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위법한 소음까지 참으라고 할 수 없다”
  • 경남 통영 = 서진석 기자 (sisa526@sisajournal.com)
  • 승인 2018.11.1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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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법정공방 통영 삼화리 석산, 주민들 승소…채석 불가 결론

“미관과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복구 공사다” vs "복구로 위장한 사실상 채석행위다"

 

17년 동안 대법원의 문을 두 번이나 두드리며 법정공방을 벌인 경남 통영시 소재 석산이 ‘채석 행위 불가’로 결론났다. 대법원은 11월 9일 문제의 석산, 즉 토취장 인근 주민들의 청구를 인용한다며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했다. 

 

이번 판결을 하나의 사건으로 보면 2011년에 시작돼 7년만에 종결된 재판이지만 삼화리 석산 분쟁은 2001년 첫 소송이 제기됐고, 소송의 단초는 2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7년간 대법원의 문을 두 번이나 두드린 통영 삼화리 석산 ⓒ 시사저널

 

 

1995년 당시 통영시는 북신만 공유수면을 매립하면서 매립용 토사를 채취하기 위해 삼화리 57번지 일대 7만 8138㎡의 토지를 형질변경 했다. 하지만 토사 채취 과정에서 거대한 암반이 나타나 토사 채취는 중단됐고 통영시는 복구 의무만 떠 안게 된다.

 

복구의무에서 벗어나기 위해 통영시는 H건설과  '적지복구시행약정' 을 체결한데 이어 2001년 H건설의 지위를 승계한 C건설에게 복구를 대신하는 조건으로 일정 양의 토석을 채취할 수 있는 ‘당근’이 포함된 개발행위변경허가처분을 내린다.

 

 

2003년 대법원 "실제 채석행위임에도 통영시장은 법이 정한 요건과 절차를 잠탈 함"​

 

이 처분으로 C건설이 발파를 수반하는 약 72만㎥의 암석을 채취·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석산 허가를 피해가려는 꼼수라며 강력 반발에 나섰고 소송으로 비화됐다.

 

재판은 1, 2심에 이어 대법원으로 이어졌고 2003년 대법원은 "실제 채석행위임에도 통영시장은 법이 정한 요건과 절차를 잠탈(몰래 잠식해서 차지함)한 채, 적지복구의 명목하에 개발행위 처분을 내린 것"이라며 공사 불가 판정을 내렸다.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종결된 것으로 여겨졌던 삼화리 석산은 2010년 통영시가 C건설이 제출한 복구 착공계를 전격 수리하면서 다시 소송에 휘말리게 된다. C건설은 당시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토취장 부지 토지 소유자들의 재산권 행사 등을 이유로 착공 신고를 했다.

 

또 다시 채석공사가 시작되는 분위기가 조성되자 주민 52명은 2011년 ‘C건설은 해당 공사를 해서는 안 되며 통영시 또한 이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공사금지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2013년 통영지원은 주민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러나 이어진 항소심에서 부산고등법원은 "C건설이 하려는 공사는 채석공사가 분명하고 허가 없이 공사를 강행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전제 하면서도 "공사 금지로 인해 토지 소유자들이 입는 불이익을 무시할 수 없다”며 2015년 주민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또한 주민들이 우려한 채석 행위에 수반되는 ‘발파’ 소음 문제도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참아내야 하는 정도를 넘는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쉽게 말해 ‘참을만 하다’고 판단했다.

 

 

2018년 대법 “위법한 채석행위, 발파까지 감내하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르게 해석했다. 지난 11월 9일 대법원은 △통영시의 2001년 개발행위변경허가처분이 관련 부서 협의를 거치지 않았으며 △주민 의견 수렴 절차도 없었고 △2003년  대법원이 ‘법이 정한 요건과 절차를 잠탈’했다고 판단한 점 등을 언급하며 “위법하게 채석행위를 하면서 발파를 하는 경우까지 인근 주민들에게 이를 감내하라고 할 수 없다”는 말로 17년 공방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편, 지난 2001년부터 주민들을 대신해 소송을 진행한 통영의 김광주(54) 변호사는 "인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법공사를 수인한도(불법을 참을 수 있는 한도) 평가에서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을 주요 상고 이유로 삼은 것이 주효했다”면서 “고등법원은 대법원의 판단에 귀속될수 밖에 없는 즉, 환송심의 귀속력에 비추어 이제 삼화리 석산에 대한 채석 행위는 불가능 해졌다”고 대법원의 판단을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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