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김정은 답방에 쌍수 환영 쉽지 않다
  • 박영철 편집국장 (everwin@sisajournal.com)
  • 승인 2018.12.07 09:43
  • 호수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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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의 답방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정은의 대한민국 방문은 그 자체로 역사적이긴 하다. 해방 후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한을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니까.

나는 9월6일에 마감한 1508호에서 한국 언론 최초로 다음 남북 정상회담은 서울에서 열자고 제안한 바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 더 안 열릴 거라면 몰라도 그동안 우리 대통령 3명이 세 번이나 평양을 방문했으니 이제는 형식논리 면에서도 김정은이 서울에 와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으로 넘어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도 김정은의 답방은 필수품이 됐다.

 

ⓒ 연합뉴스


김정은 답방을 둘러싼 우리 언론의 분석은 천편일률적인 것이 많다. 김정은이 경호를 걱정한다는 보도가 대표적이다. 김정은의 경호를 걱정할 주체는 문재인 정권이지 김정은이 아니다. 우파의 시위가 격렬하겠지만 한국 경찰의 시위 대처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니 별문제 없을 것이다.

김정은 답방은 우리 사회가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할 홍역이다. 당장 김정은 답방으로 우리 사회의 민낯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이다. 한국의 좌·우파 갈등은 세계적으로 봐도 굉장히 심각한 수준인데 이 문제는 지역과도 밀접하게 결부돼 있다. 김정은의 답방 기간 광화문을 비롯해 전국에서 벌어질 양 진영의 찬반 시위는 굉장히 격렬한 양상을 띨 것이다. 우리의 고질적 국론분열이 김정은 답방을 계기로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건이 여러모로 안 좋다. IMF 때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올 만큼 경제가 안 좋고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도 집권 후 최저 수준을 기고 있다. 대통령이 정상외교를 위해 한국을 비운 동안 국내에서는 청와대 특감반이 대형 근무기강 사고를 쳐서 야당이 조국 민정수석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귀국 직전인 12월4일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에서는 한국지역난방공사 온수관 파열 사고가 나서 1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화상을 입었다.

국민들 사이에선 통일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다르다. 지금 10대와 20대는 북한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다. 이산가족이라 해도 최소 3세여서 북녘의 고향에 대한 애틋함보다는 북한의 도발 때문에 군대를 가야 한다는 분노가 더 크다. 금수저의 갑질을 못 참는 젊은 세대의 특성상 북한 체제를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남한의 삼성과는 비교도 안 되는 북한 김씨왕조의 절대갑질에 진저리를 칠 수도 있다.

상황이 이러하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답방을 우리 국민이 쌍수로 환영해 줄 것이라고 믿지 말고 반대 시위가 너무 격렬하지나 않았으면 좋겠다고 기도하는 것이 나을지 모르겠다. 그는 북한에서 받은 성대한 환영을 신세 갚아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말기 바란다. 북한이야 15만이든 100만이든 마음대로 동원할 수 있는 3대 독재 왕조국가여서 이런 일이 가능하지만, 대한민국은 엄연히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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