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는 눈먼 돈’…수십억대 국비사업 애물단지 전락
  • 경남 창원 =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8.11.08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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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완공하고도 활용 못하는 거제 수산물종합유통센터·김해 대동선착장

경남에서 수십억 원대 국가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철저한 검증과 타당성 검토 등 제동장치 없이 곧바로 시행된 탓에 완공 후 정작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다. 관리 실태 점검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거제 수산물종합유통센터 ⓒ 거제신문 제공


2년째 먼지…거제 수산물종합유통센터, 운영 방식도 못 정해

 

대표적인 혈세 낭비 사례는 경남 거제의 ‘장승포 수산물종합유통센터’다. 이 센터는 수산물 판매시설과 회센터 등의 입주가 계획된 지상 4층(연면적 2530㎡) 규모 건물로 2014년 9월 첫 삽을 떴다. 당시 시민들은 이 센터가 어민 소득증대와 거제 관광인프라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흥분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미 2년 전 사업비 50억원(국·도비 32억5000만원, 시비 17억5000만원)은 모두 집행됐다. 기대했던 수산물 판매 인프라는 아예 들어오지 않았다. 2016년 9월 센터가 완공됐지만, 건물 내부에는 기대했던 회센터가 아닌 먼지만 날린다.  

 

이 사업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수협의 센터 운영 참여도 지지부진하다. 경남 거제시는 아직까지 거제 수협과 운영 방식 등에 대한 협약조차 맺지 못한 상태다. 애초 위탁 계약 후 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던 거제수협이 조합장 징계와 경영난 등 내부 사정을 이유로 협약 체결을 미뤄왔다는 게 거제시의 설명이다.  

 

이에 경남도는 이 사업에 다시 속도를 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실제 경남도는 거제 수협과의 운영 방식 협약을 연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센터 시설의 재임대 방식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경남도 의지에도 불구하고 센터 미래에 대해서는 싸늘한 시선이 지배적이다. 거제 시민들은 “냉정하게 센터에 투자할 이유가 있느냐”는 입장이다. 내부 기반 시설도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거제 수협이 올바르게 운영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조속히 센터가 정상 운영될 수 있도록 거제시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해 대동선착장 ⓒ김해시 제공


김해 대동선착장, 탐방선 한 척 접안 없이 '텅텅’

 

재정 부족에도 예산 낭비는 경남 김해에서도 계속됐다. 김해시는 국비 13억원을 들여 지난해 11월 대동면 낙동강 변에 4700㎡ 규모의 대동선착장을 만들었다. 김해시는 당시 “낙동강 탐방선을 접안시켜 관광을 활성화할 수 있는 선착장”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완공 11개월이 지나도록 탐방선 한 척 접안하지 못하고 있다. 선착장 주변의 관광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면서 얼마나 손님이 올지 자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관광 수요 분석 등 로드맵조차 마련하지 않고 예산을 투입한 전형적인 혈세 낭비 사례로 볼 수 있다.  

 

세금 낭비가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지적에도 김해시 관계자는 “선착장을 만들었는데 왜 혈세가 낭비됐다는 말이냐”고 항변한다. 일단 관련 예산을 확보해 선착장을 완공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발언이다. 김해시가 선착장 완공 이전에 선착장 활용 방안을 세부적으로 마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무색할 지경이다.

 

김해시는 뒤늦게 대동선착장을 살려보겠다고 나섰다. 지난 5월 용역을 발주하면서 대동선착장과 주변 관광 자원을 연계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김해시 관계자는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선착장 주변 관광 활성화를 서둘러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이미 1척 운행 중인 탐방선의 지난해 수입은 5200만원에 그친 반면, 인건비 등 관리비는 3억원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관광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주변 인프라 구축 비용이 추가된다면, 대동선착장은 수억 원의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처지다. 결국 정밀한 수요 예측 없이 시작한 주먹구구식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려운 이유다. 

 


사전 타당성 조사 충분하지 않아 혈세 낭비…경남도의원 “관리 실태 점검할 것”

 

이처럼 공직사회에 검약 정신이 희박해지자, 시민복지와 녹색환경 등으로 포장한 공공사업을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방자치단체가 사업 시행 이전에 사전 타당성 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은 게 문제라는 것이다. 

 

황보길 경남도의회 의원은 “개인 재산이라면 저렇게 놔두겠는가”라며 “거제시와 김해시가 거액의 혈세를 들여 시설을 완공하고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민국 경남도의회 의원도 “철저한 계획 없이 주민 혈세를 방만하게 사용한 결과”라며 “도의회가 나서서 관리 실태를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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