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의 살육이 다시 시작됐다…40년 만의 진정한 부활 《할로윈》
  •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1.02 10:13
  • 호수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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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계에 한 획을 그은 기념비적인 작품 《할로윈》 재탄생

1978년. 공포영화계에 한 획을 그은 기념비적인 작품인 존 카펜터 감독의 《할로윈》이 탄생한 해다. 마이클 마이어스라는 전대미문의 캐릭터를 낳은 이 영화는 40년 만에 진정한 부활을 선언했다. 《겟 아웃》(2017), 《23 아이덴티티》(2016) 등 참신한 호러를 잇달아 내놓으며 할리우드에서 새로운 공포영화의 명가로 떠오른 블룸하우스가 속편 격 리부트를 선보인 것이다. 이 작품은 《나이트메어》 《13일의 금요일》 시리즈 등 이후 등장한 슬래셔 무비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원작의 명성을 지킨다. 원작의 결을 잘 이해하고 시대의 흐름을 더한 덕분이다.

 

할로윈 밤의 살아 있는 공포이자 레전드로 불리는 ‘마이클 마이어스’ ⓒ UPI 코리아



1978년 《할로윈》은 어떻게 고전이 됐나

여섯 살 때 이미 친누나를 잔혹하게 살해한 극악한 존재. 오프닝 시퀀스에서 《할로윈》(1978)이 보여준 살인마 마이클 마이어스의 존재는 호러 팬들을 열광케 했다. 덩달아 제이미 리 커티스가 연기한 ‘유일한 생존자’ 로리 스트로드 역시 하나의 아이콘이 됐다. 영화의 인기는 《할로윈》을 과거에 박제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비록 박스오피스에서 유의미한 평가를 내지 못하더라도 이 영화는 그간 꾸준히 속편이 제작되고 있었다. 이번에 나온 영화를 제외하더라도 무려 8개의 속편이 있다.

어딘가에 수감돼 있다가 탈출해 할로윈 시즌이면 마을로 돌아와 살인을 저지르는 마이클. 이 불사조 같은 존재와 함께 꾸준히 소환된 캐릭터는 단연 로리다. 특히 제이미 리 커티스는 1981년에 개봉한 2편에서 동일한 역할로, 또한 《할로윈》 개봉 2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7편 《할로윈7-H20》(1998)에서는 마이클의 또 다른 누나 케리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 속편들은 하나같이 ‘마이클과 생존자의 최후 대결’ 같은 테마로 진행됐으나, 지금껏 어느 하나 진정한 최후를 그린 것은 없었다.

그렇다면 《할로윈》은 어떻게 이토록 긴 시간 회자되는 공포영화의 걸작이 될 수 있었을까. 세상에 전혀 없던 신선함으로 무장한 영화였을까? 그건 아니다. 애초에 《할로윈》에 영감을 준 작품이 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싸이코》(1960)다. 샤워를 하던 마리온(자넷 리)이 살해되는 장면은 《할로윈》에서 마이클이 누나를 죽이는 오프닝 장면에서 일부 재연된다. 《할로윈》에서 로리를 맡은 배우 제이미 리 커티스가 《싸이코》의 마리온을 연기한 자넷 리의 실제 딸이라는 사실 역시 《싸이코》를 향한 오마주와 무관하지 않다.

‘마스크 킬러’라는 설정은 《텍사스 전기톱 학살》(1974)의 모티브를 가져온 것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살인마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강조했던 《텍사스 전기톱 학살》과는 달리, 《할로윈》은 철저하게 마이클의 존재를 미궁에 남겨뒀다는 점이다. 로리를 포함한 등장인물들은 마이클의 존재를 목격하되 그것이 실재인지 환영인지 또렷하게 분간하지 못한다. 78년 원작의 마지막 장면, 2층에서 아래로 떨어진 마이클을 보며 로리가 묻는다. “귀신인가요?” 그와 함께 마이클을 좇던 정신과 박사 샘(도널드 플레젠스)은 이렇게 답한다. “아마도, 그렇습니다.” 마이클의 형체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없다.

