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대통합론①] ‘태극기 딜레마’에 빠진 보수대통합론
  • 조해수·안성모·유지만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8.10.29 10:52
  • 호수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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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당에 들어가 위장 보수 쫓아내겠다" vs 자유한국당 “태극기 들어와도 대세에 영향 없다”

자유한국당(한국당)이 ‘보수대통합’ 카드를 꺼내들었다. 태극기 부대 역시 여기에 속한다. 태극기 부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한 ‘친박’ 단체 등을 말한다. 태극기 부대는 선거에서 보수 후보를 찍는 콘크리트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당으로서는 ‘도로 친박’이라는 오명을 안고서라도 태극기 부대와 함께 가야만 하는 상황이다. 전원책 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은 “태극기 부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그룹으로 극우 세력이 아니다”면서 “앞으로 보수 세력에서 이분들을 제외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태극기 부대가 한국당의 주인 될 것”

그러나 태극기 부대를 ‘극우’라고 보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한국당은 태극기 부대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지만 애써 무시하고 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태극기 부대 역시 보수정치가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는 것 아니냐”면서 “태극기 부대가 당에 들어오더라도 대세를 바꾸지 못한다”고 말했다(46페이지 김병준 비대위원장 인터뷰 참조). 태극기 부대가 당에 들어오면 아스팔트 보수 때와는 다르게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며, 설령 그런 행동을 하더라도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합리적인 보수가 동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당 지도부의 기대와는 달리, 태극기 부대는 또 한 번의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태극기 부대는 현재 한국당 지도부를 ‘위장 보수’라고 규정하고 있다. 진정한 보수가 아닌 가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국당이 보수와 야당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데 있어서는 동의하지만, 당권을 비박이 장악하게 되면 ‘보수는 물론 나라가 망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극단적이다. 태극기 세력은 문재인 정권을 북한의 꼭두각시 정권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을 ‘반(反)김정은, 반문재인’ 세력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태극기 부대는 문 대통령을 여적죄(형법 제93조-적국과 합세하여 대한민국에 항적한 자는 사형에 처한다)로 고발하기까지 했다.

태극기 부대는 ‘자유대한’ ‘법치주의’를 강조하지만,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에 대한 맹목적인 불신을 가지고 있다. 태극기 부대는 ‘19대 대선은 사기, 문재인 대통령은 가짜’라고 주장하며 사기대선진상규명본부를 만들기도 했다. 이들은 전자개표기로 선거 결과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고 믿는다.

민중홍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 사무총장은 “태극기 부대가 한국당에 대거 입당해 전당대회에서 투표를 통해 친박을 당 대표로 선출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선거에서 전자개표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 선거에서 이기고 개표에서는 지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42페이지 “태극기 부대는 反김정은 反문재인 세력” 기사 참조).

태극기 부대는 한국당 내에서 보수대통합론이 나오기 이전부터 이미 한국당 입성을 준비해 왔다. 최근 태극기 집회의 단체SNS를 통해 한국당 당원 가입을 촉구하는 글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태극기 집회 세력이 떼거리로 자유한국당 책임당원이 돼, 우익의 정체성이 확실한 당 대표를 뽑자”는 것이다. 이 글을 보면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듯, 당은 책임당원이 주인이다. 주인이 주인 노릇을 못 하니, 위장 우익들이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이라면서 “위장 우익들을 끌어내리고 우익의 정체성이 확실한 고영주, 김문수, 김진태, 황교안 등이 당권을 쥘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즉, 한국당 지도부가 태극기 부대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입장을 바꾼다 할지라도 태극기 세력을 이미 막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다음은 태극기 집회 단체SNS에 올라온 글이다. 이 글을 보면 태극기 부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전에 자유한국당 당권부터 되찾자. 모든 우익 세력 등이 반드시 9월 전에 떼거리로 (한국당) 책임당원으로 입당해서 우익의 정체성이 확실한 당 대표를 뽑자. 당권만 되찾으면 굳이 신당 만들 필요 없이 원내외 우익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사랑받는 우익정당으로서 우익을 하나로 통합시킬 수 있는 구심체가 될 것이다.”

즉, 태극기 부대는 한국당 지도부보다 먼저 보수대통합을 생각해 왔으며, 태극기 부대가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영택 전군구국동지회 회장은 “태극기 세력이야말로 대한민국의 하나 남은 정통 보수우파”라면서 “보수대통합은 태극기 세력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44페이지 “보수대통합의 중심은 태극기 부대” 기사 참조).

