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폭탄테러’ ‘유대교 총격’이 던진 SNS에 대한 무거운 질문들
  • 박형진 미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1.26 14:31
  • 호수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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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혐오’ 자유 폭탄으로 돌아오다

현재 미국은 2016년 대선 때 러시아가 어떻게 개입했는가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분명해진 것은 러시아가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인터넷, 특히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적극 활용했다는 점이다. 러시아 정부 통제 아래 ‘트롤 공장’은 SNS에서 미국인인 것처럼 행세한 뒤 이민·인종·종교와 같은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그룹을 만들었다. 이들 그룹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거나 클린턴·샌더스 대통령 후보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심지어 미국 여러 지역에서 정치집회를 조직하기도 했다. 광고주가 원하는 성향과 지역, 연령대의 사용자에게 광고를 노출하도록 고안된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광고 플랫폼은 미국인을 가장한 러시아인들의 분열적인 메시지를 확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이 드러나면서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공격을 사전에 막지 못하고 오히려 이를 통해 금전적 이익을 취했다는 비난이었다. 구글,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CEO들은 잇따라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소환돼 곤욕을 치렀다. SNS 업체들의 단기적인 약속은 2018년 중간선거에서 러시아 등 외국 정보기관이나 정치세력이 자신들의 플랫폼을 남용해 여론을 호도하는 사태를 방지하는 것이었다. 페이스북의 경우 2016년 대선에 개입했던 러시아 트롤 공장 계정을 삭제하고 이용자들이 자신들이 보는 광고를 누가 게재하는지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신설했다.

인터넷 기업들의 자정 노력은 소위 ‘외부의 적’을 청산하는 데 머무르지 않았다. 러시아의 대선 개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가짜뉴스와 차별적인 메시지를 생산하는 미국인들은 SNS에 늘 있었다. 미국인 행세를 하는 러시아 트롤들이 자신들의 메시지를 확산시킬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러시아의 대선 개입 사태는 페이스북을 비롯한 인터넷 기업들이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기존 입장을 버리고 테러, 범죄와 연관된 포스팅이나 혐오 표현, 가짜뉴스의 확산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대처를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지난 8월 알렉스 존스가 운영하는 극우적 뉴스매체 ‘인포워즈(Infowars)’ 계정이 혐오 표현과 가짜뉴스 전파를 이유로 페이스북, 트위터, 애플 팟캐스트, 스포티파이 등에서 삭제됐다. 페이팔은 인포워즈의 온라인 쇼핑몰에 대한 결제를 막았다. 그들의 단호한 대처는 혐오와 차별, 가짜뉴스와 같은 내·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미국 사회를 지켜낼 수 있을까. 

 

11월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교외에 있는 술집에서 총기 난사 사건으로 최소 13명이 숨졌다. 연이은 총격 사건으로 미국 사회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 EPA 연합



러시아 대선 개입, SNS 규제 확산으로

최근에 있었던 민주당계 정치인들에 대한 폭탄테러 시도와 필라델피아 유대교 회당에서의 총격 사건은 이러한 질문에 강한 물음표를 던진다. 지난 10월26일 미국 플로리다주에 거주하는 56세 남성 시저 사요크 주니어(Cesar Sayoc Jr)가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등 민주당계 정치인과 지지자들에게 사제 폭탄을 보낸 혐의로 체포됐다. 그가 거처로 사용한 밴이 트럼프 사진으로 도배된 것 못지않게 화제가 된 것은 그의 SNS 행보였다. 압류, 파산, 해고와 이혼, 구금 등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온 사요크였지만, 페이스북과 트위터상 그의 모습은 음식과 헬스, 스포츠를 즐기는 전형적인 중년 미국 남성이었다. 그는 대선이 있던 2016년부터 SNS에서 정치적 사안에 대해 열정적으로 발언하기 시작했다. 종교·이민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와 선거에 대한 우파 매체의 기사를 열정적으로 퍼 날랐다. 그는 트럼프를 비판하거나 트럼프가 비판한 민주당계 정치인, 유명인들의 SNS 계정을 찾아 그들을 비난하거나 협박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사요크로부터 욕설 혹은 협박조의 메시지를 받은 SNS 사용자 대부분은 그의 메시지를 무시했다. 트럼프의 대선 출마를 기점으로 반(反)이민, 반무슬림, 반여성적인 생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SNS 사용자는 사요크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가 그의 공격적인 언행을 묵인했던 것은 아니다. 민주당 성향의 정치 평론가 로셸 리치(Rochelle Ritchie)가 자신에 대한 사요크의 협박 메시지를 트위터에 신고했을 때, 트위터는 사요크의 메시지가 트위터의 자체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결론짓고 이를 삭제하지 않았다. 뒤늦게 트위터는 사요크 체포 직후 이 결론이 자신들의 실수임을 시인하고, 사요크의 모든 트윗과 그의 계정을 트위터상에서 삭제했다.

