가 10만9786대로 전월 대비 12.4%, 수입차가 1만7967대로 전월 대비 13.6% 감소했다. 특히 개소세 혜택을 받지 못한 경차의 경우 국내 판매량이 10년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완성차 5개 사와 수입차 업계는 경쟁적으로 추석 연휴에 맞춰 할인 이벤트를 벌였지만, 판매 감소를 막는 데 역부족이었다.

눈에 띄는 사실은 개소세 인하 이후 수입차 업계의 판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까지만 해도 아우디폭스바겐그룹은 수입차 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그해 불거진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로 벤츠와 BMW에 1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지난해에는 정부의 인증 취소와 함께 판매 중지 결정으로 전체 8위(매출 기준)까지 순위가 하락했다.

하지만 9월 아우디는 벤츠와 BMW를 제치고 수입차 판매 1위에 올랐다. 2007년 1월 이후 처음으로 아우디가 월 판매 1위에 오른 것이다. 아우디의 내수 판매는 2376대로 수입차 브랜드 14곳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보였다. 판매량 2위는 2277대를 기록한 폭스바겐, 3위는 2052대를 기록한 BMW였다. 올해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오던 벤츠는 4위로 추락했다. 특히 아우디의 준중형 세단 모델인 A3의 경우 9월의 베스트셀링 모델에 꼽혔다. 폭스바겐 중형 세단 파사트 2.0 TSI가 그 뒤를 이었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과다한 할인 정책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우디폭스바겐은 최근 ‘헐값 판매’ 논란이 일 정도로 과도한 할인 정책을 펼쳤다. 일부 모델은 30%를 웃도는 할인율을 적용하기도 했다”며 “이런 물량 공세로 인해 일시적으로 점유율이 상승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시선도 나온다. 지난해 꼴찌 수준까지 떨어질 정도로 ‘디젤 게이트’의 파장이 컸다. 2년 정도 판매를 중단했다가 올해 판매를 재개했음에도 벤츠와 BMW를 제치고 1위를 탈환한 만큼 업계의 판도 역시 지각변동이 일 수 있다는 게 일각의 시각이다.

그래서일까. 벤츠와 BMW가 자동차 개소세 인하 발표 이후에도 일괄적으로 가격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저널이 개소세 인하 전후로 벤츠와 BMW가 판매하고 있는 자동차 모델 117개의 권장 소비자가를 조사한 결과, 개소세 인하 비율이 판매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모델이 많았다. 현재 BMW가 판매하는 모델은 3000만원대인 118d 조이에서부터 1억2000만원대 M550d x드라이브까지 다양하다. 7월18일 자동차 개소세 인하 이후 이 가격에 맞춰 30만원에서 140만원까지 판매 가격을 낮췄다. 저가 모델의 경우 정상적으로 1.5%의 인하율을 적용했다. 하지만 가격이 올라갈수록 판매가 인하율이 제각각이었다.

일례로 430i 쿠페 M 스포츠팩의 경우 6690만원에서 6680만원으로 10만원 인하했고, 430i 컨버터블 M 스포츠 패키지의 경우 7730만원에서 7710만원으로 20만원 낮췄다. 비슷한 가격대의 모델이 70만~90만원을 낮추는 것과 대조되고 있다. 530d 럭셔리 라인 플러스와 530d M 스포츠 패키지 플러스, 540i x드라이브 럭셔리 라인 플러스 모델의 경우 가격이 8000만원대 중반에서 9000만원대 후반인데, 개소세 인하 이후에 일괄적으로 100만원씩 판매 가격을 인하했다. 320d와 520i 럭셔리 모델도 가격이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남에도 똑같이 60만원만 인하했다.


BMW 측 “옵션 바뀌며 일부 가격 변동”

벤츠도 마찬가지다. 개소세 인하폭과 판매 가격이 비례하지 않고 들쭉날쭉했다. 일례로 E 300 AV와 E 300 EX, E 300 AMG 라인, E 300 4M AV, E 300 4M EX, E 300 4M AMG 라인의 경우 판매 가격이 7000만원대 중반에서 8000만원대 초반이었지만 일괄적으로 110만원만 인하했다. 7000만원대 초·중반인 E 220d 4M AV와 E 220d 4M EX가 각각 240만원과 270만원을 인하한 것과 두 배 넘게 차이를 보였다. 벤츠나 BMW가 차량마다 일괄적으로 개소세 인하분을 반영한 게 아니라, 잘 팔리는 차와 안 팔리는 차를 구별해 임의로 개소세 인하분을 반영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생긴다. 특히 국산차는 개소세 인하분을 1만원 단위까지 반영한 반면, 10만원 단위로 끊었다는 점에서 가격 정책에 의문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입차 업계가 대외비라는 이유로 수입 원가를 공개하지 않은 점을 한결같이 문제로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개소세 인하 혜택이 소비자가 아니라 수입차 브랜드나 딜러에게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그동안 적지 않았다”며 “정비비와 소모품 가격까지 공개하는 국산차와 달리 수입차 업계는 대외비라는 이유로 수입 원가를 일반에게 공개하지 않다 보니 가격이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고무줄 식으로 변하는 수입차 가격을 잡기 위해서는 수입 원가를 공개하고 관련법을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해당 업체 측은 한결같이 억울함을 토로한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개소세 인하분을 정상적으로 반영했다. 일부 모델의 판매가가 다른 것은 개소세 인하 전후로 옵션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며 “수입차는 수입 관세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이런 착시 현상이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관계자도 “수입 원가는 비슷하지만 차량에 따라 판매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고 있다”며 “일반에게 공개하지는 않지만 고객이 원하면 수입원장을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