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4년 부산정보고 야구팀, 73년 역사 경남고 꺾었다
  • 부산 = 김완식 기자 (sisa512@sisajournal.com)
  • 승인 2018.11.0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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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정보고 ‘롯데기 고교야구대회’ 우승…마운드 우위 보이며 4-1 승리

“우리 부산정보고가 롯데기 고교야구대회에서 73년 역사의 야구 강호인 경남고를 제치고 우승했습니다. 끈기와 열정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선수들이 자랑스럽습니다.”

11월6일 오전 9시 이건영 교장은 운동장에 전교생을 모아 놓고 단상에 올라 “우리 모두 부산정보고를 빛낸 야구팀에게 ‘화이팅’을 보내자”며 채 흥분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전날 롯데기 우승을 안은 야구팀에 대한 칭찬을 이어갔다.​ 학교는 한 마디로 축제 분위기였다.


11월5일 기장-현대차 드림볼파크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부산정보고는 경남고를 4-1로 격파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9회 초 투수 남지민(2학년)이 경남고의 마지막 타자를 땅볼로 아웃시키자 숨죽여 경기를 지켜보던 이건영 교장과 학부모 등 50여 명의 응원단은 “정보고 만세!” “정보고 화이팅”을 외쳤다.

 

2014년 창단한 부산정보고는 부산의 6개 고교 야구팀 중 막내 격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화끈한 타격은 결코 ‘막내’가 아니었다. 



명문 부산고 상대 7회 콜드게임 승…이번 대회 최고 이변 


창단한지 4년 밖에 되지 않은 부산고교야구의 ‘막내’인 부산정보고가 73년 야구 역사의 ‘강호’ 경남고를 물리치고 ‘2018 롯데기 고교야구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선수들이 우승을 만끽 하고 있는 모습. ⓒ부산정보고



특히 11월3일 같은 구장에서 열린 부산고와의 경기에서 7회 콜드게임승을 거둬 이번 대회 최고의 이변을 일으켰다. 이날 부산정보고는 부산고를 상대로 장단 15안타를 몰아치며 12-5로 대승을 낚았다. 부산정보고 타선은 1회부터 7회까지 매 이닝 득점에 성공하는 맹타를 휘둘렀다.

부산정보고 김백만 감독은 “부산고를 이긴 데 만족하지 말고 한 번 더 해보자”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경남고(5전 전승)에 이어 2위(4승 1패)로 결승에 진출한 부산정보고 선수들의 눈빛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결승전 2회 마운드에 오른 투수 김현준의 역투는 눈부셨다. 초반 패스트볼이 흔들렸던 김현준은 포수 김태호와 호흡을 맞춰가며 변화구 위주의 볼 배합으로 경남고 타자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김현준은 6이닝 동안 무려 11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예선을 전승으로 장식한 경남고의 타선이 이날 뽑아낸 점수는 2회 초 황정우의 1타점이 유일했다.

5회 말 경남고의 연이은 실책을 놓치지 않은 부산정보고의 집중력이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마운드 우위를 보인 부산정보고는 경남고를 4-1로 누르고 예선전 1패를 안긴 경남고에 설욕과 함께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상의 영예는 부산정보고 포수 김태호의 몫이었다. 6명에 불과한 투수진을 이끌고 우승을 일궈 낸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김백만 감독은 최우수 감독상을 받았다. 


2018 롯데기 고교야구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부산정보고 선수들이 우승기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건영 교장, 남미경 교감, 김백만 감독, 이차형 부장. ⓒ부산정보고

 


중학교 야구선수 수급 불균형 속에 일궈낸 우승 ‘감격’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하드웨어적으로 뛰어난 편은 아니다. 이 때문에 타격코치 지도로 끊임없이 짧게 끊어치는 연습을 해왔다. 그게 이번 대회 경기에서 상대 마운드를 무너뜨리는 데 주효했다”고 말했다.

부산정보고 야구팀 살림살이를 맡고 있는 이차형 부장은 “우리 선수들이 심각한 (선수 수급) 불균형 현상을 이겨내고 김백만 감독의 지도아래 땀 흘린 결과가 이번 대회에서 빛을 발휘했다”고 칭찬했다.

이 부장은 이어 “부산 고교야구 6개 팀 중 ‘야구 명문’인 부산고, 경남고에서 우수 선수들을 데려가고 있다”면서 중학교 야구선수 수급 불균형 속에서 일궈낸 우승에 감격했다.

부산교육청은 올해 9개 팀의 중학 야구 선수를 부산고‧경남고는 12명을 배정했지만, 부산정보고엔 5명만을 배정하는 데 그쳤다.


‘2018년 대교 눈높이 고등축구리그’ 전반기, 후반기 통합 우승을 한 부산정보고 추구선수들. ⓒ부산정보고

 

 


영남학원, 운동팀 전폭적인 지원…축구팀 전국리그 우승

하지만 부산정보고 야구팀은 축구팀과 함께 재단인 영남학원(이사장 영담 스님‧경기도 부천 석왕사 주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영남학원은 학교운동장을 인조잔디로 단장했고, 지하 연습실을 마련해 선수들이 연습에 몰두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학교 축구팀도 최고 해를 맞았다. 2017년 ‘제55회 청룡기 고교축구 대회’에서 4강에 올랐던 축구팀은 올해 ‘49회 전국고등학교 축구대회’ 8강에 이어 ‘2018년 대교 눈높이 고등축구리그’ 전반기, 후반기 통합 우승을 했다. 이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3학년 포지션 공격수 FW인 김승준은 아시아 학생 선수권대회 한국 대표로 선발됐다. 또 우수 수비선수로 이름을 올린 김대은, 최다득점을 올린 김승준 등 10명의 3학년 전원은 수도권의 축구 명문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다.

 

한편, 야구부 3학년 전진우 선수도 창단 이후 최초로 NC 다이노스에 프로 지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부산정보고는 올해 겹경사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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