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실수 만회의 정석
  • 김경원 세종대 경영대학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2.17 16:30
  • 호수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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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41년 말 일본 항공모함에서 이륙한 전투기, 폭격기들이 하와이 진주만에 대해 기습공격을 가해 ‘태평양전쟁’이 발발했다. 이 공격으로 진주만에 정박 중이던 8척의 전함이 침몰하거나 대파되는 등 미국 태평양함대의 전력이 거의 다 소진될 정도였다.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 막판에 참전해 비교적 쉬운 승리를 챙기기는 했지만, 그때까지 추축국들의 군비강화 움직임을 애써 외면했었다. 해서 군사력 강화를 게을리한 데다 경계태세도 느슨해진 상태에서 크게 한 방 먹은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자신의 실수로부터 잘 배웠다. 불의의 기습을 당한 이유인 정보력을 크게 보강해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미드웨이 섬을 공격하러 온 일본 해군의 암호를 해독해 대승을 거두었다. 동시에 국가 산업역량을 총동원해 빠른 시간 안에 군비증강을 완료하고 반격의 기틀을 갖추었다. 이후 과달카날 전투부터 오키나와 전투까지 미군은 거의 한 번도 일본군에 승리를 내준 적이 없었다.

 

브리핑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 연합뉴스


#2: 20세기 초 극동지역의 주도권을 놓고 싸우던 러시아와 일본은 드디어 중국에서 결전을 벌였다. 일본군은 노기(乃木) 대장의 지휘하에 러시아의 스테셀(Stessel) 장군이 지키던 ‘여순 요새’를 놓고 수개월간 지루한 공방전을 벌였다. 전형적인 ‘탁상형’ 전략가였던 이지치(伊地知) 소장이라는 자가 참모장으로서 작전계획을 입안해 노기를 보좌했다. 그는 중기관총으로 무장한 요새에다 무턱대고 병사들로 하여금 반복적으로 정면 돌격을 감행토록 해서 러시아군 포화의 밥이 되게 만들었다. 그는 또 작전계획을 짤 때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전선을 한 번도 나가보지 않았다. 수만 명의 병사가 죽어나간 뒤에야 만주군 총사령부의 고다마(兒玉) 대장이 내려와 직접 작전을 지휘해 불과 며칠 만에 여순 요새를 점령했다. 이런 실수에도 불구하고 태평양전쟁 시에도 일본군 대본영 참모들은 전선을 방문하지 않고 탁상에서만 짠 ‘엉터리’ 작전을 남발했다. 적 기관총 앞으로 무모한 ‘반자이(만세)’ 돌격을 시키는 행태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 막강한 미군의 화력 앞에 수많은 병사들이 죽어나가고 연전연패를 당해도 패망까지 이 행태는 별로 바뀌지 않았다(물론 이는 우리에게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3: 주말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흔한 일이다. 금방 친 ‘샷’이 잘못되었을 경우 이를 만회하는 소위 ‘리커버리 샷(recovery shot)’을 쳐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욕심내지 않고 가장 가까운 ‘페어웨이’에 보내면 ‘보기’로 끝낼 수 있는데도 큰 욕심을 내어 ‘과감한’ 시도를 하다가 더블, 트리플 보기로 마치는 골퍼들이 많다.

사람은 실수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실수를 어떻게 만회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은 크게 달라진다. 실수 후에 ‘인정하고, 교훈을 얻으며, 해결책을 모색하되, 결코 욕심은 내지 않는 것’이 실수 만회의 정석이 아닌가 싶다. 회사, 정부 등 조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새 정부가 추진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결과는 극심한 내수 부진, 실업 증가, 자영업의 한계상황 봉착이 되어 가고 있다. 이 때문인지 얼마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부총리가 교체되었다. 부총리 내정자는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 52시간 근로 등을 시장 목소리를 반영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면 보완하겠다”고 말한 데 이어, “시장 기대와 달랐던 정책은 현장 목소리를 담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는 “바보는 자신의 실수로 배운다. 그러나 나는 다른 이의 실수에서 배우는 편이 더 좋다”는 말을 남겼다. 그런데 ‘진짜 바보’는 자신의 실수에서도 배우지 못하는 이가 아닐까? 새 경제팀은 ‘진짜 바보’ 소리를 듣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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