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명성을 믿었다. 우린 그 죄 밖에 없다”
  • 경남 창원 = 황최현주 기자 (sisa520@sisajournal.com)
  • 승인 2018.11.1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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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경상대병원 의료사고 피해 비상대책위원회, 3개월째 농성 中
시위를 하고 있는 창원경상대병원 의료사고 피해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 ⓒ황최현주 기자

 

“대학병원 명성을 믿었다. 우리는 그 죄 밖에 없다” 경남 창원경상대학병원에서 의료사고를 당했다며 이에 항의하는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지난 8월 말부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병원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이들은 부신종양제거, 침샘종양제거, 척추협착증 후복막 종괴 절제, 뇌 경색 등의 이유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가 한 명은 사망했고 두 명은 영구장애를 얻었다고 주장하며 병원의 진심어린 사과와 사후대책, 도의적인 책임 등을 요구하는 농성을 3개월째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경상대병원은 언제라도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을 생각은 있지만 현재 사법적 판단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사과부터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환자 가족들의 요구와 다소 상반된 입장을 밝혀 비대위의 농성이 장기화될 여지를 남겼다.

 

지난 11월 8일 굵은 가을비를 맞으며 피켓을 들고 시위중인 피해자 가족들을 만났다. 농성중인 가족은 5가족, 8명 정도인데 뇌경색 환자 백아무개씨의 가족은 생계를 이유로 이 날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대학병원 명성 믿고 찾아왔다가 날벼락

 

지난 5월 부신종양제거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배아무개 씨는 엉뚱하게도 부신이 아닌 췌장이 절제됐다. 원래부터 췌장염을 앓고 있었지만, 병원을 찾아왔을 때 검사를 받아본 결과 부신종양 판정을 받은 것이다. 

 

당시 수술을 집도한 외과 과장은 부신의 종양만 잘라내면 되는 간단한 수술임을 언급하며 보호자와 환자를 안심시켰다. 누나 배 씨에 따르면 수술 후 배씨가 경상대병원을 나와 인근 병원에서 수술 결과를 확인해보니 부신 종양은 그대로인데 췌장이 절제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들은 집도의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 했고 집도의는 처음에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다가 다른 병원의 소견을 이야기 해주니 그제서야 수술 부위가 바뀐 사실을 인정했다. 배씨는 6월 경상대병원에서 훼손된 췌장 마감 수술과 부신 제거 수술을 받았다.  

 

창원 대방동에 살고 있는 이아무개씨는 남편을 창원경상대병원에서 잃고 나서 5개월 이상 병원을 상대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처음 병원을 방문 했을 때 이씨의 남편은 이비인후과로부터 침샘이 막혀 있다는 소견을 받았고, 간단한 수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을 믿었다.

 

그런데 집도의가 수술하고 있는 도중 다른 의사로부터 암이라는 예상치 못 한 결과를 접했다. 이씨에 따르면 남편이 당시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암 조직검사를 한 적이 없고, 수술 받고나서도 회복이 상당히 더뎠으며,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곧바로 방사선치료를 받았다.

 

이씨의 남편은 30여차례나 방사선치료를 받았는데, 신경과 의사가 방사선 치료에 의한 신경손상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병원에서는 신경과와 신경외과 의사 두 사람이 남편의 입원 중 같은 진단을 내렸지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수술 직후 피가 많이 흘러내렸고, 볼일조차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기만 했다. 그렇게 이씨의 남편은 6개월 정도 중환자실에 있다가 지난 2월 사망했다. 이 씨는 남편이 국가유공자라 연금으로 근근히 생활하는데, 어린 두 손자를 키우는 지금 생계적으로도 너무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천막안에서 농성중인 유가족들 ⓒ황최현주 기자

 

 

척추협착증 수술을 창원경상대병원에서 받았다가 장애 판정을 받은 환자 김아무개씨의 아내 양씨 역시 병원이 남편의 몸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수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올해 40대 중반인 김 씨는 강직성척추염이 있었고, 인근 병원에서 수술을 두 차례나 받고나서도 헬스를 다닐 정도로 건강했다고 한다. 양씨에 따르면 지난해 4월쯤 남편은 다리가 모이는 느낌과 보행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수술 받기 전 신경외과 과장이 “강직성 척추염부터 잡아야 염증을 다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술이 잘 되어도 다시 재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척추에 고정핀을 박은 후부터 발생됐다. 척추에 핀을 여러 개 박았는데, 그 중 마지막 핀이 잘 못 됐는지 염증이 생기면서 환부가 심하게 부풀어 올랐다고 양씨는 설명했다.

 

수술을 받고나서 김씨는 입원실이 아닌 중환자실로 실려 갔다. 그 이유에 대해 ‘혈압이 떨어졌다’는 병원 이야기를 들었고, 이 후 20kg이나 체중이 줄어든 것과 발가락 마비 증세가 왔다. 발가락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한 양씨는 남편이 의료사고를 당했다고 직감했다.

 

젊은 환자가 영구장애를 입게 된 사례는 또 있다. 2016년 창원경상대병원에서 후복막 종괴 절제 수술을 받은 20대 후반 여성 김씨는 종괴 제거 수술을 받았다가 왼쪽 다리의 신경이 절제되고 말았다. 결혼을 한 지 얼마 안 된 김씨는 혹시 임신인가 싶어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11cm 크기의 종괴가 발견돼 창원경상대병원으로 오게 됐다.

 

단순히 종괴만 제거하면 되는 것으로 알았지만, 수술 후 집도의는 “자신의 잘못으로 다리 신경에 손상을 입게 됐는데, 신경과 의사가 와서 신속히 조치를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신경이 손상’된 줄로만 알았던 김씨의 다리는 회복하기 힘든 수준이 됐다. 양쪽 다리 길이가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은 물론 주위 온도를 잘 느끼지 못 해 왼쪽 다리에 화상을 입었고, 무릎 함몰까지 겪고 있다.

 

이씨는 수술실에 설치된 CCTV 가동 여부를 언급하며 집도의가 수술을 하지 않고 간호사나 인턴이 대리 수술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지난 해 5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수술 직후 집도의는 처음 ‘신경이 손상됐다’고 말했는데, 법원 지정 병원을 통해 ‘신경을 절제했다’는 전혀 다른 결과도 알게됐다. 

 

이씨는 “법대로 하면 병원이 이길 것이다. 의료소송 전문 대형 로펌을 나처럼 의학지식이 없는 사람이 상대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 아니겠는가. 병원을 믿었다. 우리는 그 죄 밖에 없다”고 가슴을 쳤다.

 

 

창원경상대병원 “법원 판단 존중할 것, 비대위와 협상 테이블 열려 있다”

 

비대위 가족들의 주장과 관련해 경상대병원 관계자는 “수술을 받고나서 결과가 그리 되어서 우리 입장에서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충분히 병리적인 소견, 의학적 자료 등을 바탕으로 수술과 치료 등이 이뤄졌다. 소송중에 있는데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도의적 책임을 이야기 하는 것은 순서에 맞지 않다. 다만 법적 절차에 따라 우리가 따를 수 있는 결과는 최대한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 환자 가족들과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고자 노력을 했지만, 가족들이 따라주지 않았다. 우리는 언제든 가족들이 요구한다면 공식적인 협상테이블을 마련하도록 할 것이며, 수술실 CCTV 설치 건과 관련해서는 조금 더 알아봐야 하겠지만 간호사나 인턴들의 대리 수술은 결단코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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