다만 살인마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롱 테이크와 같이 당시로서는 신선한 연출은 《할로윈》을 호러계의 새로운 고전 반열에 올리기에 충분했다. 마이클 마이어스라는 캐릭터가 갖는 파괴력 또한 주효했다. 이 살인마를 향한 공포는 ‘죽이는 이유가 없다’는 데서 나온다. 마이클은 복수나 원한 때문이 아니라 무차별 살인을 저지른다.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를 연구할 수도, 살해 동기를 밝힐 수도 없다. 평범한 마을에서 평범한 사람들을 이유도 없이 잔혹하게 살해하는 살인마. 마음 안에 아무것도 품지 않은 ‘절대 악’의 존재가 마이클이다.

 

영화 《할로윈》의 한 장면 ⓒ UPI 코리아


2018년, 익숙하고도 새로운 《할로윈》이 탄생하다

제목부터 40년 전 것을 그대로 따온 이번 신작은 원작의 충실한 계승이다. 오프닝부터 그 성격을 확실히 한다. 인상적 오프닝 시퀀스 이후 할로윈을 상징하는 호박등을 화면의 왼쪽에 두고 오른쪽에 크레디트를 띄우는 건 이 시리즈의 특징이다. 찌그러져 있던 호박 모양이 복원되는 과정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선전포고로 보인다.

신시사이저 연주가 인상적인 BGM 역시 1978년 영화에서 그대로 사용했던 테마곡이다. 당시 존 카펜터 감독이 직접 작곡했던 곡이다. 그는 이번 영화에 총괄 프로듀서이자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할리우드에서는 성공한 작품의 속편이 진행될 때 원작의 구성원들은 배제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할로윈》은 정반대의 선택을 한 것이다. 블룸하우스의 수장 제임스 블룸이 이 영화 제작을 맡기로 결정했을 때 제일 먼저 추진한 것이 존 카펜터 감독 그리고 배우 제이미 리 커티스의 합류다.

무엇보다 이번 영화는 원작에서 40년이 흐른 시점을 배경으로 당시의 생존자였던 로리(제이미 리 커티스)의 현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1978년 작품과 확실한 연결성을 지닌다. 당시 아이를 돌보는 보모(개봉 전 《할로윈》로 수정했지만, 당초 이 프로젝트는 《보모 살인마(The Babysitter Murder)》라는 제목으로 진행됐다)였던 로리에게는 이제 딸과 손녀가 있다. 결혼 생활의 실패를 뒤로하고 홀로 숲속 외딴곳에 사는 그의 집은 마치 방공호 같다. 로리의 딸은 언제 살인마가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는 강박으로 어린 자신에게 총을 쥐여줬던 어머니를 원망한다. 자신의 딸에게만큼은 그 기억을 남겨주고 싶지 않다. 하지만 정신병원에서 교도소로 이감 중 마이클이 탈출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로리와 가족들은 전투태세에 돌입한다.

40년 만에 이야기를 이어가는 《할로윈》은 무엇이 마이클 같은 괴물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굳이 파헤치려 하지 않는다. 그것은 되레 마이클을 취재하고 싶어 하던 영상 저널리스트들이 무참히 살해되는 방식으로 조롱당한다. 살인자의 맥락을 짚으려는 여느 공포영화들과는 다르다는 확실한 선언인 것이다. ‘라스트 걸(Last Girl)’, 즉 공포영화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여성 캐릭터를 뜻하는 클리셰도 시대에 맞게 변형했다. 남성 캐릭터들이 실없는 욕심을 부리다 죽어나가는 동안, 샷건을 든 로리와 딸 그리고 손녀는 스스로를 지켜낸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대결의 백미는 마이클 그리고 여성 삼대(三代)의 연대를 통해서 이뤄진다. 마이클이라는 캐릭터를 관객이 왜 두려워하고 왜 이 영화에 열광했는가, 시대에 맞춘 변화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 《할로윈》은 이 두 가지 고민에 충실한 결과물로 보인다.

박스오피스 반응은 성공적이다. 지난 10월19일 북미에서 먼저 개봉한 《할로윈》은 개봉 첫 주에 제작비(1000만 달러)를 가뿐히 회수하고 전 세계에서 이미 1억7000만 달러가 넘는 수입을 거뒀다.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명확하다면, 할리우드에서는 저예산으로 분류되는 규모의 제작비를 가지고도 유의미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음이 또 한 번 증명된 것이다. 그것도 최근에는 시장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클래식한 슬래셔 무비 그대로의 방식으로 말이다. 이 성공은 실패한 대작들이 쏟아져 나오는 한국영화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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