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애니메이션 관련 일자리 창출의 장 만들겠다”
  • 대전 = 김상현 기자 (sisa411@sisajournal.com)
  • 승인 2018.10.24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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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목원대 교수, 대학·만화애니메이션 최강전 개최

 

바야흐로 만화의 시대다. 우리나라는 이미 60여 개의 웹툰 플랫폼이 있고 거기에 연간 7000편이 넘는 작품을 등록한다. 여기서 활동하는 작가 수도 약 1만 명에 달한다. 수입도 상당하다. 얼마 전 한 매체는 네이버에 연재하는 웹툰 작가의 평균 수입이 1인당 2억원을 넘는다고 발표했다. 2차 저작권 시장까지 포함하면 대단히 큰규모의다. 어린이날이면 만화책을 모아 화형식을 하던 8~90년대를 생각하면 상상을 초월한 수준이다.

 

(사)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와 대학만화애니메이션 최강전 운영위원회는 10월 25일부터 27일까지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서 제11회 대학·만화애니메이션 최강전을 개최한다. 이 행사를 총괄하고 있는 김병수 목원대 만화·애니메이션과 교수는 우리나라 만화·애니메이션 산업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이번 최강전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대학과 기업을 연결하는 교류의 장 필요

 

제11회 대학만화애니메이션최강전 포스터. ⓒ대학만화애니메이션최강전


 

대학 만화·애니메이션 관련 학과들은 매년 엄청난 경쟁률을 자랑한다. 전국에서 매년 배출하는 만화 관련 학생은 약 1000명,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생은 2000명을 넘는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만화·애니메이션 관련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산·학 교류는 턱없이 부족하다. 김 교수가 ‘대학·만화애니메이션 최장전’을 대전에서 개최하는 것도 산·학 교류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학생들과 연결해 주기 위해서다. 

 

김병수 교수는 국내 만화 산업 발전을 위해 ‘만화진흥법’을 만드는 데 앞장섰던 인물로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던 ‘산타할아버지 조선에 오다’의 작가다. 2014년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한국 만화 기획전-지지 않는 꽃'의 총괄 큐레이터를 맡아 유명세를 탔다. 현재는 목원대 만화·애니메이션과 교수로 후배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런 그가 11회째를 맞이한 ‘대학·만화애니메이션 최강전’ 개최를 위해 팔을 걷었다. 

 

“이 행사는 처음부터 사회 진출을 목전에 둔 학생들의 작품을 소개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춘천이라는 지리적 여건 때문에 행사 유지가 어려워 대전으로 옮겨 개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춘천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했던 것이 사실이다. 결국 행사가 사라질 위기까지 몰렸다. 김 교수는 이 행사를 학생 진로와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추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주로 지방에 관련 학과가 몰려 있는 것도 고려해 대전이 개최지로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도 섰다. 그동안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던 행사를 직접 개최하기로 맘먹고 발로 뛰기 시작했다. 

 

“20여 학교에서 작품을 출품합니다. 그중 다수의 대학생들과 교수님들이 현장에 직접 참여합니다. 관련 업체도 약 20곳 정도 학교와 교류를 갖게 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학생들의 작품을 기업과 연결해 진로를 뚫어주는 것이 행사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기업과 대학 간 교류의 밤도 개최하는 데 교수님들이 업체들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국내 만화·애니메이션 성장통 겪는 중

 

우리나라 만화 산업은 웹툰 산업의 팽창과 함께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제 수천만의 국민들이 웹툰을 즐기고 있다. 이는 영화, 드라마 등의 2차 저작물로 변형돼 더 많은 사람에게 전파한다. 가히 국민 콘텐츠라고 여길만하다.

 

애니메이션 쪽도 마찬가지다. 뽀로로, 또봇, 신비아파트 등 어린이 유아용 애니메이션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와 함께 캐릭터 산업, 게임 산업 등도 덩달아 호황이다. 김 교수는 “만화·애니메이션이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의 밑거름이자 견인차 구실을 한다”라고 평가했다. 이미 동남아시아 쪽에는 K-POP과 한류 드라마의 열풍을 한국 만화·애니메이션이 대물림하고 있다.

 

김병수 목원대 만화애니메이션과 교수. ⓒ시사저널 김상현

 

“출판 만화 시장이 강세인 일본마저도 한국형 웹툰 모델을 차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아직 성장기에 있지만, 디지털 코믹스 시장은 계속 커져갈 겁니다.”

 

하지만, 어떤 산업이든 급격한 성장에는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실정에 60개가 넘는 웹툰 플랫폼은 과도한 수라고 지적한다. 돈이 된다는 판단에서 난립하다시피 업체가 늘어나다 보니 경쟁이 심해졌다. 성인 콘텐츠로 돈을 버는 플랫폼에서는 경쟁하듯 수위를 높여 이제는 포르노 수준의 저질 만화들이 즐비하다. 일부는 웹툰 작가로 성공하고 싶어 하는 어린 작가들을 노예 계약 형식으로 묶어 부려먹는 경우까지 있다.

 

웹툰이 인기가 있다 보니 불법 저작권 문제도 커진다. 한때 ‘밤토끼’라는 불법 사이트가 국내 웹툰을 불법으로 서비스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결국 이 사이트가 법의 심판을 받아 폐쇄했음에도 오히려 점점 더 많은 불법 사이트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분명 국내 만화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다.

 

“과도한 플랫폼 시장은 자연스럽게 정리될 겁니다. 경쟁에서 뒤처지면 살아날 수 없으니까요. 그러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 믿습니다. 아이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게 하는 길을 만드는 것도 문제 해결에 일부분 역할을 할 겁니다.”

 

김 교수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아 준다는 의미에서 이번 행사의 중요성을 또다시 강조한다. 올해 목표는 100대 100. 즉 100명의 학생을 100개의 일자리에 연결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행사가 끝나도 홈페이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일자리 매칭에 힘쓸 계획이다. 

 

“대학·만화애니메이션 최강전이 학생들에게 진로를 열어주는 하나의 마당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다만 개인 인맥만으로 운영하기에는 너무 버겁습니다. 일자리 창출은 정부 기조에도 부합하는 만큼 지자체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합니다. 성과 낼 자신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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