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가’로 방치된 안산역사, 무슨 일이?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8.12.03 10:58
  • 호수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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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시설공단 “계약대로 할 뿐” vs 상인 “생존권 보장해라”

한국철도시설공단(공단)과 안산역사(驛舍) 기부채납자 간에 무상사용 기간을 놓고 마찰이 일고 있다. 공단은 국유재산 무상사용 허가서에 명시된 사용기간을 근거로 지난 4월 임대 만료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그러나 기부채납자와 임차인들은 무상사용 허가서의 내용이 법령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공단이 감독기관인 감사원·국토교통부(국교부)·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의 지시 사항을 무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공단의 갑질 행포에 300여 명의 임차인 가족이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게 될 위기에 내몰렸다”고 밝혔다.

안산역사는 1998년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이 기부채납 형식으로 건설했는데, 명우건설이 120억원을 투자해 안산역사를 건설했다. 기부채납이란 기부자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토지에 건물을 건축해 소유권을 국가에 귀속시키는 대신 건축물 가액과 산정 사용료가 상쇄될 때까지 사용수익권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안산역사 ⓒ 시사저널 고성준


“국토부·감사원·인권위 권고 무시하는 공단”

공단은 2009년 8월부터 안산역사의 관리업무를 승계받았다. 공단은 2012년 11월 명우건설과 ‘안산역 기부채납시설물국유재산 무상사용 허가서’를 체결했다. 허가서에 따르면, 사용료율을 7%로, 사용기간은 2018년 4월까지로 정했다.

명우건설 측은 “사용기간을 산정하기 위해 받은 감정평가액이 59억7763만7700원(안산역사 가동)”이라면서 “이에 따라 임대기간이 임의로 정해졌고, 사용료율도 통상 적용하는 5%대가 아닌 7%로 정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합의서에 따라 사용료율에 대해 기부채납자와 공단이 상호협의해 처리하기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단은 일방적으로 무상사용 기간을 정했다”면서 “공단이 정한 무상사용 기간은 건물 신축에 사용된 건축비에도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영업비도 보전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짧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우건설 측은 이와 관련해 공단의 상급기관인 국교부에 질의를 넣었다. 국교부는 “사용료율, 기산일에 대해서는 공신력 있는 제3의 국가기관의 조정 또는 권고처분에 따를 것”이라고 답변했다.

국교부가 말한 제3의 국가기관은 권익위를 말한다. 권익위는 무상사용 기간을 재산정할 것을 권고했다.

“부동산 미등기로 신청인(명우건설)이 정상적으로 사용·수익할 수 없어 발생한 임대수입에 대한 손실부분에 대해 감정평가를 실시한 후 같은 기간 신청인의 실제 매출액과의 차액을 산정해 그 결과를 무상사용허가 기간에 반영할 것을 의견표명한다.”

권익위는 공단이 권고 사항을 따르지 않자 다음과 같이 밝히기도 했다.

“의견표명에 대한 이행을 재차 촉구하오니 당초 의견표명 내용대로 신속히 조치해 주기 바란다. 이러한 촉구 공문에도 불구하고 귀 기관(공단)에서 이행하지 않는 경우 우리 위원회는 감사원과 연계해 이행을 촉구·관리함은 물론이고 대통령과 국회에 관련 사항을 보고할 예정이다.”

감사원도 공단의 업무처리를 지적했다. 감사원이 공단에 “주의 요구-기부채납 업무 등 처리 부적정”이라는 문서를 보내기도 했다. 감사원은 △기부채납 업무 처리 부적정 △부지사용료 부과처분 부적정 △부지사용료 산정 부적정 등 안산역사와 관련한 제반 사항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명우건설 측은 “기부채납 업무 처리 부적정과 관련해서는, 공단이 국유재산사용 허가를 했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임시사용 허가를 해 줬다”면서 “부지사용료 산정에 필요한 부지면적을 우리 측에게 불리하도록 과다하게 산정한 점, 부지사용료 부과의 기산일을 잘못 정해 95일을 과다산정한 점, 법령에 어긋나게 과다하게 높은 사용료율을 적용한 점 등을 감사원이 지적했다”고 밝혔다. 이어 “안산역사에 투자된 120억원을 회수하기에 무상사용 기간이 너무 짧다. 국가 기간사업에 성실히 참여하고도 건축비를 보전받기는커녕 무방비로 쫓겨나갈 위기에 처했다”면서 “5년은 더 사용기간을 연장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시 동구 대전역 인근의 한국철도시설공단(오른쪽) ⓒ 연합뉴스

 

“엘리베이터 멈추고 쓰레기 방치돼”

안산역사의 임차인들과 가족들은 약 57개소 3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최근 감사원장 앞으로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국토부, 감사원, 권익위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회신해 준 기간연장 권고 내용을 믿고 계약해 지금까지 상업에 종사하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공단은 이 모든 상급기관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고 이유조차 설명하지 않은 채 갑질 행정을 일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산역사쇼핑몰 상인회(비상대책위원회)는 “공단 측이 자진퇴거를 종용하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무단점유자로 명도신청 및 변상금을 부과한다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서면통지 등으로 겁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큰 문제점은 상인들이 투자한 보증금과 시설비다. 상인회 측은 “상인들이 투자한 돈은 4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누구도 이를 책임지지 않고 있다”면서 “모든 법적인 판결에 앞서 피해 당사자인 우리 상인들의 시설비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송에 휘말린 안산역 쇼핑몰은 전혀 관리되지 않고 있다. 상인회는 “관리비용을 지불하지 말라고 권유하는 공단과 적자가 누적되더라도 계속 관리하겠다는 명우건설이 팽팽히 맞서면서 유지보수비가 지급되지 않아 엘리베이터조차 운행이 중지됐다”면서 “각종 쓰레기조차 치워지지 않아 곳곳에서 악취를 풍기고 있다. 안산역은 보수가 되지 않아 비가 새고 노후된 채로 방치되면서 역사라는 공공시설물의 품격에 맞지 않게 마치 흉가처럼 방치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해 공단 측은 “명우건설과 임대차 계약을 맺은 점포 가운데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63개 점포는 기존의 임대차 계약관계 정리 및 영세상인 보호를 위해 공단이 직접 사용허가(2년)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미 34개 점포는 우리 공단과 계약을 체결하였으며 나머지 29개 점포와도 사용허가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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