 

2017년 3·1절을 맞아 서울시청 광장에서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김진태 의원이 시민들과 악수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정통 보수우파’를 자처하는 태극기 부대를 이끌 수 있는 지도부는 가장 먼저 ‘친박’이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전당대회 때 투표로 위장 우익 지도부들을 끌어내리고, 우익의 정체성이 확실한 김문수, 김진태, 황교안 등이 당권을 쥘 수 있도록 하자. 자유한국당을 진정한 우익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똑바로 세워 놓자.”

김진태 의원의 경우 태극기 집회 세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태극기 집회의 단체SNS에서는 ‘김진태 의원의 간곡한 부탁~구국의 길’이라는 글이 퍼지고 있는데, “김진태 의원을 밀어줄 책임당원 3만 명 확보를 위해 9월 안에 자유한국당 당원으로 가입해라”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와 관련해 민중홍 국본 사무총장은 “황교안 전 총리가 친박이라고는 하지만, 탄핵 국면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의문이다. 황 전 총리 역시 방관자에 지나지 않았다. 황 전 총리도 믿을 수 없다”면서 “김진태 의원의 경우 태극기 집회와 항상 뜻을 같이해 왔다. 태극기 집회가 자유한국당 내에 있는 정치인을 지지한다면, 그것은 김진태 의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극기 부대의 입당으로 실제 한국당 당원이 9월 사이 크게 늘어나기도 했다.

“애국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 기적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까? 자유한국당 지구당에 입당원서 접수가 1일 500건 이상 폭증해 직원들이 전화 받기도 힘들 지경이라고 합니다. 자유한국당을 문주사파 정권과 악법제조당 여당의 독주를 견제할 투쟁성 있는 제1야당으로 새롭고 바르게 만들자는 호소를 받아들여 대거 입당원서를 접수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단결된 힘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뭉치면 이깁니다. 문제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내년 2월 예정된 전당대회에 선거권을 갖기 위해서는 입당 후 연 3개월 이상 월 1000원 이상의 당비 납부 실적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지구당과 협조해 최대한 시간을 확보하도록 했습니다.”  

 

문재인 정권 퇴진 국민 총궐기 집회가 10월27일 열렸다. ⓒ 시사저널 포토


“당권 장악하면 문재인 퇴진 운동 본격화”

태극기 부대는 친박으로 당권을 차지하고 난 후 본격적으로 ‘문재인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세 결집에도 나섰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일인 10월26일에는 현충원에 모여 박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행사가 진행됐다. 다음 날인 27일에는 ‘문재인 정권 퇴진 국민총궐기’ 집회가 열렸다. “국가해체, 경제파탄, 영토포기, 국군무장 해제”라는 구호가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터져 나왔다. 같은 날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전국대학 트루스포럼’이 열려 젊은 보수들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기도 했다.

태극기 부대는 처음에는 ‘박근혜 석방’을 주장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문재인 퇴진’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 민중홍 국본 사무총장은 “친박보다 더 중요한 대의(大義)는 ‘반(反)김정은, 반문재인’이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북한의 꼭두각시 세력들이 나라를 장악했다. 태극기 세력은 북한에 반대하고 북한의 꼭두각시 정권인 문재인 정권을 배척하는 어떤 세력과도 함께할 것”이라면서 “북한의 남침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11월경에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것이다. 북한은 미군부대가 있는 평택까지 점령하는 것을 목표로 해서 남침을 감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자신들이 보수의 중심이라는 자신감 아래 보수대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당은 태극기 부대쯤은 얼마든지 안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태극기 부대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태극기 부대는 보수대통합을 빌미로 한국당을 통째로 삼키려고 하고 있다. 이 계획이 틀어질 경우 또 어떤 돌발 행동을 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동안 한국 정치는 극단을 경험했다. 이후 조기 대선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적폐청산에 주력했다. 이런 상황에서 태극기 부대가 정치 전면에 등장하면서 또 다른 극단의 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보수대통합론’ 연관기사

 

[보수대통합론②] “태극기 부대는 反김정은·反문재인 세력”

[보수대통합론③] “보수대통합의 중심은 태극기 부대” 

[보수대통합론④] 김병준 “한 그릇에 모두 담을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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