이 모든 것이 SNS 때문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차별적이고 분열적인 메시지는 대선에 뛰어들었던 트럼프의 메시지와 구분하기 힘들었다. 트럼프의 메시지는 훨씬 더 오래된 미국 사회 내 인종차별, 이민자 차별, 종교 문제 등과 구분하기 힘들다. 분명한 것은 사요크처럼 우파 매체의 극단적이고 편파적인 뉴스를 소비하며 트럼프가 던지는 분열적인 메시지에 열광하고 트럼프가 겨냥하는 반대파를 충실하게 공격하는 보수 성향의 계정들이 꾸준히 늘어났다는 점이다. 그들의 발언 강도와 공격 범위도 점점 강하고 넓어졌다. SNS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이들을 규제하거나 삭제하는 것은 기술적·인력적으로 점점 어려운 일이 됐다. 오히려 사기업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러한 모순 속에서 사요크의 폭탄 테러 시도는 규제되지 않은, 혹은 규제할 수 없는 차별과 혐오의 분출이 물리적인 폭력으로 발전될 수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SNS 업체의 자정 노력이 얼마나 성공을 거두고 있는가와 별개로, 보수 성향의 사용자들 중 일부는 주류 SNS 업체들이 자신들에게 편파적이고 적대적이라고 느끼고 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트위터 등에서 차단을 당하거나, 이들 사이트의 적대적인 분위기가 싫은 보수 성향 사용자들이 새로운 피난처를 찾기 시작했고 몇몇 사이트들이 ‘검열이 없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며 이들의 망명지를 자처했다. 대표적인 사이트가 바로 ‘갭(Gab)’이다.

2016년 8월 만들어진 갭은 사용자들이 검열과 제재에 대한 부담 없이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SNS임을 내세웠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이 좌편향적이며 보수 성향 사용자들을 부당하게 억압함을 지적했다. 주요 SNS 업체에서 계정이 차단된 유명 백인우월주의자, 극우주의자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활동무대를 갭으로 옮겼다. 이들의 메시지를 소비하고 전파하고자 하는 보수 성향의 사용자들도 점차 갭으로 몰려왔다. 이들 중에는 네오나치주의를 내세우고 캘리포니아 상원 선거에 출마했다 공화당으로부터 축출당한 패트릭 리틀(Patrick Little)과 같은 반유대주의자들도 있었다. 유튜브·트위터 등 주요 SNS에서 차단당한 인포워즈의 알렉스 존스가 새로 둥지를 튼 것도 바로 갭이었다. 

 

10월30일 미국 역사상 최악의 유대인 증오 범죄로 기록된 피츠버그 총기난사 현장에서 일부 시민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EPA 연합


‘인터넷 망명자’들이 만들어낸 총기테러범

‘검열이 없는 SNS’를 내세우며 사실상 극우주의자, 백인우월주의자, 반유대주의자들의 활동 무대를 마련해 준 갭에 대한 미국인들의 시선은 당연히 곱지 않았다. 애플은 포르노 콘텐츠와 혐오 발언을 이유로 갭의 앱 등록을 거부했다. 구글은 ‘폭력과 혐오를 조장하는 콘텐츠에 대한 조정 노력이 없음’을 이유로 2017년 8월 갭의 앱을 구글 플레이에서 제거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로 갭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우파 매체와 유명 인사들을 통해 갭의 지명도가 올라가면서 갭은 사용자층을 점차 넓혀갔다.

갭의 열정적인 이용자 중에는 로버트 바워스(Robert Bowers)도 있었다. 피츠버그 지역에서 트럭운전사로 일하며 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그는, 그를 알고 지내는 친구나 이웃이 거의 없는 46세의 조용한 독신 남성이었다. 그러나 갭상에서 그는 유대인과 이민자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사용자 중 하나였다. 그는 유대인들이 미국을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홀로코스트가 유대인들이 조작한 역사라는 반유대주의적 음모론도 적극적으로 전파했다. 그는 난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는 유대인 비정부기구들(NGOS)이 중앙아메리카에서 미국으로 건너오는 이민자 행렬(캐러번)을 돕는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는데 다름 아닌 유대인들에 대해 단호한 대처를 취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갭의 생태계 안에서 바워스의 발언은 반론와 비판에 부딪히기보다 환영과 격려를 받았다. 이런 환경 속에서 그의 반유대주의적 신념은 점점 강화되었다. 그는 수천 명의 이민자들이 미국 국경으로 접근하는 상황에서 이들 이민자를 돕는 미국 내 유대인 집단을 그냥 둘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는 10월27일 갭에 “HIAS(히브리 이민자 지원협회)가 침략자(이민자)들을 들여 우리를 죽이려든다. 나는 내 사람들이 학살당하는 것을 가만히 앉아 두고 볼 수 없다. 니들이 뭐라 하든, 나는 들어간다”고 남겼다. 그는 피츠버그 교외의 한 유대교 회당에 들어가 자신의 총으로 11명을 살해하고 체포됐다. 바워스가 반유대주의적 메시지를 전파하는 데 사용한 갭 사이트는 사건 직후 사이트 호스팅 회사가 호스팅을 거부하면서 서비스를 중단했다가 다른 호스팅 업체를 찾으면서 다시 서비스를 재개한 상태다.

미국은 지금 SNS에 대한 논란을 벌이고 있다. 사요크와 바워스의 사례는 인터넷을 통한 의견 교환이 활발해진 시대에 표현의 자유가 처한 딜레마를 보여준다.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다른 사회 구성원을 혐오하고 차별할 자유를 포함하는가 △혐오와 차별을 표현하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구분될 수 있는가 △공공의 이익과 안전을 위해 일정 기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면, 그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하는가 △손쉽게 사이트를 오갈 수 있는 인터넷 환경 안에서 실효성이 있는가. 최근 미국 사회를 뒤흔든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사건들은 이 질문들이 얼마나 무거운 주제이며, 동시에 얼마나 답하기 힘든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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