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美중간선거 ‘트럼프 돌풍’ 이어질까
  •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1.01 16:07
  • 호수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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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원은 공화당이 수성할지, 하원은 민주당이 탈환할지 관심

“말이 중간선거지, 이건 완전히 트럼프 대 반(反)트럼프 선거다. 이렇게 확연히 불붙은 중간선거를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오는 11월6일(현지 시각) 실시되는 미국 중간선거를 놓고 워싱턴의 한 정치 분석가가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말 그대로 중간선거는 4년인 미국 대통령의 임기 중간에 실시돼 대통령의 업적에 대한 중간평가 역할을 해 왔다. 집권당이 이긴 사례는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대통령에게 중간선거는 늘 뼈아프게 다가왔다. 잘해야 본전도 못 챙기는 선거였다. 유권자의 관심을 반영하는 투표율도 간신히 40%대를 보였다. 투표율이 50〜60%인 대선 때보다 현저히 낮다. 이유는 간단했다. 역대 중간선거가 집권당의 패배로 귀결됐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후 처음 실시되는 이번 중간선거에선 이러한 공식이 전부 허물어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실시되는 사전투표에서는 벌써 투표율이 45%를 넘기는 등 이번 중간선거 투표율이 대선과 비슷한 50%대 중반을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역대 중간선거 사상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하리라는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0월26일 노스캐롤라이나 주 공화당 중간선거 지원 유세를 벌였다. ⓒ AP 연합


트럼프 vs 反트럼프 선거…하원 장악이 관건

이번 중간선거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무엇보다도 친(親)트럼프와 반(反)트럼프 전선이 첨예하게 형성됐다는 데 있다. 미 의회 상·하원의원 선거만이 아니라 주지사도 함께 뽑게 되지만 지역적인 이슈가 완전히 묻혔다. 대신 이민 문제 등 연방정부의 정책을 놓고 벌어지는 갈등이 첨예한 이슈로 등장했다. 그러다 보니 공화당과 민주당이 맞붙는 이번 중간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그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 선거분석 전문가는 “승패를 떠나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모든 이슈를 자신에게 돌리는 데는 성공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도박사임을 자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패할 경우 부담도 크지만, 상·하원 모두를 수성하면 그 모든 공을 자신에게 돌릴 수 있다. 그만큼 향후 권력 기반을 더 공고히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극단적인 분열 정치가 워싱턴을 뒤덮고 있는 것에 관한 우려도 나온다. 점점 더 양극화되고 분열되는 유권자의 여론이 과연 미국의 미래를 밝게 비출 수 있을지에 관한 비관론도 커지고 있다.

이번 중간선거는 상원 100석 중 35석, 하원 전체(435석), 그리고 주지사 36석을 선출한다. 상원은 현재 공화당이 51석으로 다수당을 점하고 있다. 새로 선출하는 지역은 민주당이 24석, 민주당 성향 무소속이 2석, 공화당 9석이 현역이다. 공화당은 9석에 대해서만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고 나머지 42석은 그대로 보유한 채 선거에 임하는 선거다. 따라서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을 수성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제는 하원에서 누가 과반(218석)을 자치해 다수당을 확보하느냐의 싸움이다. 선거분석 전문매체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10월31일 현재 민주당은 204석 우위, 공화당은 199석 우위, 나머지 32석은 경합지역으로 분류된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경합지역이 40여 석에 달했지만, 공화당 후보들이 상당히 약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론조사 기관에서는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해 하원을 탈환할 것이라는 분석이 압도적이다.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로 여겨지는 중간선거에서 이번엔 반(反)트럼프 표가 결집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반면 이번 중간선거에서도 ‘트럼프 돌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지난 2016년 미 대선처럼 흐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단 얘기다. 여론조사에선 민주당이 우위를 보이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이른바 ‘강력한(radical) 트럼프 지지자’들이 막판에 결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선거일이 임박하면서 일부 경합지역이 공화당 우세지역으로 돌아서 민주당의 하원 탈환을 낙관할 분위기가 아니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선거 결과, 대북정책 향방에 중대한 영향

치솟는 사전투표율도 이번 선거 결과의 관건이다. 60%가 넘는 유권자들이 이번 중간선거에 투표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과연 높아지는 투표율이 누구에게 유리할지에는 전망이 엇갈린다. 민주당은 반(反)트럼프 성향의 여성 유권자들과 젊은 층들이 투표장으로 향할 것이라며 내심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하지만 공화당은 결국, 보수 성향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결집할 것이라면서 자신들이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최근 상승세를 타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폭발물 소포 사건과 반(反)유대인 총격 사건 등으로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선거 막판에 과연 어느 쪽의 유권자들이 결집할 것인가가 최종 변수가 될 전망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중간선거 결과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한반도 정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만일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 지위를 잃는 참패를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북정책은 우선순위에서 완전히 뒤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북한도 다시 친(親)중·러 노선을 본격적으로 강화하고 한반도에는 다시 갈등 구조가 전개될 개연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 기관의 예상처럼 공화당이 상원은 수성하고 하원을 내주는 경우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 추진 동력은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특히 예산권 등을 가지고 있는 하원을 민주당이 장악하면 본격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시비를 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를 수성하는 선전(善戰)을 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한층 더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북한 비핵화 문제에 관한 속도를 떠나서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주도권을 가지고 북·미 협상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이후 실무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도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정치권의 향방이 세계 경제는 물론 한반도 상황 변화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중간선거 직후 미국에서 다시 북·미 고위급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내년 초로 넘어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시 최종 조율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번 중간선거 결과가 이후 개최될 북·미 고위급회담에 어떠한 변수로 작용할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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